강남보다 더 뛰는 강북 월세... 용산, 평균 300만원 찍었다

결혼을 앞둔 여의도 직장인 김모(31)씨는 신혼집 고민이 깊어지고 있다. 원래는 월세를 살며 돈을 모아 신혼부부 청약을 노릴 생각이었지만, 100만원 미만 월세 물건을 찾지 못해서다. 김씨는 “저축을 하려면 낡은 집에 살더라도 월세 100만원 이상은 안 써야 한다”며 “직장과 가까운 강서구를 알아보고 있는데 구축 빌라도 월세 100만원을 훌쩍 넘어 매물을 살펴볼 생각조차 못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누적된 공급 부족과 전세 대출 규제, 보유세 부담 전가 등이 맞물리며 전세가 자취를 감추면서 그 빈자리를 서민 등골을 휘게 만드는 고액 월세가 채우고 있다. 외곽 지역조차 1년 새 월세가 30% 이상 폭등하며 서민들의 주거 사다리가 통째로 흔들리고 있다.

◇외곽 지역도 월세 40% 가까이 폭등
8일 조선일보가 국토교통부 실거래가 시스템에서 올해 1월 1일부터 5월 7일 사이 서울 아파트 전·월세 신규 계약을 분석한 결과, 전체 계약 4만1455건 중 2만2272건(53.7%)이 월세 계약이었다. 지난해 같은 기간 전체 5만2348건 중 2만3695건(45.3%)이 월세였던 것에 비해 월세 비율이 8.4%포인트 뛰었다. 기존 세입자와 갱신 계약을 제외한 순수 신규 계약만 집계한 결과로, 실제 임대차 시장의 월세화 속도는 이보다 더 가파르다.
월세 급등은 ‘부촌’ 얘기가 아니다. 올해 서울에서 월세가 가장 많이 오른 곳은 강북구였다. 아파트 신규 월세 계약 359건의 평균 월세는 99만원으로 사실상 ‘평균 월세 100만원 시대’로 진입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73만원에서 35.6% 폭등한 수치다. 보증금도 5487만원에서 7616만원으로 38.8% 뛰었다. 고액 월세 실거래 사례도 잇따르고 있다. 지난 3월 강북구 한화포레나 미아 전용 84㎡가 보증금 5000만원, 월세 300만원에 신규 계약하며 ‘강북 월세 300만원’ 시대를 열었다.
특히 용산구는 올해 실거래가 기준 가장 높은 월세를 기록하며, 서울 25구 중 유일하게 평균 월세가 300만원을 넘어섰다. 용산구의 월세 신규 계약 평균 보증금은 2억2704만원, 월세는 313만원이었다. 작년 244만원에서 무려 69만원(28.3%) 올랐다. 강남(9.2%)·서초(9.6%)·송파(0.2%) 등 강남 3구에 비해 월세 상승 폭이 훨씬 컸다. 용산구 한 공인중개사는 “용산은 올 들어 한남 2구역에서 재개발에 따른 이주가 진행됐고 4구역과 5구역도 사업시행인가가 나면서 전월세 수요가 폭발하고 있다”며 “이태원, 대사관로 등 고가 빌라 밀집 지역에서 전세를 고액 월세로 바꾼 계약이 잇따른 것도 영향을 미친 것 같다”고 말했다.
광진구(104만→139만원), 중구(134만→164만원), 구로구(64만→78만원) 등에서도 월세가 작년보다 20% 이상 뛰었다. 서울 25 자치구 중 월세가 떨어진 곳은 성동구(-3.5%)·종로구(-4.1%)·금천구(-8.7%) 단 세 곳뿐이었다.
◇각종 규제로 매물 급감...공급 없어 악화 우려
월세 대란의 근본 원인은 가파른 매물 감소다. 서울 전역이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여 실거주 의무가 강화되면서 전·월세 매물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8일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총 3만1404건으로, 올해 1월 1일 대비 29.3%(1만3020건) 줄었다. 전세(-29.6%)와 월세(-29%) 모두 3분의 1 가까이 줄어들며 임차 시장 자체가 쪼그라들었다.
임대인 처지에선 공시가격 상승으로 늘어난 세금 부담과 정부의 보유세 강화 방침이 겹치면서 현금 흐름을 만들 수 있는 월세로 돌리는 편이 나은 상황이다. 임차인들도 전세 대출 규제가 강화돼 전세 보증금을 마련하기 어려워졌고, 전세 매물 자체도 부족한 상황이라 월세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공급 전망도 어둡다. 한국부동산원과 부동산R114가 공동 발표한 서울 입주 예정 물량은 올해 2만7158가구, 2027년 1만6975가구에 불과하다. 연간 서울 적정 수요량인 4만8000가구의 절반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김인만 부동산경제연구소장은 “전세 매물 실종, 전세와 월세 가격 상승, 서울 외곽과 수도권 아파트 상승 등으로 신혼 부부를 비롯한 청년 세대의 어려움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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