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골 어르신 어쩌나… 보건지소 87%, 내년엔 공보의 없다

전남 진도군 고군면에 있는 보건지소(읍·면 단위의 공공 의료 기관)는 하루에 보통 10~15명의 노인 환자가 찾는 곳이다. 하지만 지난달부터 이곳에 상시 배치된 공중보건의사(공보의)가 한 명도 없다. 3월만 해도 2명이 있었지만, 한 명은 의사가 부족한 진도군 보건소(시·군·구 단위의 공공 의료 기관)로, 나머지 한 명은 다른 지역 요양병원으로 재배치됐기 때문이다. 현재 이곳은 진도군 보건소와 다른 보건지소의 공보의가 요일을 나눠 순환 진료를 하는 식으로 운영되고 있다. 보건지소 관계자는 “공보의가 없는 요일도 있는데, 이때는 비대면 진료를 통해 약 처방 정도만 한다”고 했다.
8일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이처럼 공보의가 없는 보건지소가 내년에 전국 보건지소의 86.9%(1083곳)에 달할 것으로 추정된다. 공보의를 지원하는 의대출신이 점점 줄면서 ‘공보의 미(未)배치’ 보건지소가 2년 새 353곳이나 늘게 된 것이다.
읍·면 단위에 있는 보건지소는 의사 1~2명이 상주하면서 고혈압·당뇨 등 만성 질환 약 처방과 감기 같은 경증 질환 진료를 해 왔다. 특히 보건지소는 노인 비율이 높지만 민간 의료 기관이 부족한 농어촌 지역 등에서 마지막으로 남은 ‘동네 의료 기관’ 역할을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런데 보건지소의 핵심 인력 공급원인 공보의 지원자가 급격하게 줄면서 보건지소 체계 자체가 흔들리고 있다. 의사 면허 보유자가 대체 복무를 하는 공보의 제도는 당초 1979년 의사가 없는 무의촌(無醫村) 해소를 위해 도입됐다. 2010년 이후 감소세를 보여왔는데, 최근 들어 더 급격히 줄고 있다.

공보의가 줄어든 핵심 이유는 현역병 복무에 비해 이점이 뚜렷하지 않기 때문이다. 공보의는 3주 군사훈련 후 36개월 동안 의무 복무를 한다. 월급은 240만~250만원 수준으로 병장 월급(150만원)보다 많지만, 복무 기간이 육군 현역병 18개월의 두 배라는 점을 고려하면 유리한 조건이라고 보기 어렵다. 근무 지역이 대부분 교통이 불편한 농어촌 지역이라는 것도 기피 원인으로 꼽히고 있다.
여기에 2024년 의정 갈등 여파도 영향을 줬다는 지적이 나온다. 의대에서 휴학한 남학생들이 대거 현역병으로 입대하면서, 나중에 공보의에 지원할 인력 풀 자체가 대거 줄었기 때문이다.2023년 449명이었던 의과대 출신 공보의 신규 편입 인원은 2024년 249명으로 떨어졌고, 올해는 98명으로 더 내려갔다.
보건복지부는 의과 공보의 신규 편입 인원이 2031년까지 매년 100명대에 머물 것으로 보고 있다.
공보의 부족 현상이 계속되자, 보건복지부는 지난 3월 의료 취약지 보건지소 532곳 중 139곳에만 의과대 출신 공보의를 배치하고, 나머지 393곳은 고군면 보건지소처럼 기능을 개편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또 간호사 면허를 가진 보건 진료 전담 공무원에게 진료를 보게 하거나, 비대면 진료와 원격 협진 등을 진행하기로 했다.
하지만 보건지소에 의사가 남아 매일 진료하는 것과는 다를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 의료계에서 나온다. 보건 의료 전담 공무원도 제한적인 의약품 처방, 예방접종, 응급 처치 등은 가능하지만, 의사를 완전히 대체할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런 만큼 현 제도를 개선해야 한다는 의견들이 적지 않다. 복무 기간 단축과 월급 인상 등 공보의의 복무 여건을 현실화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외에 기존 보건지소 시스템에 의지하는 대신 이동형 병원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도 있다. 국회입법조사처는 “공보의가 취약지에서 근무할 경우 앞으로 수련 병원 배정 시 가산점을 부여하는 등 경력에 대한 차등적 보상을 고려해야 한다”며 “공보의 근무 경험이 의사 개인의 경력에 도움이 돼야 지원이 줄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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