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자레터] AI와 합작한 도서전 글
“책을 펼치는 순간을 떠올려보자. 그림책을 처음 손에 쥔 아이도, 추리소설을 읽느라 밤을 새는 어른도, 그 순간 같은 일을 하고 있다. 미지의 세계를 향한 문을 두드리는 일. 이것이 바로 독서의 본질이다. 올해의 도서전은 여기서 출발한다.”
‘인간 선언’을 주제로 다음달 24일 개막하는 서울국제도서전의 주제문 ‘호모 두두리, 질문하는 인간의 새 이름’ 중 첫 문단입니다. ‘두두리’란 우리 옛 문헌에 등장하는 신화적 존재로 도깨비의 원형이자 대장장이의 옛 이름이라네요.
대장장이가 도서전의 상징 역할을 하는 건 “지금 우리 앞에서 AI라는 불이 세차게 타오르고 있”기 때문이랍니다. 주제문은 이렇게 이어집니다. “무엇을 물어봐도 AI는 막힘없이 답한다. 단숨에 소설을 쓰고 노래를 부르고 영화를 찍는다. 이 불을 피할 길은 없다. 그렇다면 이 세찬 불길 앞에서 우리에게는 어떤 슬기가 필요할까?”
이 글이 공개되었을 때, 꽤 논란이 일었습니다. 소설가 김연수와 AI 클로드 소네트 4.6, 제미나이가 합작해 썼기 때문이죠. ‘도서전 소개 글을 어떻게 AI가 쓸 수 있냐’는 의견과 ‘AI 시대 책의 역할을 고민하는 자리이니 AI와 인간의 합작이 의미가 있다’는 의견이 맞섰죠.
주제문은 AI를 불과 마찬가지로 인간에게 주어진 도구라 해석합니다. 인간과 AI의 차이를 이렇게 말합니다. “과거의 패턴 속에서 정답을 반복하는 기계와 달리, 인간은 끝없이 질문함으로써 이 세상에 ‘아직 창조되지 않은’ 무한한 가능성의 길을 열어젖힌다. 그것이 인간이 불을 다뤄온 방식이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이 해석의 일부분을 AI가 맡았다는 사실이 역설적이지 않나요? 글쓰기를 비롯한 여러 분야에 AI의 개입을 어디까지 허용할지를 고민하는 것이 지금 우리에게 주어진 과제임은 분명해 보입니다. 곽아람 Books 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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