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짹짹 “… 6분만 새 소리 들어도 8시간 걱정 ‘뚝’


새를 관찰할 때 우리는
필리프 J. 뒤부아·엘리즈 루소 지음|박효은 옮김|라이팅하우스|268쪽|1만7000원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
베른트 하인리히 지음|강유리 옮김|윌북|332쪽|2만2000원
새들이 푸른 하늘을 날고, 냇물이 푸른 벌판을 달리는 5월을 맞아 새와 숲에 대한 책이 동시에 나왔다. 어두운 실내에서 웅크리지 말고 숲에서 새 지저귀는 소리에 귀 기울이라 권한다. 일단 새 이야기부터.
‘새를 관찰할 때 우리는’은 프랑스 조류학자 필리프 J. 뒤부아와 작가이자 기자인 엘리즈 루소가 함께 쓴 책이다. 탐조(探鳥) 입문서이면서 탐조 행위가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분석한다. 우리나라에서 탐조는 보편적인 취미가 아니지만, 미국에선 전체 인구의 약 4분의 1에 해당하는 8000만명 이상이 1년에 한 번 이상 쌍안경으로 새를 관찰한다. 영국에서도 10명 중 1명이 정기적으로 탐조를 즐기며, 세계 최대 규모 조류 보호 단체인 왕립조류보호협회에는 약 120만명의 회원이 속해 있다.
책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챕터는 ‘버드 테라피(bird therapy)’, 즉 ‘새를 통한 치유’다. “단 6분만 새 소리를 들어도 8시간 동안 불안과 걱정이 누그러진다”라는 문장이 이 책 띠지에 적힌 홍보 문구. 삶이 실타래처럼 얽혀 있을 때, 자연 속을 걸으며 치유받은 경험이 누구에게나 있을 것이다. 한 걸음 더 나아가 우리 곁에 고요히 머물고 있어 바라볼 생각조차 하지 않았던 야생동물을 발견한다면 비밀스러운 세계의 문이 열리며 현실의 시름이 한없이 작아지는 것을 느끼게 된다. 그 문을 여는 대표적인 동물이 바로 새다. “단 20분만 자연 속에서 시간을 보내도 코르티솔(스트레스 호르몬) 수치가 감소하며, 일주일에 두 시간만 바깥에 나가 자연을(그리고 새들을) 바라보기만 해도 코르티솔 수치가 자연스럽게 그리고 지속적으로 낮아진다고 한다.”

새들을 ‘유심히 관찰’하는 일은 삶에 매우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데, 이는 과학적으로도 증명되었다. 미국 연구에 따르면 평소 접하는 조류의 생물 다양성이 높을수록 우울증이나 불안으로 입원하는 사례가 감소한다. 새들이 지저귀는 소리는 편집증 같은 정신 질환을 앓는 이들의 마음을 안정시키는 데도 효과가 있다. 1970년대까지 조류 관찰은 조류학이라는 학문의 영역에 있었다. 이후 특히 영어권 국가에서 재미로 새를 관찰하고 종을 구별해 보는 취미 활동인 ‘탐조(birdwatching)’가 등장했다. 그런데 약 15년 전부터 탐조가 단순한 취미나 레저를 넘어 행복과 자기 돌봄을 위한 대안으로 떠올랐다. “오래전부터 새를 사랑해 온 영국은 물론, 최근에는 미국에서도 의사들이 탐조를 치료법으로 처방하고 있다. 하긴 히포크라테스도 말하지 않았던가? ‘자연은 최고의 의사’라고.”
종종대며 먹이를 쪼는 새를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마음의 평화가 찾아온다. 저자들은 그 이유를 ‘온전한 몰입’에서 찾는다. “땅 위를 깡충깡충 뛰어다니는 지빠귀는 오로지 현재에만 집중한다. 씨앗이나 벌레를 찾고, 작은 발걸음이 이끄는 대로 움직일 뿐 앞날을 걱정하지 않는다.”
저자들은 나아가 매일 마음챙김 명상을 하듯 새들을 바라볼 것을 권한다. 미국 명상 전문가 존 카밧진이 제안한 ‘마음챙김’은 “의식적으로 지금 이 순간에 온전히 집중하며, 순간순간의 경험을 판단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수행법”이다. 숲에서 걸음을 멈추고 나뭇잎 사이로 들려오는 새소리에 귀 기울이며 새들의 움직임을 가만히 살피면 몸의 긴장이 풀리고 감각이 살아나는 느낌이 찾아온다는 것. 책장을 넘기다 보면 류시화 시인의 이 문장이 떠오른다. “새는 날아가면서 뒤돌아보지 않는다. 뒤돌아보는 새는 죽은 새다. 모든 과거는 좋은 일이든 나쁜 일이든 날개에 매단 돌과 같아서 지금 이 순간의 여행을 방해한다.”
‘모든 이야기는 숲에서 시작되었다’는 미국 생물학자 베른트 하인리히가 쓴 에세이. 저자는 마흔 살 때 캘리포니아주립대학교 정교수직을 반납하고 메인주 숲속에 오두막을 지었다. 40년간 살면서 자연을 관찰하고 기록했다.
책에는 숲과 숲에 사는 동식물에 대한 이야기가 가득하다. 이를테면 모든 조류를 통틀어 가장 똑똑하다는 큰까마귀는 먹이를 찾을 때 서로 협력한다. 상업용 크리스마스 트리는 나무의 원줄기에서 연필처럼 뾰족하게 수직으로 올라오는 새싹이 뭉쳐진 가지, 즉 1년 치 성장 구간이 될 ‘원대’와 측면 가지 끝부분을 모두 자른다. 이렇게 다듬으면 가지에서 먼 새싹과 잔가지의 성장을 억제하는 요인이 사라져 나무가 위보다 바깥쪽으로 에너지를 보내 좀 더 덥수룩한 모양이 된다. 저자는 말한다. “나 같은 순수 자연주의자가 보기에 이건 나무를 망치는 것이다. 한때 야생의 숲을 상징하던 상록수를 관목으로 길들였으니 말이다.”
두 책 모두 궁극적으로는 자연과의 공존을 이야기한다. 스마트폰에 눈과 귀를 집중하느라 세상에 귀를 기울이며 천천히 바라보는 시간을 잃게 되면 숲 속 나이팅게일의 노랫소리, 15~20년 전엔 제비가 지금보다 훨씬 더 많았다는 사실 등 우리를 둘러싸고 있던 환경과 자연에 대한 기억마저도 사라지게 된다는 ‘생태적 망각’에 대한 우려가 묵직하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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