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디터 프리즘] 실용 외교와 한·미 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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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정 장관 발언 등으로 불협화음
‘국익 최우선’ 초심을 되새겨야
」
외신들은 그 이유를 우선 메르츠 총리와 측근들의 미국을 향한 독설에서 찾고 있다. 메르츠 총리는 최근 미국-이란 전쟁을 두고 “(미국의) 전략이 없다. 이란 협상가들이 미국에 굴욕을 안겼다”고 말했다. 라르스 클링바일 부총리 겸 재무장관도 “트럼프 대통령의 훈수는 필요 없다. 본인이 만든 난장판이나 보라”고 비꼬았다. 전문가들은 이번 주독미군의 감축 규모가 독일 안보를 뒤흔들 정도는 아니지만, 일정 부분 타격은 불가피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정부를 비난한 것은 아니지만 한·미 간에도 최근 불협화음으로 시끄러웠다. 정동영 통일부 장관의 ‘북한 구성 우라늄 농축시설’ 발언을 둘러싼 마찰이다. 트럼프 정부는 이를 문제 삼아 대북 정보의 공유를 제한하는 조치까지 내렸다. 이에 이재명 대통령이 가세해 “‘미국이 알려준 기밀을 누설’했음을 전제로 한 모든 주장과 행동은 잘못”이라며 “대체 왜 이런 터무니없는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봐야겠다”고 했다. 정 장관의 입장을 두둔하면서 미 정부와 대립각을 세운 것이다. 이 대통령이 직접 나섰다는 점에서 향후 사안의 후폭풍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주독미군 감축이 메르츠 총리의 발언이 도화선이 됐다는 외신들의 분석도 나온 터였다.
실제 외교가에서의 독일 총리와 한국 대통령의 발언에 대한 외교적 평가는 박하다. 특히 메르츠 독일 총리의 발언은 미국과의 관계를 전혀 의식하지 않고 내뱉은 말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설마 미군을 빼겠어?’라는 근거 없는 자신감과 오판에서 나왔다는 것이다. 그 결과에 대한 책임은 오롯이 독일 국민의 몫이 됐다.
이런 맥락에서 이 대통령에 대한 발언도 ‘긁어 부스럼’이라는 얘기가 나온다. 특히 이재명 정부가 줄곧 강조해왔던 ‘실용 외교’와는 거리가 먼 모습이라고 보는 시각이 많다. 독일 총리와 이 대통령 모두 원칙에 충실하겠다는 의욕을 보였다는 점에서는 점수를 받을 수 있겠지만, 실용적인 접근을 통해 국익을 챙기는 데는 실패한 것이다.
실용 외교와 어울리지 않는 이 대통령 관련 해프닝은 또 있다. 지난달 이 대통령은 자신의 SNS에 이스라엘군이 팔레스타인 어린이의 인권을 유린하는 듯한 모습이 담긴 영상을 공유하면서 “우리가 문제 삼는 위안부 강제, 유태인 학살이나 전시 살해와 다를 바가 없다”라는 취지의 글을 올렸다. 이 대통령의 의도에 대해선 공감할 수 있지만, 2년 전 영상을 공유하며 다른 나라를 비난하는 것은 생뚱맞지 않을 수 없다. 특히 이스라엘은 이란과 전쟁 중이고 우리는 그 전쟁의 불똥이 튈까봐 중립적인 입장을 견지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지난해 8월과 10월 한·미 정상회담을 통해 이 대통령은 트럼프 대통령과 여러 합의를 했다. 이 대통령은 3500억 달러(약 513조원) 투자 대가로 원자력 추진 잠수함 건조와 우라늄 농축 등을 얻어냈다. 하지만 현재 진행 상황은 순조롭지 못한 분위기다. 미국은 통상 분야 합의의 조속한 이행을 재촉하고 있으며, 한국의 관심은 외교·안보 분야 합의에 쏠려 있다. 그사이 크고 작은 마찰들이 불거지면서 양국 관계는 삐걱거리고 있다. 주한미군의 서해 공중 훈련과 한·미·일 공중 훈련 등을 둘러싼 갈등도 그 사례다. 실용 외교를 내세웠던 이재명 정부가 적어도 대미 관계에선 그 궤도를 제대로 타지 못한 분위기다. ‘국익 최우선’을 앞세웠던 초심을 다시 되새겨야 할 때다.
최익재 국제선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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