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의 층위 품은 건축 공간 100곳
이후남 2026. 5. 9. 00:05

김은주 지음
동녘
서울 삼청동 국립현대미술관 터는 조선 시대 왕실 친족 관련 업무 등을 담당한 행정기관 종친부가 있던 곳이다. 이를 철거하고 일본군 수도육군병원이 들어선 건 1913년. 이후 경성의전 부속병원으로 쓰인 이 건물은 해방 이후 미술관 신축 전까지 서울대 의대 제2부속병원, 군국수도통합병원, 국군기무사 시설로 활용되었다. 지은이 말처럼 “서울이라는 도시가 겪은 시간의 층위를 그대로 품고” 있는 곳이다.
『경성백경』은 이런 층위를 눈앞에 불러낸다. 서울이 경성으로 불린 일제강점기에 건축된 공간 100곳을 골라 그 특징과 내력을 사진과 함께 담았다. 1996년 철거된 조선총독부청사(정부 수립 이후 중앙청)처럼 이미 사라진 곳도, 회현동에 벨기에 영사관으로 지어졌다가 지금은 남현동 서울시립 남서울미술관으로 쓰이는 건물처럼 을사늑약으로 외교권이 상실된 1905년 전후에 지어진 곳도 일부 포함했다. 지은이는 직접 발품을 판 100곳을 마포선·안국동선·청량리선 등 1920년대 전차 노선 12개를 따라 책에 실었다.
건축 배경과 변천이 궁금한 건물들에 대한 압축적 정보를 찾아 읽기 좋은 책이자, 부정적 유산을 포함해 건축의 보존·복원에 대한 여러 생각도 떠올리게 하는 책이다.
이후남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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