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귀한 몸' 전기차, 자동세차장에서 기피하는 이유는
사고 발생 시 배상 책임 '부담감'
제조사·전문가 "전혀 문제없어"
기술 이해도 낮은 과도기적 상황

전기차 보급이 꾸준히 늘어나며 대중화의 길을 걷고 있지만, 일상적인 차량 관리 인프라 중 하나인 주유소 자동세차장에서는 전기차 이용이 제한되는 사례가 속출해 차주들이 불편을 겪고 있다.
7일 광주지역 주유소 업계에 따르면, 일부 지역 주유소들이 기계 오작동 및 파손 우려 등을 이유로 전기차 세차를 제한하거나 아예 거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로 지역 주유소들에 무작위로 연락해 자동세차장 이용 가능 여부를 확인한 결과, 전기차를 대하는 주유소들의 기준은 '차종별 선별 세차', '전면 거부', '조건부 허용' 등으로 제각각이었다.
"차종마다 달라요" vs "절대 불가"…제각각인 세차 기준
한 주유소 관계자는 전기차 모델에 따라 자동세차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전기차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과 차체 디자인이 다른 경우가 많아 기존 세차기가 크기를 잘못 인식해 오류가 생기는 경우가 왕왕 있다"며 "차종에 따라 세차 가능 여부가 다르기 때문에 차체 사이즈와 기계를 꼼꼼히 비교 확인해 본 뒤에야 세차를 진행할 수 있다"고 답했다.
아예 세차를 거부하는 곳도 적지 않았다. 또 다른 주유소 관계자는 "혹시 모를 사고 발생 시 수리비 배상 등 책임 소재의 문제가 불거질 수 있어 전기차는 아예 세차를 받지 않고 있다"고 선을 그었다.
하부 세차를 제외하는 등 조건부로 허용하는 주유소도 있었다. 해당 주유소 관리인은 "세차기 설명서에 '전기차 하부 세척 금지'라는 안내 문구가 명시돼 있어 전기차는 하부 세차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다"며 "또한 관련 지식이 부족한 아르바이트생이 근무할 때는 혼선을 방지하기 위해 가급적 전기차 세차를 보류하도록 안내하고 있다"고 말했다.
파손·수리비 배상 우려에…비용 부담은 결국 차주 몫
이처럼 주유소 업계가 전기차 세차를 꺼리는 가장 큰 이유는 안전사고 우려와 수리비 배상에 대한 부담감이다. 강한 수압을 이용해 하부 세차를 진행할 경우 배터리 팩의 방수 실링이 손상될 수 있다는 불안감이 깔려 있다.
여기에 평소에는 차체에 숨겨져 있다가 튀어나오는 매립형 도어캐치 등 전기차 특유의 디자인 요소들이 세차기 센서의 오작동을 유발해 기계나 차량 파손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크게 작용하고 있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피해와 비용 부담은 고스란히 전기차 차주들에게 돌아가고 있다.
1만 원 안팎의 저렴한 비용으로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는 자동세차장을 이용하지 못하게 되자, 5만 원 내외의 손세차 서비스를 맡기거나 직접 셀프 세차장을 방문해 땀을 흘려가며 세척해야 하는 실정이다.
전문가들 "방수 설계 충분…신기술에 대한 과도기적 현상"
하지만 전기차 업계와 전문가들은 현장의 이러한 기피 현상이 신기술 도입 초기에 나타나는 막연한 두려움에 불과하다고 지적한다.
실제 시판 중인 전기차는 일상적인 기계식 세차나 하부 세차의 수압을 충분히 견딜 수 있도록 엄격한 방수 설계가 적용돼 출고된다는 것이다.
테슬라 코리아 관계자는 "차량 자체에는 자동 세차기나 하부 세차를 이용해도 전혀 문제가 없지만 전자기기의 특성상 혹시 모를 파손을 우려한 주유소 업주들이 선제적으로 세차를 거부하는 것으로 보인다"며 "자동세차를 적극적으로 권장하지는 않더라도 이용 자체는 문제없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차체 디자인이나 사이즈 문제로 세차기 오작동이 발생하는 현상 역시 전기차만의 결함이라기보다는 기존 내연기관 차량에서도 크기나 형태에 따라 흔히 발생하는 기계적 한계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이강렬 호남대학교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자동 세차 수압 정도로 문제가 생긴다면 애초에 제조사에서 차를 출고하지도 않았을 것"이라며 "하부 세차가 위험하다면 비가 쏟아지는 장마철에는 아예 운행을 멈춰야 한다는 논리와 같다"고 일축했다.
이어 "과거 전자 제어식 내연기관차가 처음 나왔을 때 엔진룸에 물이 들어가면 안 된다는 우려가 컸지만 지금은 자유롭게 세척하는 것과 같은 이치"라며 "만에 하나 발생할지 모르는 막대한 수리 비용에 대한 주유소 측의 부담감과 신기술에 대한 두려움이 합쳐진 과도기적 현상인 만큼 전기차 기술에 대한 대중의 이해도와 적응도가 높아지면 자연스럽게 해결될 문제"라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