테슬라 FSD 유럽 첫 사용 승인…자율주행 ‘넥스트 레벨’ 열린다

이창균 2026. 5. 9. 0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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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율주행차 대전
한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해외 주식 중 하나인 테슬라 주가는 지난해 말에 사상 최고가를 기록한 뒤 한동안 하향세였다. 주력 사업 분야인 전기자동차 시장의 글로벌 수요 둔화와 지정학적 불확실성 고조 등 때문이었다. 그러나 지난달부터 반등세가 두드러지고 있다. 테슬라 미래 사업 포트폴리오의 핵심인 자율주행자동차 시장에서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완전자율주행(Full Self-Driving, 이하 FSD) 시스템이 각광받고 있어서다. 지난달 10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정부는 유럽 최초로 테슬라 FSD 감독형 서비스 사용 승인을 발표했다. 테슬라 외에도 자율주행차 사업에 힘쓰고 있는 각국 기업은 지금을 중요한 전환기로 보고 있다.

테슬라의 ‘모델X’ 차량이 서울 도심에서 FSD 기능으로 주행되는 모습. 운전자가 핸들을 잡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도 밟지 않은 채 전방을 주시하면 중단 없이 작동된다. 중앙포토]
자율주행차 시장의 선발주자인 테슬라에 있어 유럽은 까다로운 시장이었다. 지난 수년간 FSD 승인이 보류됐다. 네덜란드의 이번 결정에 증시가 잇단 매수로 반응한 이유다. 자동차 업계 관계자는 “네덜란드가 약 18개월간 테스트를 거쳐 테슬라 FSD 감독형의 도입을 결정한 거로 안다”며 “다른 유럽연합(EU) 회원국도 네덜란드 사례를 참고해서 승인할 가능성이 커졌다”고 전했다. 외신에 따르면 테슬라는 올해 여름까지 EU 전체에서 승인받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앞서 테슬라 FSD 감독형을 승인한 나라는 미국·캐나다·중국·멕시코·호주·뉴질랜드, 그리고 지난해 11월 세계에서 7번째로 승인한 한국이다.

테슬라의 FSD가 게임 체인저로 꼽히는 것은 올해 4분기 이후 출시 예정인 FSD 비(非)감독형의 경우 세계가 사실상 처음으로 갖게 되는 ‘대중적인’ 레벨 3, 즉 현존하는 레벨 2를 획기적으로 넘어서는 자율주행 시스템이기 때문이다. 현재 일부 국가의 일부 지역에서 레벨 4 수준의 무인택시가 운행 중이지만 이는 제한적인 별도의 시장이라 동일선상에서 보기 어렵다. 미국자동차공학회에 따르면 자율주행 기술의 자동화 단계는 크게 여섯 갈래(레벨 0~5)다. 레벨 0은 운전자가 모든 주행을 수행하는 무(無)자율주행 단계다. 레벨 1은 운전자가 차량의 차선 유지 또는 크루즈 시스템 등 보조 기능을 사용하는 단계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레벨3, 비상상황 등에만 사람이 운전
레벨 2는 이보다 진화해 차량이 전후좌우 간격을 자동 조절하지만, 운전자가 핸들 위에 손을 올리고 상시 주시하면서 개입을 준비해야 한다. 이 때문에 레벨 2까지는 진정한 의미의 자율주행차로 보기 어렵다. 레벨 3부터는 완전히 달라진다. 레벨 3은 운전자가 시스템 요청 시에만 개입해도 되는 단계다. 레벨 4는 특정 지역의 무인택시처럼 운전자가 극히 제한된 상황에서만 개입해도 되는 단계다. 종착점인 레벨 5는 운전자가 아예 필요 없는 완전 자동화 단계다. 테슬라 FSD 비감독형이 도입되면 지금껏 일반에 상용화된 레벨 2를 넘어, 레벨 3 이상의 시대가 본격적으로 열리는 것이다.

업계 안팎에선 긍정적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일(현지시간) 미국 매체 일렉트렉(Eletrek)에 따르면 테슬라 FSD 감독형의 누적 주행거리는 100억 마일(약 160억㎞)을 넘어섰다. 고도의 자율주행 기술 구현을 위해 필요한 데이터를 그만큼 축적했다는 의미로, 올해 초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제시했던 FSD 비감독형 구현의 기준선이다. 시장 조사 업체 모도인텔리전스는 글로벌 자율주행차 시장이 레벨 3을 향한 질주에 힘입어 올해 2205억8000만 달러(약 326조원)에서 2031년 6563억7000만 달러(약 969조원)로 5년간 연평균 24.4% 성장, 3배 규모가 될 것으로 전망했다.

그래픽=이현민 기자
미국은 테슬라 외에도 구글의 자율주행 부문 기업 웨이모가 미국 내 일부 지역에서 무인택시 2500대 이상을 운행하는 등 자율주행 기술 선두를 달리고 있다. 다른 주요국도 경쟁에서 뒤처지지 않기 위해 사활을 걸고 있다. 중국은 전기차에 이어 자율주행차에서 규모의 경제를 앞세운 ‘굴기’를 도모하고 있다. 화웨이는 자율주행 기술 경쟁력 강화를 위해 향후 5년간 약 17조원을 투자한다고 발표했다. 진위즈 화웨이 스마트카솔루션사업부 CEO는 지난달 공식석상에서 “자율주행은 장기간 투자가 필요한 산업 분야”라며 이같이 밝혔다. 화웨이의 자율주행 플랫폼 ‘첸쿤’은 지난달 초 누적 주행거리 100억㎞를 넘어섰고 약 170만 대의 차량에 탑재되어 판매됐다.

국내 업체 누적 주행거리 테슬라 100분의 1
업계는 이런 데이터 축적 측면에서 화웨이를 테슬라의 강력한 경쟁상대로 보고 있다. 일본도 자율주행차 경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일본 정부는 2030년까지 세계 자율주행차 시장점유율 30%를 달성한다는 목표를 세웠다. 도요타는 이르면 내년에 레벨 4 수준의 차량을 도입한다는 계획을, 닛산은 2030년대 초까지 90%의 모델에 자율주행 기능을 탑재한다는 계획을 세웠다. 한국은 이에 맞서 레벨 2보다 진화했고 일부 조건에 한해 레벨 3 수준일 수 있는 ‘레벨 2+’의 자율주행 기술로 대결할 방침이다. 현대차는 올해 안에 출시할 제네시스 ‘G90’ 부분변경 모델부터 운전자가 일부 상황에서 핸들을 잡지 않아도 되는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최초 적용할 예정이다.

또 내년 말엔 차세대 소프트웨어중심차량(SDV)을 통해 이 기술을 고도화하고, 2028년엔 제네시스의 대형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에 고속도로뿐 아니라 도심 환경에서도 레벨 3에 근접한 ‘레벨 2++’ 자율주행 기술을 적용한다는 목표다. 기아는 내년 말까지 레벨 2+의 SDV 모델을 개발하고 2029년 초 레벨 2++ 탑재에 나서기로 했다. 다만 자율주행 데이터 전쟁에서 살아남기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더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미국·중국과 달리 데이터 축적을 위한 인프라가 제대로 뒷받침되지 않아서다. 나이스신용평가는 최근 보고서에서 한국 자율주행 기술이 미국·중국의 업계 선두 기업보다 3~4년 뒤처진 것으로 평가했다.

실제 올해 초 기준 모셔널(현대차그룹의 자율주행 기술 자회사)의 누적 주행거리는 1억6000만㎞로 테슬라의 100분의 1, 화웨이의 60분의 1 수준이다. 국내 과도한 규제가 자율주행 데이터 축적의 걸림돌이라는 지적에 정부는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다. 기업이 자율주행 인공지능(AI) 학습에 필요한 영상 데이터 원본을 행인 얼굴 모자이크 처리 없이도 바로 활용할 수 있도록 허용하는 법 개정을 다음 달 시행한다. 또 광주광역시를 자율주행 실증도시로 지정해 특정 구간이 아닌 도시 전체에서 자율주행차를 대규모 운행, 데이터를 축적하기로 했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학부 교수는 “한국 자율주행차의 누적 주행거리가 부족했던 건 과도한 규제 때문”이라며 “데이터 축적을 향한 정부의 꾸준한 정책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창균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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