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생 대주자만 하라는 법 있나요… 발이 아닌 방망이로 길을 열다, SSG 외야의 재발견

[스포티비뉴스=잠실, 김태우 기자] 채현우(31·SSG)는 리그를 대표하는 준족이다. 주루 플레이 하나는 리그에서 정상급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2루 도루는 물론, 1루에서 3루까지 뛰어 들어가는 스피드는 팀은 물론 리그 어디에 내놔도 손색이 없는 선수다.
그러나 이름표 앞에 붙은 ‘대주자’ 이상으로 나아가지 못해 아쉬움이 있는 선수였다. 2019년 신인드래프트에서 팀의 2차 8라운드(전체 76순위) 지명을 받아 입단한 채현우는 뛰어난 주력, 그리고 중견수를 볼 수 있는 수비 범위를 앞세워 1군 엔트리 진입 자체는 동기들보다 빨랐다. 하지만 그 임무 이상을 부여받은 기억은 거의 없다. 여기에 잦은 부상으로 고전하는 흐름도 있었다.
처음부터 1군 주전 선수가 되기는 어렵다. 신인이 타격에서 쟁쟁한 베테랑 선수들을 제치는 경우도 생각보다 많이 발생하지 않는다. 이 때문에 우선 수비나 주루에서 확실한 장기가 있어 1군 엔트리에 들어가고, 엔트리 내에서 주어진 기회를 잘 살려 주전으로 가는 경우들이 더 많다. 채현우는 전자는 충족한 선수였지만, 후자로 가지 못했다. 아무래도 타격 능력에서 다소간 약세를 보여줬다.
2019년은 한 타석에 나선 게 전부였고, 2020년은 16경기에서 24타석을 소화해 타율 0.130에 그쳤다. 제대 후 2023년과 2024년은 아예 타석 기회가 돌아오지 않았다. 지난해 그나마 가장 많은 41경기에 나가 52타석에 들어섰으나 타율은 0.188로 역시 2할이 안 됐다. 뭔가를 믿고 주전으로 내보내기는 표본이 못 미더웠다.

그런 채현우가 올해 자신에게 주어진 타격 기회를 잘 살리며 팀 외야의 활력소로 자리하고 있다. 올해 개막 엔트리에 포함됐다가 가벼운 몸 상태 문제로 말소된 뒤 5월 5일 1군에 재등록된 채현우는 7일까지 시즌 7타석에서 6타수 4안타에 희생플라이 하나를 기록하는 등 타격에서도 쏠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표본이 작기는 하지만 타율 0.667이었다.
지금까지는 경기 중간에 들어가 중·후반에 낸 성적이었다. 여기서 가능성을 본 이숭용 SSG 감독은 8일 잠실 두산전에 채현우를 선발 출전시켰다. 한유섬이 타격 부진으로 2군에 내려간 상황에서 이날 상대 선발이 좌완 웨스 벤자민임을 고려해 우타자인 채현우에게 기회를 준 것이다.
그냥 좌우 매치업만 본 게 아니었다. 이 감독은 경기 전 채현우의 선발 출전에 대해 “현우도 지금 치는 것을 보니까 손이 굉장히 앞에서 포인트가 잘 형성이 되어 있다”면서 이날 선발 출전 기회를 준 이유를 설명했다. 코칭스태프가 보기에도 현재 타격 메커니즘이 비교적 원활하게 돌아가고 있었던 것이다.
첫 타석부터 기분 좋게 안타를 때렸다. 0-0으로 맞선 2회 SSG는 1사 1루에서 오태곤이 좌전 안타를 치며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다만 조형우가 삼진으로 물러나 2사 상황이 됐다. 이 기회를 살릴 수 있느냐가 경기 초반 흐름을 좌우할 수 있었다. 여기서 채현우가 벤자민의 커브를 잡아 당겨 깔끔한 좌전 적시타를 쳤다. SSG의 길이 뚫리는 순간이었다.

채현우는 4회 두 번째 타석에서도 1사 1,3루 득점권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서 우익수 방면 희생플라이로 이날 두 번째 타점을 기록했다. 이날 2타수 1안타 1타점으로 시즌 타율 6할대(.625)를 유지하며 기분 좋은 하루를 보냈다.
사실 타격 메커니즘이 크게 달라진 것은 없다. 다만 타석에 임하는 전략이 달라졌다. 채현우는 경기 후 “내가 좋아하는 공을 많이 치려고 노력하고 있다. 어려운 공은 버리고, 자신 있는 것에 그림을 그려두고 거기에 들어오면 친다는 생각으로 타격에 임하고 있다. 존을 설정해 놓은 게 도움이 되는 것 같다. 어려운 공에 손을 대기보다는 내가 자신 있는 공을 치다 보니까 결과가 좋은 것 같다”고 말했다.
버릴 공은 버리고, 칠 공은 친다는 말이 당연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타석의 타자에게는 굉장히 어려운 일이다. 채현우도 “확실히 어렵다. 경기를 하다 보면 나도 모르게 내가 버려야 할 공이 스트라이크로 들어오니 손이 나가는 게 있다. 그것을 참느냐, 못 참느냐의 싸움인 것 같다”고 과제도 짚었다. 하지만 몸 상태도 최상이고, 타석에서 성공의 경험도 쌓인 만큼 자신감이 생길 법하다. 평생 대주자로 뛰라는 법은 없다. 채현우가 SSG 외야에 하나의 옵션을 더 추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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