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영업 포기합니다”…어버이날 햄버거 나눔 7년째

이봉한 기자 2026. 5. 8. 22: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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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미 롯데리아 신평점, 어르신 1000여 명에 무료 식사 선행
부자가 함께 이어온 효 실천…“베푸는 날이 더 행복하다”
▲ 롯데리아 고도현(왼쪽)점장과 고병헌 대표 부자가 어르신들에게 어버이날 햄버거를 나눠 드리고 있다. 이봉한기자

"오늘 하루는 영업을 포기하는 거죠. 그냥 어르신들께 베푸는 날입니다."

어버이날인 8일 오전, 구미시 신평동 롯데리아 신평점 앞에는 이른 시간부터 긴 줄이 이어졌다. 줄 끝에는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서 있었다. 매장 안에서는 햄버거와 음료가 쉼 없이 건네졌고, 계산대에는 가격표 대신 따뜻한 나눔의 마음이 놓였다.

이날 하루 매장을 통째로 지역 어르신들에게 내어준 이는 롯데리아 신평점을 운영하는 고영헌(62) 대표와 아들 고도현(32) 씨 부자다. 이들이 어버이날마다 무료 햄버거 나눔을 시작한 것은 올해로 7년째다.

고 대표는 "처음에는 작게 시작했는데 해마다 입소문이 나면서 규모가 점점 커졌다"며 "지난해에는 1000명 정도가 다녀갔고 올해는 더 많을 것 같다"고 웃었다.

행사가 열리는 이날만큼은 사실상 하루 영업을 접는다. 식재료비와 직원 인건비 등을 합치면 적지 않은 비용이 들어가지만, 부자는 한 번도 계산기를 두드리지 않았다. 고 대표는 "하루 비용만 따져도 1000만원 가까이 된다"며 "그래도 어르신들이 좋아하시니까 계속하게 된다"고 말했다.

▲ 어버이날인 8일 구미시 신평동 롯데리아 신평점 앞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무료 햄버거 나눔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봉한기자

특별한 홍보도 없었다. 매장 앞 현수막 한 장이 전부였지만, 어르신들은 서로 소식을 전하며 해마다 이곳을 찾았다. "누구에게 소개받아 왔다"는 이야기가 입소문처럼 퍼지며 이제는 지역의 대표적인 어버이날 풍경으로 자리 잡았다.

이 따뜻한 나눔의 시작에는 아들 고도현 씨의 제안이 있었다. 고 대표는 "어머니가 돌아가신 뒤 아들이 '어버이날에 어르신들께 작은 나눔을 해보면 어떻겠느냐'고 먼저 이야기했다"며 "평소에도 좋은 일을 하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는데 아들 말에 바로 시작하게 됐다"고 회상했다.

부자는 현재 매장 운영도 함께하고 있다. 고 대표는 "가게 문 열 때부터 아들이 함께했는데 너무 잘한다"며 흐뭇해했고, 고도현 씨는 "멀리서도 일부러 찾아와 주시는 어르신들을 보면 오히려 감사한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프랜차이즈 매장이지만 이번 행사는 본사와 관계없이 부자가 자발적으로 이어가는 나눔이다. 고 대표는 "나눔은 하는 사람도 좋고 받는 사람도 좋은 것 아니겠나"며 "내가 이곳에서 장사하는 동안은 계속 이어갈 생각"이라고 했다.

▲ 어버이날인 8일 구미시 신평동 롯데리아 신평점 앞에서 65세 이상 어르신들이 무료 햄버거 나눔을 받기 위해 길게 줄지어 서 있다. 이봉한기자

신평동에서 온 어르신들은 "자식들이 타지에 있어 친구들끼리 식사하려다 입소문을 듣고 찾아오게 됐다"며 "매년 이렇게 챙겨줘서 정말 고맙고 햄버거도 아주 맛있다. 어버이날인데 마음까지 든든해진다"고 입을 모았다. 또 "처음에는 지인이 알려줘 왔는데 이제는 해마다 기다리게 된다"며 "이런 따뜻한 마음 씀씀이가 참 감사하다"고 말했다.

구미에서 나고 자란 고 대표는 마지막까지 담담했다. 그러나 매장 안에서 환하게 웃으며 햄버거를 건네는 그의 모습에는 진심이 묻어났다. 어버이날 하루, 영업보다 효(孝)를 택한 부자의 선행은 올해도 구미의 따뜻한 풍경으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