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익위 “정승윤 전 사무처장, 김건희 사건 처리 전 尹 만난 정황”

국민권익위원회가 김건희 여사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처리에 관여한 정승윤 전 사무처장이 사건 처리 기간에 윤석열 전 대통령을 만난 정황을 포착했다고 8일 발표했다. 권익위는 정 전 처장이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건 처리에 대해 부정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며 국가수사본부에 정 전 처장 수사를 의뢰하겠다고 했다. 부산교육감 선거에 출마한 정 전 처장은 “정치 공작”이라고 반발하며 삭발했다.
지난 2023년 말 참여연대는 권익위에 ‘김 여사가 재미동포 최재영 목사에게서 명품 가방을 받은 것은 청탁금지법을 어긴 것’이라고 신고했다. 참여연대는 윤 전 대통령이 김 여사가 명품 가방을 받은 사실을 신고하지 않은 것도 청탁금지법 위반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권익위는 2024년 7월 ‘청탁금지법상 공직자의 배우자가 금품을 받은 경우 해당 배우자를 제재할 수 있는 조항이 없다’며 김 여사에 대해 종결(무혐의)을 결정했다. 윤 전 대통령에 대해서도 ‘김 여사가 받은 가방이 윤 전 대통령의 직무와 관련이 있다면 대통령기록물이라 신고 의무가 없고, 직무와 관련이 없다면 애초에 신고 대상이 아니다’라며 종결을 결정했다.
권익위는 지난 3월 이재명 대통령이 임명한 정일연 위원장이 취임한 직후 ‘권익위 정상화 추진 TF(태스크포스)’를 구성해 이 사건을 재조사했다. 정 위원장은 8일 오전 정부서울청사에서 재조사 결과를 발표하면서 “정 전 처장이 사건 접수 60일이 되는 날인 2024년 3월 18일 관저에서 윤 전 대통령과 비공식적으로 만난 정황을 확인했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정 전 처장이 사건 처리를 지연시켰고, 원칙적으로 담당 부서가 작성해야 하는 의결서를 직접 작성했고, 그 과정에서 (권익위 전원위원회에) 상정된 의안에 포함되지 않은 사항과, 회의 시 논의되지 않은 사항들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또 “조사관들의 의견은 달랐다”며 “종결로 처리해서는 안 됐다”고 했다. ‘김 여사와 윤 전 대통령이 청탁금지법을 위반했는지에 대해 권익위가 판단하지 말고 다른 기관으로 넘기자’는 조사관들의 의견과 다르게 정 전 처장이 권익위가 자체적으로 사건을 종결시켜 버리도록 유도했다는 취지다.
사건 처리에 관여했던 김모 전 부패방지국장은 나중에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와 관련해 정 위원장은 “정 전 처장이 고인에 대해 회의에서 발언권을 배제하고, 주요 사건 관련 업무에서 배제하며, 확실하지 않은 사실을 토대로 비난한 정황이 확인됐다”며 “직장 내 괴롭힘에 해당할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정 위원장은 다만 “정 전 처장이 김 전 국장에게 인사상 불이익을 주려는 의도가 있었는지를 면밀히 조사했는데, 구체적인 증거를 전혀 발견하지 못했다”고 했다.
권익위는 그러면서도 이 사건에 대한 기존 ‘종결’ 결론은 유지하기로 했다.
정 전 처장은 이날 오후 부산시의회 기자회견에서 “권익위의 발표는 일방적인 매도와 사실 왜곡”이라며 “부산교육감 선거를 앞두고 진행되고 있는 정치 공작”이라고 했다.
정 전 처장은 그가 윤 전 대통령으로부터 사건 처리에 관해 부정 청탁을 받았을 가능성이 있다는 권익위 발표에 대해 “이 사건 접수 이후에도 저는 권익위원장 직무대리 기간 국무회의에 참석했고, 사무처장으로서 업무차 대통령실을 수시로 방문했다”며 “시급을 요하지도 않는 일로 야간에 대통령을 만나 의논했다는 식의 주장에는 헛웃음이 나올 뿐”이라고 했다.
정 전 처장이 ‘종결’ 결론을 유도했다는 취지의 권익위 발표에 대해서는 “금품 수수는 도덕적·정치적 비난 대상이 되어야 마땅하지만, 권익위는 법 집행 기관”이라며 “종결 결론을 유지한다는 권익위 TF의 판단은 지극히 상식적이고 당연한 결론”이라고 했다. 또 “이 사건은 전원위원회 위원 15명의 표결로 결론이 도출됐고, 결정문도 전원위에서 처리된 것”이라며 “사건은 규정과 절차에 따라 투명하게 처리됐다”고 했다.
김 전 국장을 괴롭혔다는 권익위 발표에 대해서는 “고인에게 핵심 보직인 운영지원과장과 부패방지국장 전담 직무대리를 맡겼을 정도로 고인에 대한 신임과 신뢰가 각별했다”며 “‘갈등이 있었다’ ‘업무에서 배제했다’ ‘공개적으로 비난했다’는 식의 주장은 모두 소설”이라고 했다.
정 전 처장은 “‘김건희 명품 가방’ 사건에는 죄를 뒤집어씌우고, 처벌 조문이 명백히 존재하는 ‘전재수(더불어민주당 부산시장 후보) 명품 시계’ 사건은 묻어버리고 있다. 법이 반대편을 공격하는 도구로 전락한 국가 폭력에 항거하겠다”며 즉석에서 삭발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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