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을 넘어 전시와 몸의 감각으로…정다운도서관 ‘아트로그’가 보여준 문화예술 문해력

김현주 기자 2026. 5. 8.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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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다운 아트로그’ 시리즈를 통해 본 도서관 독서문화의 확장
#5 ‘도시의 리듬’ 전시 연계 춤 워크숍에서 #6 가족 감정일기 쓰기 워크숍으로 이어지는 감각의 독서
정다운도서관 '정다운 아트로그'시리즈  #5 '도시의 리듬' 전시 연계 춤 워크숍에서 참가자들이 몸의 감각을 새롭게 경험하고 있다. 사진=정다운도서관

[한국독서교육신문 김현주 기자]

도서관의 독서문화가 책장과 열람실을 벗어나 전시, 움직임, 감정 표현, 글쓰기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강남구립 정다운도서관이 운영하는 '정다운 아트로그' 시리즈는 지역 전시공간과 협력해 시민이 예술을 감상하고, 대화하고, 자신의 언어와 감각으로 다시 표현하도록 돕는 문화예술 독서 프로그램이다.

지난 3월 진행된 '정다운 아트로그 #5'는 이러한 흐름을 잘 보여준 사례다. 정다운도서관은 한솥아트스페이스에서 열린 신예린 작가의 개인전 《도시의 리듬》과 연계해 전시 도슨트 투어와 춤 워크숍을 결합한 프로그램을 운영했다. 프로그램명은 '도시의 리듬, 우리의 춤'이었다. 전시를 본 뒤 현대무용가 최보결 안무가의 안내에 따라 참여자들이 자신의 움직임을 천천히 관찰하고, 도시와 공간, 몸의 감각을 새롭게 경험하는 방식으로 구성됐다.

이 프로그램의 의미는 전시 관람을 '보는 일'에 머물게 하지 않았다는 데 있다. 신예린 작가는 도시에서 마주치는 사람들의 움직임과 관계, 우연한 흔들림과 변화의 순간을 작품으로 표현해 왔다. 정다운도서관은 이 전시를 단순한 미술 감상의 대상으로만 두지 않고, 참여자가 자신의 몸을 통해 작품을 다시 읽어보는 경험으로 연결했다. 책을 읽을 때 문장 사이의 의미를 해석하듯, 전시 공간에서는 선과 형태, 움직임과 거리, 감각과 정서를 해석하는 또 다른 읽기가 가능하다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독서교육에서 문해력은 오랫동안 문자 언어를 읽고 이해하는 능력으로 설명되어 왔다. 그러나 오늘날의 문해력은 글을 정확히 읽는 힘에만 머물지 않는다. 이미지, 공간, 몸짓, 감정, 관계 속에 담긴 의미를 읽고 해석하는 능력도 중요한 문화적 역량으로 다뤄지고 있다. 정다운 아트로그 #5는 이 지점을 도서관 프로그램 안에서 구체적으로 실험했다. 전시를 읽고, 몸의 움직임으로 반응하며, 자신의 감각을 알아차리는 과정은 넓은 의미의 문화예술 문해력과 맞닿아 있다.

정다운도서관의 시도는 서울시가 추진하는 '힙독' 흐름과도 연결된다. 서울도서관은 힙독클럽을 다양한 온·오프라인 독서활동과 책을 통해 시민이 소통하는 공공 독서클럽으로 소개하고 있다. 리딩몹, 노마드리딩, 독서키트 등은 독서를 조용한 실내 활동으로만 보지 않고, 사람과 공간, 경험이 만나는 활동으로 확장하려는 방향을 담고 있다. 정다운도서관의 아트로그 시리즈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지역 도서관이 어떻게 독서문화를 생활 가까이 끌어오는지를 보여준다.

특히 '정다운 아트로그'는 한 차례의 문화행사에 그치지 않고 시리즈로 이어지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2025년 12월 진행된 #4 프로그램은 '온기의 순간' 전시와 연계해 글, 드로잉, 콜라주 등을 활용한 진(zine) 만들기 워크숍으로 운영됐다. 엄마됨을 경험한 여성 양육자들이 자신의 감정과 경험을 풀어내는 자리로 마련됐다는 점에서, 전시 감상과 자기표현, 글쓰기 활동이 자연스럽게 연결됐다.

이어 오는 5월 9일에는 '정다운 아트로그 #6'이 예정돼 있다. 이번 프로그램은 전이수 작가의 개인전 《우린 사랑하기에도 시간이 부족하다》와 연계한 '우리 가족 감정일기 쓰기 워크숍'으로, 초등 1~2학년 어린이와 양육자가 함께 참여하는 가족 프로그램이다. 1부 전시 도슨트 투어에 이어 2부에서는 가족이 함께 감정을 돌아보고 일기로 표현하는 활동이 진행된다.

#5가 전시를 몸의 움직임으로 읽는 프로그램이었다면, #6은 전시를 가족의 감정 언어와 글쓰기로 이어가는 프로그램이다. 두 프로그램은 방식은 다르지만 같은 방향을 향한다. 예술을 감상하는 데서 끝내지 않고, 참여자의 삶과 언어, 관계 안으로 가져오도록 설계했다는 점이다. 이는 도서관이 책을 제공하는 공간을 넘어, 시민이 자신의 감각과 생각을 발견하도록 돕는 문화적 플랫폼으로 확장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정다운 아트로그'시리즈 #6 전시회를 포스터를 통해 도서관 이용자들에게 알리고 있다. 포스터=정다운도서관

공공도서관의 역할은 빠르게 달라지고 있다. 책을 빌리고 읽는 기능은 여전히 중요하지만, 시민이 읽은 것을 나누고, 본 것을 해석하며, 느낀 것을 말과 글로 표현하는 과정 역시 도서관의 중요한 역할이 되고 있다. 정다운도서관의 아트로그 시리즈는 이러한 변화 속에서 지역 문화공간과 도서관이 만날 때 어떤 교육적 가능성이 열리는지를 보여주는 사례다.

문해력은 글자를 읽는 힘에서 출발하지만, 결국 삶을 해석하는 힘으로 이어진다. 전시를 읽고, 몸의 감각을 관찰하고, 가족의 감정을 문장으로 남기는 일은 모두 넓은 의미의 읽기 활동이다. 정다운도서관의 '정다운 아트로그'가 보여준 가능성은 여기에 있다. 책 밖에서 시작된 경험이 다시 읽기와 쓰기, 대화와 성찰로 돌아오는 순간, 도서관의 독서문화는 한층 깊고 넓은 자리로 나아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