혁명엔 광장보다 토론·설득의 밀실이 필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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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랍의 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만, '아랍의 겨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당시 아랍 국가의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집하면서 독재 정권을 끌어내렸으나, 혁명의 불꽃이 꺼지자 군사 쿠데타나 내전이라는 반동에 직면해야 했다.
미국 언론 '디 애틀랜틱'의 수석 에디터인 갈 베커만은 아랍의 봄에서 부족했던 것은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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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아랍의 봄을 기억하는 이는 많지만, '아랍의 겨울'에 대한 관심은 상대적으로 적다. 당시 아랍 국가의 시민들은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결집하면서 독재 정권을 끌어내렸으나, 혁명의 불꽃이 꺼지자 군사 쿠데타나 내전이라는 반동에 직면해야 했다. 무엇이 부족했던 것일까.
미국 언론 '디 애틀랜틱'의 수석 에디터인 갈 베커만은 아랍의 봄에서 부족했던 것은 혁명을 준비하는 시간이었다고 말한다. 세상을 바꾼 혁명적 사건의 이면에는 공통적으로 지난한 이념적 숙의와 치밀한 계획 수립을 가능하게 하는 '조용하고 폐쇄적인 네트워크'가 있었다는 것이다. 주목 경쟁과 분노에 매몰된 도구인 SNS의 한계를 지적하며 새로운 '혁명의 보금자리'가 필요하다고도 역설한다.
저자에 따르면 성공하거나 역사를 바꾼 혁명은 '인큐베이팅'의 시간을 거쳤다. 동시대에 받아들여질 리 만무한 생각이 치열한 토론과 설득을 통해 현실성을 갖추게 되고, 이 지난한 과정에 참여한 이들이 동일한 정체성과 이념을 공유하며 연대의식을 갖게 되는 데는 시간이 걸린다는 뜻이다.
느리지만 사유를 이끌어내는 '매체'들은 인큐베이팅을 도왔다. 당국의 감시를 피하기 위해 소련의 반체제 인사들은 박엽지에 시민권을 주장하는 글을 쓰고 나누는 자가 출판 운동인 '사미즈다트'를 전개하며 체제에 효과적으로 저항했다. 아프리카 독립운동의 이념적 주춧돌이었던 '반식민주의'는 1935년 영국령 골드코스트(현 가나)에서 발행된 일간 신문의 한 자투리 코너인 '투덜이 구역'에서 태동했다. 이외에도 책에는 편지와 청원서, 선언문, 소규모 신문, 독립 잡지가 낳은 혁명적 사고가 소개돼 있다.
누구나 자신의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소셜미디어는 '사유의 인큐베이터'가 될 수 있는가. 저자는 페이스북, 엑스(X)와 같은 개방적이고 수평적인 소셜미디어에서는 어렵다고 짚는다. 건설보다는 파괴를, 이성적인 신중함보다 감정적인 분노를 극대화하는 '증폭기'에 가깝다는 이유에서다. 수많은 게시물과 알림이 이용자의 오감을 빼앗는 가운데 생각을 정리해 이념적 일관성을 갖추고, 혁명에 이르는 전략을 수립하는 인내심과 진지함을 갖추기는 어렵다. 아랍의 봄이 싹을 틔우고 꽃을 피우기도 전에 겨울을 맞은 이유다. 저자는 이렇게 꼬집는다. "페이스북은 두 가지 경향을 부추겼다. 바로 무조건 거부하는 태도와 감정이다."
온라인과 모바일이 점령한 시대, 혁명을 위한 인큐베이터는 어디에 있을까. 저자는 21세기 미디어 환경에서도 조용하고 폐쇄적인 작은 공동체의 가능성을 봤다. 와츠앱, 디스코드, 스냅챗, 슬랙, 시그널 등과 같은 채팅앱이다. 개인정보가 보호되는 폐쇄형 커뮤니티 기반으로 소통하는 구조가 적용되는 공간이다.
[최현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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