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권총을 우편 배송까지 한다고…“총기 폭력 피해자 모욕”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약 100년 동안 금지되었던 연방우체국(USPS)을 통한 권총 배송을 허용하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이에 24개주 주 법무장관들이 총기 범죄 확산을 우려하며 즉각 반발하고 나섰다고 7일 에이피(AP) 통신이 보도했다.
논란의 시작은 지난 1월 법무부가 1927년 제정된 총기 우편 배송 금지법을 ‘위헌’으로 규정하면서부터다. 당시 의회는 범죄 억제를 위해 면허를 가진 판매업자를 제외하고 일반인의 은닉 가능 총기(권총 등) 우편 발송을 금지했다. 그러나 현 법무부는 수정헌법 제2조(총기 소지의 자유)에 따라 일반 시민의 총기 배송 의뢰를 거부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이에 따라 연방우체국은 최근 제조·판매업자가 아닌 일반인도 권총과 리볼버와 같은 휴대용 총기를 우편으로 보낼 수 있도록 하는 개정안을 제안했다. 지금까지는 장총·산탄총에 한해, 총알을 제거한 채 분해된 상태의 총기류 배송만 허용하고 있었다. 우정국은 개정안에 주 경계를 넘어 우편을 보내는 경우 수령인이 직접 개봉한다는 전제 등을 담아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다.
이에 민주당 주지사가 있는 24개주 주 법무장관들은 4일 연방우체국에 서한을 보내 개정안 철회를 촉구했다. 특히 2017년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가 발생했던 네바다주의 애런 포드 주 법무장관은 “범죄자들이 더 총기를 쉽게 구할 수 있도록 하자는 건 총기 폭력 피해자와 법 집행기관에 대한 모욕”이라고 거세게 비난했다. 라스베이거스 총기 참사는 2017년 10월1일 라스베이거스의 만달레이베이 호텔 객실에서 한 총격범이 맞은 편 음악 페스티벌에 참가한 2만2000명 관중을 향해 총기를 난사해 60명이 숨지고 850명 이상이 다쳤던 사건으로 ‘미 현대사에서 최악의 총기 난사사건’이라고 불린다.
이들 주 법무장관들은 우편 배송이 허용되면 중범죄자나 가정폭력 전과자 등 합법적으로 총기를 소지할 수 없는 사람들이 더 쉽게 총기를 구할 수 있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또 각 주에서 총기 안전 교육, 신원 조회, 정신 건강 이력 확인 등을 통해 총기 소유를 규제하고 있는데, 우편으로 주 경계선을 넘나들게 되면 이런 규제들이 무력화될 것으로 내다봤다. 수사기관은 우편 배송 총기를 추적하기 위한 새 시스템을 구축해야 할 테고, 거기 드는 예산도 주에 부담이 추가될 것으로 내다봤다.

총기 옹호 단체들과 총기 규제 요구 단체들은 격렬한 찬반 의견을 내놓으며 대립하고 있다. 전미총기협회(NRA)는 “트럼프 행정부 덕분에 법을 준수하는 총기 소유주들이 상식적인 안전 조건 하에 총기를 배송할 수 있게 됐다”며 이번 조치를 총기 옹호론자들의 승리로 평가했다. 반면 총기 규제 요구 단체인 ‘에브리타운포건세이프티’는 “우체국이 불법 무기 밀매 통로가 될 것이며 경찰은 총기 범죄를 예방하기 어려워질 것”이라고 비난했다.
정유경 기자 edg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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