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만금 잼버리 늪에 빠진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아직도 주인 찾는 중”

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2026. 5. 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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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허허벌판 새만금 매립지에 ‘덩그러니’…잼버리 ‘아픈 상처’
잼버리 실패한 국제행사 낙인 뒤…갈 길 잃은 ‘청소년 리더센터’
잼버리 파행으로 활용 방안 ‘먹구름’…연간 운영비 23억원 추산
텅 빈 건물 지키고 잡초 제거하는 데만 매년 2억6000만원 소요

(시사저널=정성환 호남본부 기자)

지난 4일 오후 사방을 둘러봐도 기댈 곳 하나 없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매립지 관광레저용지 1지구. 끝없이 펼쳐진 초원 한쪽 편에 석조 건물이 나홀로 서 있었다.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당시 건립된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다. 

보도블록 사이에는 잡초가 듬성듬성 솟아올랐다. 차 한 대 없이 텅 빈 채 주차장은 태양광 패널 만이 덩그러니 지붕을 덮고 있었다. 건물 안쪽으로 다가가자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거창한 청사진이 무색할 만큼 인적이 끊겨 적막했다. 혼자 전담해 건물을 지키고 있다는 60대 초반의 관리인은 '어디서, 무슨 일로 왔느냐'고 캐물었다. 

광활한 새만금 매립지 들녘 너머로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가 홀로 서 있다. 청소년 문화·관광 중심지의 장밋빛 청사진은 온데간데없고, 마땅한 활용방안을 찾지 못한 채 외딴섬처럼 방치돼 있다. ⓒ시사저널 정성환

450억짜리 짓자마자 '애물단지'…잼버리 끝났는데 수년째 방치

수백억 원의 혈세가 들어간 새만금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한동안은 소리 없이 광활한 새만금 매립지를 유령처럼 홀로 지켜야 할 운명에 처하게 됐다. 2023년 열린 새만금세계스카우트(이하 새만금잼버리)대회가 실패한 국제행사로 낙인이 찍히면서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의 향후 활용 방안에도 먹구름이 끼게 된 것이다. 잼버리대회 기간 중 완공되지 못해 반쪽 운영으로 애를 먹이더니 이제는 당초 계획이 무산되면서 마땅한 활용 방안을 찾지 못해 골머리를 앓고 있다. 영락없이 '애물단지'가 될 처지다.

지난 2021년 2월,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개발사업 시행자로 전북특별자치도가 지정될 때 만해도 지금의 처지가 될 줄을 몰랐다. 잼버리 대회 이후 세계청소년의 국제교류공간으로 사용할 목적을 구상하는 등 장미빛 환상에 젖어 있었다.

글로벌 청소년 리더센터 건립 사업비는 총 450억 원(국비 1억원, 도비 449억원·감사원 보고서)으로, 부지 14만1839㎡(건축면적 3516㎡) 포함 총면적 8,525㎡에 이르는 지상 3층 규모다. 이곳의 운영·유지비는 매년 23억 원가량으로 추산된다. 잡초 제거 등 유지관리비만 연간 2억6000만원 가량이 소요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4일 오후 사방을 둘러봐도 기댈 곳 하나 없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매립지 관광레저용지 1지구.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당시 건립된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가 끝없이 펼쳐진 초원 한쪽 편에 나홀로 서 있었다.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거창한 청사진이 무색할 만큼 인적이 끊겨 적막했다. 보도블럭 사이에는 잡초가 듬성듬성 솟아올랐다. ⓒ시사저널 정성환
지난 4일 오후 사방을 둘러봐도 기댈 곳 하나 없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매립지 관광레저용지 1지구 내 글로벌청소년리더센터. 차 한 대 없이 텅 빈 채 주차장은 태양광 패널 만이 덩그러니 지붕을 덮고 있었다. ⓒ시사저널 정성환

장미빛 청사진 내밀더니…골칫거리 전락 처지

센터 건립은 잼버리 대회 개최의 공약 조건 중 하나였다. 새만금잼버리 대회 기간 중 운영본부와 잼버리 종합병원 등으로 활용되고 그 이후에는 시설과 운영시스템을 기반으로 다양한 프로그램을 개발해 운영키로 했다. 특히 주변 관광자원과 연계해 케이팝(K-pop) 축제나 전시 공연 등 청소년의 각종 체험학습은 물론 가족 단위 체험이 가능한 매력적인 프로그램을 도입해 새만금을 문화 관광 중심지로 이끄는 선도시설로 활용할 계획이었다.

여성가족부가 2020년 10월 기획재정부에 제출한 '제25회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국제행사 개최 변경 계획서' 등에 따르면 잼버리 조직위는 "새만금 잼버리 부지 활용 차원에서 글로벌 리더센터를 건립해 청소년 체험 관광의 거점으로 개발할 경우 매년 1만2000여명의 방문객이 새만금을 찾아올 것"이라며 "매년 전라북도에 41억원의 생산, 74명의 고용이 창출될 것으로 분석된다"고 장밋빛 전망을 제시했다.

그러나 정작 대회 기간에는 우려가 현실화돼 '반쪽' 운영에 그쳤다. 잼버리 조직위가 미완성된 센터의 사용을 요청하자 전북도는 대회 시작 8일 전 임시로 '준공 전 사용허가' 결정을 내리는 등 센터는 건립 전부터 우여곡절을 겪었다. 

당초 새만금 잼버리대회가 열리기 전인 2023년 6월 완공예정이었다. 하지만 공기를 맞추지 못하고 임시사용 승인을 받아 잼버리대회 기간 대회본부와 잼버리병원으로 사용했다. 환경영향평가와 같은 복잡한 절차로 인해 부지매립이 지연된 탓이다. 부지는 2020년부터 매립을 시작했으나 도로, 배수로 등을 갖추느라 건물 신축공사는 2022년 6월에서야 착공했다. 자연히 준공도 1년 늦어져 대회가 끝난 뒤인 2024년 6월에야 겨우 마무리됐다. 

부지 매립 지연으로 대회 전 준공도 마치지 못한 이 건축물은 저지대에 건립돼 침수피해를 걱정해야 할 처지라는 지적도 나온다. 센터가 들어선 부지는 농생명용지 수준으로 낮게 매립된 상태에서 건축물이 지어졌다. 건물은 주변 토지 보다 겨우 30㎝ 밖에 높지 않아 폭우가 내릴 경우 침수피해가 우려됐다. 실제로 새만금 잼버리가 열린 야영장 부지는 집중호우가 내릴 경우 배수가 잘 되지 않아 물바다로 변할 정도였다. 

어쩌다가 잼버리 폐막 후 2년여간이나…운영 주체 못 찾았나

더욱 문제는 수백억원의 혈세가 들어간 해당 센터의 마땅한 활용방안이 없다는 점이다. 사업 시행자인 전북도에서도 리더센터 활용을 위해 다각적인 방법을 찾아 나섰지만, 건물을 맡을 주체를 찾기가 쉽지 않았다. 

실제 전북도는 잼버리 유치 당시 한국스카우트연맹에 시설 운영을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연맹이 매년 20억~30억 원의 운영비 부담을 요구하면서 협상이 결렬됐다. 이후 도의회 등에서 문제가 제기됐고 도교육청과 협력해 국제교육원 전환을 추진했다. 도의원들은 센터를 전북교육청의 국제교육원으로 활용하면 전북도와 도교육청 모두 이득이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이를 추진하던 서거석 교육감이 중도에 낙마하면서 흐지부지된 상태다. 

이 과정에서 전북도와 교육청 간 입장 차이만 드러났다. 전북도의회 이수진 의원은 지난달 9일 낸 보도자료를 통해 "전북도는 교육청의 권한대행 체제로 의사 결정이 지연됐다고 설명했지만, 교육청은 접근성·재정 부담·시설 용도 문제 등이 해결되지 않아 보류됐다는 입장을 내놓았다"고 지적했다. 현재 도교육청은 '새 교육감이 와야 재논의가 가능하다'며 국제교육원 전환에 부정적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지난 4일 오후 사방을 둘러봐도 기댈 곳 하나 없는 전북 부안군 하서면 새만금 매립지 관광레저용지 1지구. 2023년 새만금 세계스카우트잼버리 대회 당시 건립된 '글로벌 청소년리더센터'가 끝없이 펼쳐진 초원 한쪽 편에 나홀로 서 있었다. '글로벌 인재양성'이라는 거창한 청사진이 무색할 만큼 인적이 끊겨 적막했다. ⓒ시사저널 정성환

파행 잼버리 유산 '청소년 리더센터' 활용법 찾나

건물을 이대로 방치하면 전북도 재정에도 큰 부담이 될 수 있다. 하지만 어렵사리 건축물 용도를 '청소년수련시설'에서 '교육연구시설'로 변경하는 등 행정 절차를 거쳐 도교육청이 국제교육원으로 활용한다 해도 적잖은 추가 예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전북교육청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전북국제교육원(가칭)으로 쓰기 위해선 개조 비용만 40억원이 예상된다. 교육 목적에 맞게 건물 내 공간을 바꾸고  추가로 부대시설을 갖춰야 하기 때문이다. 최근에는 일부 민간업체와 군부대가 드론 교육훈련장으로 사용 가능성을 염두에 두고 현지를 다녀간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건물을 어떻게 활용할 것인지에 대한 논의 과정도 부실했다는 지적이 나온다. 청소년 리더센터는 새만금 잼버리 당시 운영본부로 사용된 이후 현재까지 운영 주체와 활용 방향이 명확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다.

이수진 전북도의회 의원은 "(건물 관련) 조례 이행 내용이 없고, 최근 3년간 도지사 보고나 결재 문서도 확인되지 않았다"며 "교육청 이관 검토 역시 공문 2건에 그쳐 정책 결정 절차가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핵심은 운영 주체가 아니라 결정 과정의 기준과 절차"라며 "조례 이행과 공론화 절차를 전제로 합의 구조를 다시 짜야 한다"고 덧붙였다.

김슬지 도의원은 "막대한 예산이 투입된 센터가 뒤늦게 준공됐지만 마땅한 활용 방안이 없어 애물단지로 전락할 위기"라며 "빠른 문제 해결을 위해 도의회, 전북도, 도교육청이 적극적으로 협력해야 한다"고 말했다.

전북도 관계자는 "다각적인 활용 방안을 모색하고 있지만 현재 입장에서는 교육청에서 운영하는 것이 지역 청소년들을 위해 효과적으로 활용할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한다"며 "전북교육청이 리더센터를 국제교육원으로 활용한다면 행정, 재정적 지원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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