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오픈AI·구글까지…글로벌 AI 거물들, 왜 한국 택했나

조유빈 기자 2026. 5. 8. 1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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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조·반도체 다 갖춘 ‘AI 풀스택’…빅테크 필수 파트너로 부상
4대 기업과도 손잡아…‘치맥 회동’ 넘어 속도내는 ‘AI 동맹’

(시사저널=조유빈 기자)

샘 올트먼, 젠슨 황, 데미스 허사비스. AI 시대를 대표하는 인물들이 잇따라 대한민국 서울을 찾고 있다. 오픈AI·엔비디아·구글 딥마인드까지 글로벌 빅테크들이 한국과의 'AI 동맹'을 공개적으로 언급하며 협력 행보에 속도를 내는 모습이다. 이에 제조·반도체 인프라를 갖춘 한국이 글로벌 AI 산업의 핵심축이자 'AI 전진기지'로 급부상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 정부와 기업을 상대로 연쇄 동맹을 맺으며 대규모 투자 보따리를 푸는 배경은 무엇일까. 빅테크의 러브콜이 정부의 'AI 3대 강국' 승부수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에도 관심이 쏠린다.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가 지난해 10월30일 서울 삼성동 한 치킨집에서 진행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 치맥 회동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국과 '연쇄 동맹'…4대 그룹이 주요 동력

최근 알파벳(구글 모회사) 산하 AI 연구 기업인 구글 딥마인드가 한국과의 전방위적 AI 협력을 약속했다. 딥마인드를 이끄는 수장이자 '알파고의 아버지'로 익히 알려진 데미스 허사비스 CEO가 '알파고 대국 10주년'이라는 상징적 시점에 방한해 업무협약을 체결한 것이다. 협력의 기지가 될 공간은 서울 강남구에 조성할 구글 'AI 캠퍼스'다. 구글 딥마인드는 본사 소재지인 영국 밖에서는 처음으로 서울에 AI 캠퍼스를 세우겠다고 밝히며 한국을 글로벌 연구·협력 거점으로 삼겠다는 의지를 드러냈다. 

허사비스 CEO의 다음 행보는 4대 그룹 총수와의 회동이었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과의 만남을 시작으로 구광모 LG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최태원 SK그룹 회장을 차례로 만났다. 현대차와는 로봇용 AI 파운데이션 모델 개발을, 삼성과는 차세대 AI 칩 설계 협력 및 온디바이스 AI 확산 방안을 논의했을 것으로 예상된다. LG전자와는 가전 생태계 접목, SK그룹과는 AI 인프라 구축 등의 의제를 협력 테이블에 올렸다는 관측이 나왔다.

글로벌 빅테크가 한국과의 AI '연쇄 동맹'에 나서고 있다. 지난해 10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의 이른바 '치맥 회동'은 그 자체로 동맹을 상징하는 장면이 됐다. 세계 최대 AI 반도체 기업인 엔비디아와 한국을 대표하는 반도체·모빌리티 기업 수장들의 공개적인 만남에 시선이 쏠린 것이다. 당시 엔비디아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CEO 서밋에서 GPU 26만 장 이상을 한국에 공급하겠다는 '빅딜'을 발표하기도 했다. 4월말에는 젠슨 황 CEO의 장녀인 매디슨 황 엔비디아 옴니버스·로보틱스 제품 마케팅 수석이사가 방한해 현대자동차와 LG전자, 삼성전자, SK하이닉스 등과 추가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 역시 지난해 10월 방한해 삼성전자·SK하이닉스와 반도체 분야 등에서 협력 체계를 구축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을 발표한 바 있다. 두 기업을 고성능 메모리 반도체를 공급하는 핵심 파트너로 합류시킨 것이다. 오픈AI는 당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도 AI 생태계 조성을 위한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데미스 허사비스 구글 딥마인드 최고경영자(CEO)가 27일 서울 종로구 포시즌스호텔에서 열린 과기정통부-구글 딥마인드 MOU 체결식에서 인사말을 하고 있다. ⓒ연합뉴스

빅테크 수장이 말하는 한국의 가능성

글로벌 빅테크 기업들은 왜 잇따라 한국에 러브콜을 보내는 것일까. 한국이 AI 시대에 필요한 반도체·데이터센터·제조·소비 생태계를 모두 갖추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한국은 HBM 등 AI용 GPU 성능을 좌우하는 핵심 부품의 공급처다. 샘 올트먼 오픈AI CEO가 "한국 반도체 없이 AI 확산은 불가능하다"고 언급한 배경이다. AWS도 AI 데이터센터와 인프라에 10조원가량을 투자하기로 했는데, 이 역시 한국을 안정적으로 AI 인프라를 운용할 수 있는 네트워크 거점으로 본다는 방증이다.

칩 생산뿐 아니라 데이터센터·클라우드 인프라, AI를 실제로 적용할 수 있는 자동차·로봇·가전 산업까지 이어지는 가치사슬을 갖고 있다는 것도 강점이다. 류제명 과학기술정보통신부 제2차관은 "한국은 반도체부터 AI 모델·클라우드·운영까지 모든 레이어를 갖추고 있다"며 "우리나라처럼 'AI 풀스택 생태계'를 갖추고 있는 국가는 많지 않다"고 강조했다. 필요한 메모리는 현지에서 조달하고, 이를 활용해 AI 팩토리와 데이터센터를 구축한 뒤 공장·로봇·자율주행차 등에 적용할 수 있다는 얘기다. 이 과정에서 축적되는 실사용 데이터를 다시 설계와 운영에 반영하는 선순환 구조도 가능하다.

특히 피지컬 AI를 구현하기 위해서는 하드웨어 기술력이 필수적이다. 허사비스 CEO는 한국이 차세대 AI 시대를 이끌 선두 주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면서 핵심 강점으로 반도체 제조 역량, 로봇 공학 인프라, 연구 역량을 꼽았다. 그는 "한국의 제조 역량과 하드웨어 기술은 딥마인드 AI 모델이 현실세계에서 가치를 창출하는 데 필수적 요소"라고 강조했다. 젠슨 황 엔비디아 CEO도 "한국은 로봇을 만들 수도 있고, 그 로봇을 공장에서 직접 사용할 수도 있는 거의 유일한 나라"라고 평가한 바 있다.

한국은 소비자의 AI 도입 속도가 빠른 시장으로도 꼽힌다. 생성형 AI 사용 경험이나 AI 에이전트에 대한 수용 의향이 전 세계적으로 상위권에 속하는 얼리어답터 시장이다. 새로운 기능을 빠르게 실험하고 정교하게 다듬을 수 있는 테스트베드로서의 매력도 큰 것이다. 또 정부가 AI 인프라·데이터센터·AI 인재 양성 등 AI 산업 발전에 대한 전방위적인 의지를 보이고 있는 만큼, 정책 리스크도 낮다는 평가를 받는다.

한국은 글로벌 빅테크와의 협력 과정에서 '디지털 주권(소버린 AI)'을 확보해야 하는 과제가 생겼다. 오픈AI는 최근 한국 정부에 제출한 보고서에서 자국 중심의 독립적 생태계 구축과 글로벌 협력을 병행하는 '듀얼 트랙' 전략을 제안했다. 파운데이션 모델과 인프라를 자국화하면서도 프런티어 기업과의 협력을 병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윤정현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연구위원은 "한국은 반도체와 제조 우위를 바탕으로 글로벌 공급망에서 유의미한 역할을 수행하는 'AI 중견국'으로 인식되고 있다"면서 "데이터와 인프라를 운영·조정할 수 있는 전략적 자율성을 확보하고, 미국 등과의 파트너십을 활용해 고비용 요소의 부담은 상쇄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이어 "피지컬 AI 모델 개발 등 비교 우위 분야에서 도전적 연구를 주도하는 전략적 협력을 모색해야 하며, 한국의 강점인 HBM 설계 및 제조 경쟁력의 초격차를 강화해 한국의 수혜 효과 및 레버리지 수단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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