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원 빈국’의 대반전…충북 영동에서 ‘세계 최대’ 매장량 일라이트 발견 [김형자의 세상은 지금]
반도체·의료·친환경 산업까지…차세대 전략자원 급부상
(시사저널=김형자 과학칼럼니스트)
현대 산업사회에서 천연 광물자원은 국가 경쟁력을 결정짓는 핵심 요소다. 특히 반도체와 이차전지 같은 미래 먹거리 산업의 성패가 광물자원 확보에 달려 있는 만큼, 전 세계는 지금 보이지 않는 '자원 전쟁'을 치르는 중이다. 이러한 흐름 속에서 희귀성과 기능성을 고루 갖춘 고부가가치 광물을 선점하는 일은 국가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위한 필수 과제다.
지금껏 우리나라는 지하자원 혜택이 거의 전무한 자원 빈국으로 인식되어 왔다. 오죽했으면 대한민국의 유일한 자원은 인적자원이라고 했을까. 그런데 최근 충북 영동군에 희귀 광물인 '일라이트(illite)'가 세계 최대 수준으로 매장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져 큰 주목을 받고 있다.
영동군이 한국지질자원연구원에 의뢰해 조사한 결과에 따르면, 이 지역의 일라이트 매장량은 약 1억450만 톤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조사는 2024년부터 올해까지 약 2년간 추진됐다. 이는 중국 등 해외에서 확인된 대형 광산의 매장량이 보통 500만 톤 수준인 것과 비교하면 압도적인 규모다.
일라이트는 납·카드뮴·수은 등 유해 중금속을 흡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또 원적외선을 방출해 토양 속 해로운 물질을 정화하는 효과도 지니고 있어 '신비의 광석'이라 불린다. 이 같은 희귀 광물이 우리 땅에 대규모로 묻혀 있다는 것은 국가적으로 고무적인 일이 아닐 수 없다. 따라서 이를 국가 차원의 전략 자원으로 삼고 적극적으로 육성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고순도 품질 매장…'K광물' 전략 자원 부상
일라이트가 세상에 처음 이름을 알린 것은 1937년 미국 일리노이주에서였다. 당시 일리노이 주립대의 그림(Grim) 박사 연구팀은 진흙이 굳어 형성된 암석(이질암)에서 점토 입자 크기의 아주 작은 운모(규산염의 일종)를 발견했다. 연구팀은 이 새로운 광물에 발견 지역의 이름을 따서 '일라이트'라고 명명했다.
일라이트는 알루미늄 성분을 포함한 함수 규산염 광물에 해당한다. 간혹 '일라이트 금속'이라 부르기도 하지만, 엄밀히 말하면 금속 자체가 아니라 금속 성분을 품고 있는 운모족 점토 광물로 분류된다. 화학적으로 칼륨·알루미늄·규소 등이 주성분인 일라이트는 시루떡처럼 얇은 층이 겹겹이 쌓인 '층상 구조'를 이루는 것이 특징이다. 얇은 층과 층 사이에는 눈에 보이지 않는 미세한 틈이 무수히 존재하는데, 바로 이 독특한 틈새 구조가 일라이트만의 다재다능한 효능을 만들어내는 핵심 비결이다.
일라이트의 가장 큰 물리적 강점은 강력한 흡착력과 양이온 교환 능력에 있다. 일라이트 입자는 현미경으로 보아야 할 정도로 미세하지만, 그 표면적은 매우 넓어 주변의 유해 물질이나 중금속을 자석처럼 끌어당겨 내부에 가두는 성질이 뛰어나다.
또한 상온에서도 인체에 유익한 원적외선을 다량 방사하며, 스스로 세균을 억제하는 항균 기능과 냄새를 없애는 탈취 효과를 동시에 지니고 있다. 여기에 수분을 스스로 조절하는 능력까지 갖추고 있어, 일라이트는 단순한 돌덩이를 넘어 환경을 정화하고 생명 활동을 돕는 '살아있는 광물'로 평가받는다.
이러한 독보적인 특성 덕분에 일라이트는 우리 몸과 환경에 놀라운 효능을 발휘한다. 우선 뛰어난 정화 능력을 바탕으로 수질 오염물질이나 대기 중 미세먼지를 효과적으로 제거해 깨끗한 환경을 만든다. 특히 일라이트에서 뿜어져 나오는 원적외선은 우리 몸 깊숙이 침투해 심부 온도를 높임으로써 혈액순환을 원활하게 하고 면역력을 강화하는 데 도움을 준다.
이와 함께 유해 세균의 증식을 막아주는 항균 기능이 더해져 일상의 위생을 돕는다. 최근에는 마스크팩, 비누 같은 미용 제품은 물론 건강 매트, 기능성 의류, 건축 및 농업용 자재에 이르기까지 그 활용 범위가 비약적으로 넓어지고 있다. 예컨대 공기청정기 필터에 일라이트 원사를 채택하면, 강한 항균·살균력을 통해 필터의 세균 번식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일라이트는 캐나다 퀘벡주, 미국 일리노이주와 펜실베이니아주, 중국 쓰촨성, 호주 등에 분포되어 있다. 하지만 이들 지역의 매장량은 소량인 데다 대부분 다른 광물과 뒤섞여 있어 순도가 낮고, 채굴 경제성이 떨어지는 경우가 많다.
반면 충북 영동 지역에서 발견되는 일라이트는 세계적으로도 보기 드문 고순도로 매우 우수한 품질을 자랑한다. 특히 영동 지역은 단일 광구로는 세계 최대 수준의 매장량을 보유하고 있어 학계와 산업계 모두가 주목하는 곳이다. 사실 현재까지 전 세계에서 상업적·경제적 가치가 충분하다고 입증된 일라이트 산지는 영동이 유일하다.

탄소중립 흐름에 세계시장 수요 확대 전망
이러한 잠재력에 주목한 충북 영동군은 지난해 국비 등 230억원을 투입해 영동산업단지에 '일라이트 지식산업센터'를 건립했다. 아울러 미국 점토광물학회 등 국제기구와 접촉해 일라이트를 국제 표준시료로 등록하기 위한 절차를 밟는 등 산업화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자원 빈국 한국이 일라이트라는 세계적 희귀 자원을 보유하고 있다는 사실은 우리에게 더할 나위 없는 기회다. 이제는 이 귀한 자원을 단순히 원석 형태로 수출하는 저부가가치 산업의 틀에서 벗어나 국가 차원의 전략 산업으로 육성해야 한다.
예를 들어 일라이트를 나노 입자로 정밀하게 가공해 첨단 반도체 공정용 필터나 고기능성 의료용 소재로 상용화하면 어떨까. 이는 기존 광물 시장의 수익 구조를 완전히 뛰어넘어, 상상 이상의 막대한 경제적 부가가치를 창출하는 핵심 동력이 될 것이다.
또한 일라이트를 활용해 친환경 그린 정책과 연계하는 전략도 필수적이다. 일라이트의 탁월한 정화 능력을 수질 및 대기 질 개선 사업에 적극적으로 도입한다면, 환경 문제 해결과 산업 육성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을 수 있다. 이를 위해 정부는 일라이트의 '표준화 규격'(일라이트의 품질, 성분 함량, 물리·화학적 특성 등을 일정 기준에 맞춰 규정)을 조속히 마련하고, 과감한 연구개발(R&D) 지원을 뒷받침해 세계시장에서 기술 주도권을 선점해야 한다.
특히 일라이트가 가진 고유의 기능성은 오늘날 전 세계적 화두인 '탄소중립' 트렌드와도 궤를 같이한다. 친환경 농자재나 천연 화장품 원료로서의 가치가 입증됨에 따라 글로벌 시장의 수요는 앞으로 더욱 늘어날 전망이다. 이러한 흐름에 발맞춰 산업계와 학계, 연구기관이 연계된 체계적인 기술 인프라를 구축한다면, 영동군은 명실상부한 세계 일라이트 산업의 메카로 우뚝 서게 될 것이다.
영동군은 "일라이트를 영동의 미래 100년을 책임질 먹거리 산업으로 키우겠다"는 당찬 포부를 밝히고 있다. 지역의 뜨거운 의지만큼이나 일라이트가 대한민국 경제의 새로운 성장동력이자, 'K광물'의 위상을 전 세계에 드높이는 핵심 자원으로 거듭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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