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 꿈꾼 크로아티아, 스타 꿈찬 파라다이스…“존 말코비치, 시민된 이유 있었네”

강석봉 기자 2026. 5. 8. 16: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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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와 세계 최고의 셀러브리티들이 진심을 다해 사랑한 나라, 크로아티아

‘존 말코비치 되기’(1999), ‘콘 에어’(1997), ‘레드’(2010) 등 수많은 영화에서 주·조연으로 70년 넘게 할리우드를 누빈 배우 존 말코비치(John Malkovich, 72)가 지난 2026년 5월 5일 크로아티아 시민이 됐다. 안드레이 플렌코비치(Andrej Plenković) 총리와 내무장관이 직접 행사를 주관할 만큼 크로아티아는 이를 국가 경사로 여겼다.

존 말코비치와 악수하는 안드레이 플렌코비치 총리. 사진제공|크로아티아관광청/CNTB

말코비치의 증조부모는 크로아티아 중부 오잘리(Ozalj) 출신으로 미국으로 이민을 떠났고, 그의 후손이 한 세기 만에 시민권을 손에 쥐고 조상의 땅으로 돌아왔다.

크로아티아 중부에 위치한 오잘리. 사진제공|CNTB)

말코비치는 시민권을 받기 훨씬 전부터 크로아티아 달마시아 지역의 활기찬 해안 도시 스플리트(Split)에 이미 부동산을 갖고 있었다.

스플리트 해얀 전경. 사진제공|CNTB

말코비치만이 아니다. 이름만 들으면 알 만한 세계 최정상급 셀러브리티들이 크로아티아를 두 번째 보금자리로 택한 사례는 이미 숱하다. 로마 황제조차 왕위를 내려놓고 이 땅에서 여생을 보냈을 정도니, 한 번 다녀가고 말 여행지가 아니라, 다시 돌아와 짐을 풀게 만드는 곳이다. 처음엔 방문객으로 왔다가 어느새 주민이 되는 곳, 크로아티아가 바로 그런 땅이다.

두브로브니크 인근의 해안 마을 차브타트. 사진제공|CNTB

‘제임스 본드’ 로저 무어의 ‘차브타트’

2017년 향년 89세로 세상을 떠난 영국 배우 로저 무어(Roger Moore)는 크로아티아 해안을 일찍이 사랑한 셀러브리티 중 한 명이었다. 007 시리즈의 제임스 본드로 유명한 무어는 두브로브니크(Dubrovnik) 인근의 해안 마을 차브타트(Cavtat)에 빌라를 구입했다. 코발트빛 아드리아해가 내려다보이는 이 마을은 중세 골목과 성당, 짙은 사이프러스 나무가 어우러진 곳으로, 조용한 사색을 즐기려는 이에게 더할 나위 없는 은신처였다. 살아생전 무어는 두브로브니크 문화 홍보대사를 자처할 만큼 크로아티아를 각별히 아낀 인물이었다.

비욘세와 제이지 커플이 2020년에 찾은 코르출라. 사진제공|CNTB

비욘세와 제이지 슈퍼스타 커플의 ‘코르출라’

세계적인 팝스타 비욘세(Beyoncé)와 남편 제이지(Jay-Z)는 크로아티아에 대한 애정을 공개적으로 드러낸 커플로 유명하다. 2009년 두브로브니크 구시가지와 차브타트를 처음 방문했고, 2011년에는 비욘세가 임신 중에도 흐바르(Hvar) 섬을 찾았다. 2020년에는 107미터짜리 초대형 요트 ‘라나(Lana)’를 타고 코르출라(Korčula) 섬과 브르니크(Vrnik) 섬 일대를 누비며 비욘세의 39번째 생일을 크로아티아에서 기념했다. 비욘세의 딸 블루 아이비(Blue Ivy)의 이름이 흐바르 섬의 담쟁이덩굴에서 비롯됐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흐바르 시는 그 아이를 명예 시민으로 추대하기도 했다. 이들이 찾는 곳은 해마다 달랐지만, 그곳은 늘 크로아티아였다.

비욘세와 제이지, 그리고 블루 아이비. 사진출처|비욘세의 인스타그램
미국 셀러브리트들의 단골 휴양지 흐바르. 사진제공|CNTB

톰 크루즈와 ‘흐바르’

미션 임파서블(Mission: Impossible) 시리즈로 수십 년째 스크린을 지배해온 배우 톰 크루즈(Tom Cruise) 역시 크로아티아의 오랜 팬이다.

맑은 바다와 고대 그리스ᄋ로마 유적이 공존하는 흐바르 섬에 부동산을 매입했다. 지중해식 라이프스타일과 압도적인 자연경관, 그러면서도 철저한 프라이버시를 보장하는 흐바르는 ‘지중해의 생 트로페(St. Tropez)’라 불릴 만큼 세계 최상위 여행자들의 성지다. 크리스티아누 호날두, 매튜 맥커너히(Matthew McConaughey), 우디 해럴슨(Woody Harrelson), 크리스 록(Chris Rock)도 크로아티아를 즐겨 찾은 이름들이다.

올해 초 빌 게이츠가 휴가차 방문한 스크라딘. 사진제공|CNTB

빌 게이츠가 휴가온 ‘스크라딘’

마이크로소프트(Microsoft) 창업자이자 세계 손꼽히는 자산가인 빌 게이츠(Bill Gates)는 두브로브니크, 흐바르, 크르카 국립공원(Krka National Park) 인근의 스크라딘(Skradin)까지 크로아티아 곳곳을 정기적으로 찾는다. ‘빌 게이츠가 휴가를 보내는 나라’라는 수식은 그 자체로 품질 보증서가 됐다.

말코비치, 오랫 동안 깊이 뿌리내린 사람

말코비치는 오래전부터 크로아티아를 즐겨 찾았다. 흐바르와 유럽 여행의 시발점인 오파티야(Opatija)가 그의 단골 행선지였다. 2017년 10월에는 자그레브와 증조부가 살았던 마을을 직접 찾아 뿌리를 더듬었다. 로마 황제가 여생을 보낸 스플리트에 땅을 사고, 영화 ‘자코모 바리아시온스(The Giacomo Variations, 2013)’를 두브로브니크에서 촬영하기도 했다. 이 모든 인연이 2026년 5월, 시민권이라는 이름으로 결실을 맺었다. 다른 스타들이 크로아티아의 아름다움을 즐긴 여행자였다면, 말코비치는 그 땅의 일원이 됐다.

스타들은 왜 크로아티아를 선택하는가

첫째, 프라이버시다. 1,104마일의 해안선과 1,185개의 섬을 품은 크로아티아에서 섬들은 세상의 소음을 차단하는 천연 방패막이 된다. 둘째, 진정성이다. 두브로브니크의 중세 성벽, 스플리트의 디오클레티아누스 궁전(Diocletian‘s Palace) 등 유네스코가 인정한 문화유산이 삶의 배경이 되는 곳, 그것은 럭셔리를 넘어선 럭셔리다. 셋째, 접근성이다. 유럽 주요 도시에서 몇 시간이면 닿으면서도 지중해의 다른 명소들보다 훨씬 덜 개발돼 있다. 인적 드문 해변이 아직 남아 있고, 소박하고 보수적인 사람들이 오래된 방식대로 살아가는 곳이다.

2024년 크로아티아를 찾은 관광객은 2,130만 명, 같은 해 9개월간 외국인 관광 수입만 131억 9,000만 유로에 달했다. 관광업의 GDP 기여 비중은 26.4%다. 이 숫자들 뒤에는 어느 광고 대행사도 기획하지 않은, 셀러브리티들의 자발적이고 진심 어린 선택들이 차곡차곡 쌓여 있다.

떠나지 않은 황제, 돌아온 배우

서기 305년, 로마 황제 디오클레티아누스(Diocletianus)는 역사상 처음으로 황제직을 스스로 내려놓았다. 고향 달마티아 해안의 궁전으로 돌아와 조용히 여생을 보냈다. 지금의 스플리트다. 황제는 법이었고 신이었다. 그런 자리를 제 손으로 벗어난 사람은 그 전에도, 그 후에도 없었다. 역사가 A.H.M. 존스는 “21년간 통치하고 자발적으로 물러나 여생을 평화롭게 보낸 것이 디오클레티아누스의 가장 큰 업적”이라고 했다. 제국이 흔들리자 사신들이 복귀를 간청했다. 황제의 답은 짧았다. “내가 기르는 양배추를 봤다면 다시 짐을 지라 하지 않았을 것이오.”

로마 역사상 유일하게 황제 직을 내려놓고 귀향해 양배추 기르기에 전념한 디오클레티아누스. 사진|AI 생성

세상을 다 가진 자가 그 세상을 내려놓고 머문 땅. 그 자리에 로저 무어가 빌라를 짓고, 비욘세가 요트를 댔고, 말코비치가 집을 샀다. 시대도 이유도 달랐지만 결국 같은 땅이다. 크로아티아는 세상에서 가장 잘 나가는 사람들이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 찾아오는 곳이다. 그리고 한번 온 자는 좀처럼 떠나지 못한다. 말코비치가 크로아티아 시민이 된 것은 사건이 아니라 필연이었는지 모른다.

강석봉 기자 ksb@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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