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남 대신 용인 간다”···반도체 벨트 따라 몰리는 시행사들
GTX-A·플랫폼시티 개발 가시화···수도권 남부 자족 거점 부상
서울 내 개발 용지 고갈에 따른 자본 이동···유휴 부지 선점 경쟁 치열
[시사저널e=길해성 기자] 국내 대형 디벨로퍼들이 최근 경기 용인시에 잇달아 주택 개발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주도하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GTX-A 개통,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 등이 동시에 진행되면서 용인이 수도권 남부 핵심 성장축으로 떠오르고 있다는 판단에서다.
서울 내 신규 개발부지가 사실상 고갈된 상황에서 산업·교통·업무 기능이 결합된 용인이 '차세대 개발지'로 부상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 미래인·엠디엠·HM그룹까지···용인으로 향하는 디벨로퍼들
8일 업계에 따르면 디벨로퍼 미래인은 최근 용인시 처인구 포곡읍 일대 GS네트웍스 물류센터 용지를 매입했다. 부지 규모는 약 1만6300㎡다. 업계에서는 해당 부지에 400~500가구 규모 아파트 공급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형 디벨로퍼들의 용인 진출은 최근 들어 더욱 뚜렷해지는 분위기다. HM그룹은 처인구 신대지구 내 옛 용인세브란스병원 부지를 매입해 지난해 말 '용인 푸르지오 클루센트'(784가구)를 공급했다. 위본건설 역시 풍덕천동 옛 OB맥주 물류센터 부지를 개발해 '수지자이 에디시온'(480가구)을 공급했다.
국내 대표 디벨로퍼 중 하나인 엠디엠도 이미 용인에 진출한 상태다. 엠디엠은 마북동 옛 서울우유 공장부지를 매입해 'e편한세상 구성역 플랫폼시티'를 공급했다. 999가구 규모로 지난해 입주를 마쳤다. 엠디엠은 광교와 판교, 마곡 등 수도권 주요 복합개발사업에 참여한 국내 최대 디벨로퍼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흐름을 단순 주택사업 확대가 아닌 산업 기반 도시 선점 경쟁으로 해석하고 있다. 과거 수도권 외곽 택지지구 개발과 달리 용인은 반도체 산업과 첨단 업무 기능이 결합된 도시로 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 삼성·SK 반도체 클러스터···"일자리 따라 주거 수요 이동"
디벨로퍼들이 용인을 주목하는 근본적인 이유는 '양질의 일자리'다. 정부와 민간이 추진 중인 용인 반도체 메가 클러스터는 전 세계적으로 유례가 없는 규모다. 현재 처인구 일대에서는 삼성전자의 '용인 첨단시스템반도체 국가산업단지'와 SK하이닉스 중심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 조성이 동시에 추진되고 있다.

정부는 이들 사업을 포함한 용인 반도체 메가클러스터 전체 투자 규모를 약 622조원 수준으로 보고 있다. 소재·부품·장비 업체와 협력기업까지 포함할 경우 대규모 고용 유발 효과가 발생할 것으로 전망된다.
실제 산업연구원과 국토연구원 등에서는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에 따라 직접·간접 고용 효과가 수만명 규모에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생산 유발 효과는 약 650조원에 이를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단순 생산직보다 연구개발(R&D), 설계, 장비, 인공지능(AI) 기반 고급 기술 인력 유입 가능성에 더 주목하는 분위기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과거에는 교통망 중심으로 집값이 움직였다면 지금은 산업 기반 수요가 더 중요해지고 있다"며 "반도체 산업은 장기간 유지되는 고급 일자리라는 점에서 용인 주거 수요를 장기적으로 떠받칠 수 있다는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 GTX-A·플랫폼시티까지···"판교 다음은 용인" 기대감
교통 호재 역시 디벨로퍼들의 투자 판단에 영향을 주고 있다. GTX-A 는 지난해 3월 수서~동탄 구간을 우선 개통했다. 현재 구성역에서 수서역까지 약 14분이면 이동 가능하다. 오는 6월 삼성역을 무정차 통과하는 방식으로 전 구간 연결이 이뤄질 경우 서울역 접근 시간도 20분대로 단축될 전망이다.

여기에 용인 플랫폼시티 개발도 기대 요인으로 꼽힌다. 플랫폼시티는 기흥구 보정·마북·신갈동 일대 약 272만㎡ 규모로 조성되는 대규모 도시개발사업이다. 총사업비는 8조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판교테크노밸리의 약 4배 규모로 개발되며 반도체·AI·미래모빌리티·MICE 산업 등을 유치하는 복합자족도시로 조성될 예정이다. 2030년 완공 목표다.
업계에서는 플랫폼시티가 단순 주거 신도시보다 판교 후속 업무도시 성격이 강하다고 보고 있다. 실제 용인시는 플랫폼시티 내 첨단산업과 업무시설 비중을 확대하는 방향으로 개발을 추진 중이다.
한 시행업계 관계자는 "예전 용인은 베드타운 이미지가 강했지만 지금은 산업·업무 기능이 함께 들어오는 도시로 바뀌고 있다"며 "판교와 강남 사이에 위치하면서 GTX까지 연결되는 점이 디벨로퍼들에게 상당한 매력으로 작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 "서울은 땅이 없다"···디벨로퍼 자금, 경기 남부로 이동
서울 내 개발부지 부족 현상도 용인 부상 배경 중 하나다. 최근 서울에서는 공사비 급등과 인허가 지연, 금융비용 증가 등으로 신규 개발사업 추진 난도가 높아지고 있다. 핵심 입지 대부분이 재개발·재건축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일반 디벨로퍼들이 신규 택지를 확보하기도 쉽지 않은 상황이다.
한국건설기술연구원에 따르면 지난해 건설공사비지수는 2020년 대비 약 30% 이상 상승했다. 여기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 시장 경색과 금리 부담까지 겹치면서 사업성 확보가 더욱 어려워졌다는 평가다.
반면 용인은 대규모 개발 가능 부지가 여전히 남아 있는 데다 산업단지와 교통망 확충이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단순 공급 확대가 아니라 산업 기반 배후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에서 투자 매력이 높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은형 대한건설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서울은 신규 개발부지가 사실상 고갈 단계에 접어든 반면 용인은 반도체 클러스터와 GTX, 플랫폼시티 등 복합 호재가 동시에 몰리고 있다"며 "단순 교통 호재가 아니라 장기 산업 기반 수요가 형성된다는 점에서 디벨로퍼들의 관심이 계속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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