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작전' 모델·인플루언서 남편·前 축구선수 가담 주가조작단 기소

문지수 2026. 5. 8. 15: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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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본시장법 자진신고자 형벌 감면 첫 자수 사건
주범 3명은 구속 기소·6명 불구속 및 약식 기소
인플루언서 남편 경찰 수사 무마 사건도 수사 중
8일 서울 양천구 서울남부지방검찰청 브리핑실에서 신동환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 부장검사가 '시세조종 사건 수사 결과'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시스

영화 '작전'의 실존 모델로 알려진 시세조종 업자와 대신증권 전 간부, 인플루언서 양정원씨 남편 등으로 구성된 주가조작 일당 9명이 재판에 넘겨졌다.

서울남부지검 금융·증권범죄합동수사부(부장 신동환)는 8일 자본시장법·금융실명법 위반 등 혐의를 받는 10명 중 주범 3명을 구속 기소하고 공범 6명을 불구속·약식 기소했다고 밝혔다. 해외로 출국한 1명은 지명수배됐다.

이들은 2024년 12월부터 2025년 4월까지 5개월간 차명 증권 계좌로 코스닥 상장사인 유명 가구업체 'ㄱ' 주식에 대해 265회 통정·가장매매를 벌이고 1,339회 고가 매수 주문을 하는 등 최소 289억 원 이상 주식을 거래하면서 주가를 올려 14억 원에 달하는 부당이득을 취득한 혐의를 받는다.

코스닥 상장사인 ㄱ 가구업체 시세조종 그래프. 서울남부지검 제공

이번 사건은 시세조종 및 기업 사냥 전문가로 불린 총책 50대 A씨와 대신증권 전직 간부인 50대 B씨가 2024년 12월 범행을 계획하며 시작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ㄱ 업체가 △최대주주 지분 비율이 45%로 높고 1, 2대 주주 보유분이 커 시장에서 유통되는 발행 주식이 3분의 1 수준이라는 점 △단가가 낮고 거래량이 적다는 점에서 시세조종이 용이하다고 봤다. A씨는 금융범죄를 다룬 2009년 영화 '작전'의 실제 주인공이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등 시세조종 업자들 사이에 유명한 인물로 알려졌다.

코스닥 상장사 ㄱ 가구업체 시세조종 범행 관계도. 서울남부지검 제공

A씨는 범행에 필요한 자금 등을 확보하기 위해 양씨 남편인 재력가 이씨와 전주(錢主), 선수 등 6명으로 이뤄진 또 다른 시세조종 팀과 손잡았다. 이씨와 전주는 시세조종에 사용할 현금 30억 원을 여행용 캐리어에 실어 B씨가 재직 중인 증권사 사무실로 전달했고, A씨는 30억 원을 4명의 차명계좌에 나눠 서로 다른 거래를 하는 것처럼 꾸몄다.

2025년 1월 14일 본격 시세조종이 시작되자 전일 종가 1,926원이었던 ㄱ 업체 주식은 하루 만에 2,490원(29.28%↑)으로 상승했다. 2월 24일엔 장중 최고가인 4,105원을 기록했다. 3월 들어 A씨 측 공범의 배신으로 주가가 급락하자, 이들은 축구선수 출신 선수 등 2명을 영입해 범행을 이어갔다. 이때 B씨는 지정한 날짜가 되기 전까지 주가가 일정 금액을 넘기지 않도록 지시하는 등 증권사에 재직하며 얻은 전문 지식을 이용해 시세조종이 아닌 정상적인 거래에 따른 호재인 것처럼 보이게 했다.

코스닥 상장사 ㄱ 가구업체 시세조종 당시 캐리어에 전달된 현금 30억 원. 서울남부지검 제공

검찰은 수사 과정에서 재력가 이씨가 서울 강남경찰서와 경찰청 소속 경찰관에게 시세조종 공범 및 사기 혐의로 피소된 아내 양씨 사건에 관해 청탁한 정황도 포착했다. 검찰은 이씨가 경찰관들에게 2025년 2월과 7월 두 차례 유흥주점에서 1회당 200여만 원가량 향응을 제공하고, 한 차례 금품을 제공했다고 보고 이씨에게 뇌물 공여 혐의를 추가 적용했다. 뇌물을 받은 경찰관들에 대해서는 압수수색을 벌이는 등 수사를 이어가고 있다.

이번 사건 수사는 시세조종 공범이 대검찰청에 자수하면서 시작됐다. 2024년 1월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형벌 감면)' 제도가 도입된 이후 1호 자수 사건이다. 앞서 2024년 카카오엔터와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사건에선 자수 아닌 검사 직권으로 리니언시가 적용됐다. 신동환 부장검사는 "'주가조작 사범은 반드시 패가망신한다'는 사실을 주지시키고 자본시장의 투명성을 확보하겠다"고 강조했다.

문지수 기자 door@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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