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황과 “관계 회복” 외치며 ‘올리브펜’ 받아간 ‘굿캅’ 루비오

파리/원선우 특파원 2026. 5. 8. 1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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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이 7일 바티칸에서 교황 레오 14세를 알현해 크리스탈 미식축구공 모형을 선물하고 있다./EPA 연합뉴스

교황 레오 14세와 마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은 7일(현지 시각) 바티칸에서 만나 미국·이란 전쟁 등 현안의 평화적 해결 방안을 논의했다고 미 국무부와 교황청이 밝혔다.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교황에게 “나 때문에 교황이 된 것”이라며 미 대통령으로서는 이례적인 비판을 이어가는 상황에서 가톨릭 신자인 루비오가 ‘소방수’ 역할을 하고자 교황을 방문했다는 해석이 나왔다.

이날 교황은 루비오를 “장관님(Mr Secretary)“이라고 부르며 맞이했고, 루비오는 “만나서 정말 반갑습니다”라고 화답했다. 교황은 루비오에게 교황 문장이 새겨진 올리브 나무 펜을 선물하며 “올리브 나무는 평화의 나무”라고 했다. 루비오는 평소 다양한 운동을 즐기는 교황에게 크리스털 미식 축구공을 선물했다. 두 사람은 45분 간 대화했다.

루비오는 교황을 알현한 뒤 “평화와 인간 존엄성 증진에 대한 공동의 의지를 강조하기 위해 교황을 만났다”고 했고, 피에트로 파롤린 국무원장(추기경)과도 만나 “중동에서 지속 가능한 평화를 달성하기 위한 노력”에 대해 논의했다고 밝혔다. 이날 루비오가 탄 차량은 일반적으로 국가 원수에게 허용되는 ‘종의 아치문(Arch of Bells)’을 통과해 스위스 근위대의 영접을 받기도 했다.

루비오의 이날 교황 알현은 이란 전쟁 발발 후 교황과 트럼프가 연일 충돌하는 상황에 부담을 느낀 미국이 바티칸에 손을 내민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트럼프는 루비오의 바티칸 방문 이틀 전까지 교황에게 “이란이 핵무기를 가져도 괜찮다고 생각한다” “가톨릭을 위험에 빠뜨리고 있다”고 비난했고, 교황 역시 “복음을 선포하는 나를 비판하려면 진실에 근거하라”고 맞받아쳤다.

양측은 이날 회동이 우호적인 분위기에서 성공적으로 마무리됐음을 알리는 성명을 각자 발표했다. 그러나 교황청은 “평화를 위해 쉼 없이 노력할 필요성” 등 평화 의지를 강조했고 미 국무부는 “양측의 강한 관계”에 방점을 찍으며 미묘한 온도 차를 보였다. 주요 외신은 지난 대선에서 트럼프를 지지한 보수 가톨릭 유권자의 표심을 의식한 조치라고 해석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최근 뉴욕 맨해튼의 주요 성당들이 일요일 미사를 찾는 Z세대 청년들로 붐비고 있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루비오의 교황 알현이 교황에 대한 일방적인 ‘설득’ 자리가 됐을 거라는 관측도 나온다. 로마 아피아 연구소의 바티칸 전문가 프란체스코 시시는 폴리티코에 “누구도 바티칸에 영향력을 행사하거나 압박할 수 없다”며 “이성적으로 바티칸과 관계를 맺어야 한다”고 했다. 바티칸은 미국의 관세·군사 압박에서 자유로운 데다, 영어를 모국어로 사용하는 최초의 미국인 교황인 레오 14세가 미국 내에서 광범위한 지지를 얻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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