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산업현장은 노사 전쟁에 춘래불사춘···반도체·차 넘어 조선까지
기술 전환기마다 커지는 노사 리스크, 생산성·수주 경쟁력 흔드는 구조적 갈등 부상

[시사저널e=노경은 기자] 5월 국내 산업현장이 반도체·자동차·조선을 중심으로 동시다발적 노사 갈등에 휩싸이고 있다. 단순 임금 협상을 넘어 기술 전환에 따른 고용 불안, 노조 내부 주도권 경쟁, 하청·이주노동자 조직화 확대 등 구조적 이슈가 한꺼번에 분출되는 양상이다. 삼성전자에서는 성과급 체계를 둘러싼 갈등이 노노 갈등으로 번졌고, 현대자동차에서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이 고용 안정 문제와 충돌하고 있다. 조선업계에서는 원청을 넘어 하청·이주노동자까지 조직화 움직임이 확대되며 전선이 넓어지고 있다. 업계에서는 글로벌 경기 둔화와 관세 리스크, 인공지능(AI) 전환 부담까지 겹친 상황에서 노사 갈등 장기화가 생산 차질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특히 올해 산업계 노사 갈등은 과거처럼 임금 인상률만을 둘러싼 충돌과는 결이 다르다는 평가다. 반도체는 성과 배분 방식과 조직 대표성, 자동차는 AI·로봇 도입 이후의 고용 구조, 조선은 인력 부족 시대의 노동력 재편 문제가 핵심축으로 떠오르고 있다. 기업들이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생산 시스템과 조직 구조를 바꾸는 과정에서 노조 역시 기존 임금 협상 프레임을 넘어 산업 구조 변화 자체를 협상 테이블에 올리고 있다는 분석이다.
◇삼성전자, 총파업 예고 속 노노갈등 확산···'DS 중심 성과급' 반발도 변수
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에서는 올해 임금·성과급 교섭이 노조 내부 갈등으로 번지고 있다. 전국삼성전자노동조합(전삼노)이 오는 21일부터 총파업 돌입을 예고한 가운데, 사내 다른 노조들과의 충돌이 새로운 변수로 부상했다.
삼성전자 내 비메모리 중심 노조인 삼성전자노동조합 동행은 최근 전삼노와 초기업노조를 공개 비판하는 공문을 발송했다. 동행노조는 교섭 정보 공유와 차별 금지 등 공정대표 의무 준수를 촉구하면서 특정 노조가 권한을 독점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일부 노조 간부들의 발언이 다른 노조를 배제하고 비하하는 방식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실제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성과급 요구안이 반도체(DS) 부문 중심으로 논의되고 있다는 불만도 나온다. 전삼노는 현행 초과이익성과급(OPI) 상한 폐지와 함께 경제부가가치(EVA) 기준 대신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활용해야 한다고 요구하고 있다. 다만 DX 부문 일각에서는 반도체 중심 논의 속에 생활가전·모바일 사업부의 이해관계가 충분히 반영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도 제기된다.
노조 안팎에서는 내부 결속력이 과거보다 약화됐다는 평가도 나온다. 업계에서는 초기업노조 가입자가 감소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노조 측은 성과급 체계 개편 요구에 대한 조합원 공감대는 여전히 강하다는 입장이다.
사측 역시 공개적으로 유화 메시지를 내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 부회장과 노태문 DX부문장 사장은 최근 사내 게시판을 통해 "열린 자세로 노조와 협의하겠다"고 밝혔다. 이들은 "엄중한 글로벌 경영 환경 속에서 미래 경쟁력을 잃지 않도록 책임 있는 자세로 임하겠다"며 "임직원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을 마련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강조했다.
앞서 신제윤 삼성전자 이사회 의장 역시 "파업이 현실화될 경우 주주와 투자자, 국가 경제에 심각한 타격을 줄 수 있다"며 대화를 통한 해결 필요성을 언급했다.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HBM 등 AI 반도체 경쟁이 치열해지는 상황에서 노사 갈등이 장기화될 경우 생산성과 조직 안정성에 부담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현대차는 '로봇 고용안정' 충돌···조선은 이주노동자 조직화 확대
현대자동차 노사의 올해 핵심 쟁점은 AI와 로봇 도입 이후의 고용 안정 문제다. 현대차 노조는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지만, 내부적으로는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 구조 변화가 더 큰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노조는 현대차그룹이 도입을 추진 중인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겨냥해 '완전 월급제' 카드를 꺼내 들었다. 로봇 도입 이후 노동 시간이 단축되더라도 기존 숙련 노동자의 임금과 고용 안정성을 보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는 AI 전환에 따른 고용 우려가 제조업 현장에서 본격 부상한 사례 중 하나로 평가된다.
현대차 노조는 합의 없는 생산라인 로봇 배치는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반면 회사 측은 글로벌 관세 리스크와 전기차 시장 경쟁 심화, 중국 업체들의 추격 등을 감안할 때 생산성 혁신이 불가피하다는 논리를 내세우고 있다. 현대차 경영진 역시 최근 대내외 경영 환경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다며 경쟁력 유지 필요성을 강조한 상태다.
업계에서는 현대차 노사의 올해 협상이 단순 임금 교섭이 아니라 미래 생산체제 전환 협상 성격을 띠고 있다고 보고 있다. 과거 자동화 설비 도입 논란이 특정 공정 수준에 머물렀다면, 이번에는 AI와 휴머노이드 로봇이 생산 현장 전반을 바꿀 수 있다는 점에서 노조의 경계감도 훨씬 강하다는 설명이다.
조선업계에서는 갈등 전선이 더 넓어지고 있다. HD현대중공업 원·하청 노조는 오는 18일부터 사내 하청 및 이주노동자들을 대상으로 금속노조 현대중공업사내하청지회 집단 가입을 추진할 계획이다. 노조 측이 추산한 대상 인원은 약 2만5000명 규모다.
이는 조선업 호황 속에서 노동력 부족 문제가 심화되는 상황과 맞물려 있다. 국내 조선사들은 3년치 이상의 수주 잔고를 확보했지만 현장 인력 부족 문제가 심각한 수준으로 지적돼 왔다. 이에 따라 원청 중심이었던 노사 갈등이 하청·이주노동자 문제로 확산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노동계는 하청·이주노동자 조직화를 통해 협상력을 극대화하겠다는 전략이다. 기존 정규직 중심 구조만으로는 산업 재편 국면에서 영향력을 유지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다는 것이다. 반면 업계에서는 생산 현장의 노사 갈등 범위가 확대될 경우 납기 지연과 수주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가능성을 우려하고 있다.
재계에서는 이같은 노사 갈등이 기술 전환과 산업 재편 흐름 속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갈등이라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반도체는 성과 배분과 조직 대표성, 자동차는 AI 기반 생산 혁신, 조선은 인력 구조 재편 문제가 동시에 얽혀 있다는 것이다.
한 재계 관계자는 "올해 산업계 노사 갈등은 기업마다 미래 생존 전략과 직결된 문제들이 걸려 있다는 점에서 과거보다 훨씬 복합적"이라며 "기술 전환과 고용 구조 변화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이뤄지지 않으면 산업 생태계 전반의 경쟁력 약화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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