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학계, 코인 과세 '충돌'..."1월 강행 vs 명분 없어"

전시현 기자 2026. 5. 8. 1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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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투세는 폐지, 코인은 과세...형평성 논란 확산
해외 거래소·디파이·개인 간 거래 포착 한계 여전
7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 김현동 배재대 교수, 심태섭 서울시립대 교수, 홍기용 인천대 명예교수, 최용선 서울시립대 명예교수, 오문성 경희대 경영대학원 교수, 문경호 재정경제부 소득세제과장, 정성철 회계사가 토론을 진행하고 있다. (왼쪽부터) /한국조세정책학회

| 서울=한스경제 전시현 기자 | 내년 1월 시행 예정인 가상자산 과세를 두고 학계와 정치권의 우려가 커지고 있다.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만 먼저 세금을 매기는 것이 과연 타당하냐는 지적이다. 과세 자체를 반대한다기보다 지금 제도로는 형평성과 제도 정합성을 모두 설명하기 어렵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 같은 문제의식은 7일 국회에서 열린 '가상자산 과세, 긴급 점검 토론회'에서 집중적으로 제기됐다. 이번 토론회는 한국조세정책학회와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이 공동 주최했고 디지털자산거래소 공동협의체(DAXA)가 후원했다. 학계·실무계·정부 관계자들이 한자리에 모여 과세 체계와 집행 가능성을 점검했다.  

▲ 주식은 0원, 코인은 165만원 

현행 소득세법에 따르면 가상자산 투자 소득은 연 250만원까지 비과세이고 이를 초과한 금액에는 22% 세율이 적용된다. 반면 주식 일반투자자에게 적용될 예정이던 금융투자소득세는 폐지됐다. 같은 투자이익이라도 자산 종류에 따라 세 부담이 크게 달라지는 구조다.  

숫자로 풀어보면 차이는 더 선명하다. 예를 들어 한 투자자가 1년 동안 가상자산 거래로 1000만원의 수익을 냈다면 먼저 기본공제 250만원을 뺀 750만원이 과세 대상이 된다. 여기에 22% 세율을 적용하면 실제 내야 할 세금은 165만원이다. 반면 주식은 금투세가 폐지돼 일반투자자 기준으로 같은 1000만원의 수익을 올려도 세금은 0원이다. 같은 투자로 번 돈인데 한쪽은 비과세, 다른 한쪽은 165만원을 부담하는 셈이어서 형평성 논란이 커지고 있다.  

오문성 한국조세정책학회 회장은 토론회에서 금투세 폐지 당시 제기됐던 시장 위축, 과세 인프라 미비, 이중과세 우려가 가상자산에도 그대로 적용된다고 지적했다. 결국 주식에는 적용하지 않는 논리를 가상자산에는 다르게 들이대고 있다는 문제 제기다.  

▲ '기타소득' 분류…투자 현실과 동떨어져

과세 방식 자체가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비판도 적지 않다. 현행 세법은 가상자산 소득을 '기타소득'으로 분류하고 있다. 하지만 기타소득은 통상 일시적·우발적 성격의 소득에 붙는 항목이다. 반복적이고 지속적인 투자 행위에 가까운 가상자산 거래를 이 항목으로 묶는 것이 과연 적절하냐는 지적이 학계에서 이어졌다.  

주식이나 부동산처럼 자산을 사고팔아 차익을 얻는 구조와 유사한데도 이를 투자소득이 아닌 기타소득으로 처리하면 세법 체계상 정합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단순히 과세 여부의 문제가 아니라, 가상자산 소득의 법적·경제적 성격을 어떻게 규정할 것인지부터 재점검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실효성 논란도 핵심 쟁점이다. 업비트·빗썸 등 국내 중앙화거래소 거래는 비교적 자료 확보가 가능하지만 해외 거래소와 탈중앙화거래소(DEX), 디파이(DeFi), 개인 간 거래는 과세당국이 포착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이 상태에서 과세가 시작되면 결국 국내 거래소 이용자만 상대적으로 쉽게 포착되는 '반쪽 과세'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스테이킹, 에어드롭 등 새롭게 확산한 수익 유형에 대한 과세 기준도 아직 명확하지 않다. 무엇을 언제, 어떤 기준으로 소득으로 볼 것인지 세부 원칙이 충분히 정리되지 않은 상태에서 과세가 시작되면 납세자 혼란과 과세 형평 논란이 동시에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 해외는 손실도 반영하는데…한국은 변동성 외면

주요국과 비교해도 한국 제도는 투자자 부담이 큰 편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미국·영국·독일·일본 등은 가상자산을 투자 자산 또는 재산으로 보고 자본이득 과세 체계에 가깝게 다루는 경우가 많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기타소득 체계에 머물러 있어 자산의 성격과 거래 현실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해외 주요국 가운데는 손실이 발생했을 때 다음 해 이후 이익과 상계할 수 있도록 손실 이월공제를 허용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하지만 한국은 손실 이월공제가 없다. 가격 변동성이 큰 자산인데도 손실은 반영하지 않고 이익이 난 해에만 세금을 매기면 납세자 부담이 과도해질 수 있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 정치권 "청년 자산 사다리 끊는 꼴"...정부"시행 일정엔 변함 없다"

정치권에서도 비판이 이어졌다. 박수영 국민의힘 의원은 이날 토론회에서 "가상자산 과세는 청년들의 자산 사다리를 끊는 일"이라며 "금투세는 폐지하면서 가상자산에만 세금을 매기는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고 말했다. 가상자산 시장의 주요 참여층이 청년층이라는 점에서, 과세 제도 역시 시장 현실과 참여자 특성을 더 정교하게 반영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날 토론회에서는 국세청의 실무 준비 수준에 대한 우려도 나왔다. 제도는 법에 적혀 있지만 실제 신고·검증·자료 확보 체계가 충분히 돌아갈 수 있느냐는 것이다. 과세 초기부터 혼선이 발생할 경우 시장 신뢰와 정부 신뢰 모두 흔들릴 수 있다는 경고도 함께 제기됐다.  

반면 정부는 일정 변경 없이 제도를 시행하겠다는 입장이다. 문경호 기획재정부 소득세제과장은 토론회에서 "내년 1월 1일부터 가상자산 양도와 대여를 통해 발생하는 소득에 대해 과세하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다"며 "예정대로 과세가 진행돼야 한다"고 밝혔다. 정부는 국세청 고시를 통해 스테이킹·에어드롭 등 세부 기준을 마련하겠다는 방침이다.  

정부는 해외 거래소 소득 역시 암호화자산 자동정보교환 체계(CARF) 등을 통해 신고와 검증이 가능할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학계는 과세 자체보다 과세의 정합성과 집행 가능성을 먼저 따져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남은 7개월 동안 제도의 허점을 얼마나 메우느냐에 따라 이번 과세가 제도 안착의 출발점이 될지 시장 혼선의 불씨가 될지가 갈릴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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