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뜨거운 감자’ 교육교부금과 기초연금 수술대 오른다[박상영의 경제본색](17)

“지출 효율화는 어려운 일이지만 설령 ‘악역’이 되더라도 (각 부처를) 끝까지 설득해 추진하겠다.”
박홍근 기획예산처 장관이 지난 4월 21일 취임 후 첫 기자단 간담회에서 재량지출 15%, 의무지출 10% 구조조정을 통해 50조원의 예산을 절감하겠다는 목표를 재차 강조하며 이같이 밝혔다. 이는 그동안 재량지출 10% 수준에 머물렀던 지출 구조조정의 관행을 깨는 파격적인 시도다.
정부 지출은 의무지출과 재량지출로 나뉜다. 정부가 필요에 따라 규모를 조정할 수 있는 재량지출과 달리 의무지출은 연금과 지방교부세처럼 법령에 따라 지출이 정해졌다. 지출이 정해진 만큼 정부도 지출 구조조정 시 재량지출을 줄이는 데 집중해왔다.
그동안 재량지출 구조조정에만 방점을 찍어온 정부가 이번에는 왜 의무지출까지 손대려는 걸까. 올해 총지출에서 의무지출 비중은 53.3%로 재량지출(46.7%)을 넘어서는 등 눈덩이처럼 늘기 때문이다. 정부 지출의 절반 이상이 이미 쓰일 데가 정해진 셈이다. 의무지출은 2025년부터 2029년까지 연평균 6.3%씩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는 같은 기간 총지출 증가율(5.5%)보다 높은 수준이다.
의무지출 손질해 재정 신축성 확보
의무지출이 빠르게 늘어난 데는 고령화로 인한 4대 공적 연금과 기초연금 지출 증가, 국가채무 확대에 따른 이자 비용 상승 등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저출생·고령화가 심화하면서 복지 분야 법정지출도 늘어 총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앞으로도 꾸준히 확대될 것으로 정부는 보고 있다.
정부 지출에서 의무지출이 절대적인 비중을 차지하는 상황이 지속할 경우 재정의 신축성과 경기 대응 여력이 약화할 수 있다. 경기가 침체할 때 재정은 마중물 역할을 해야 하지만 꼭 써야 할 돈(의무지출)에 묶여 있다 보면 쓰고 싶은 곳(경기 부양)에 돈을 쓰지 못하는 상황이 된다. 아울러 산업경쟁력을 끌어올리고 구조개혁에 재정을 투입하려면 재정을 더 확보해둘 필요가 있다.
재량지출 중심의 지출구조조정 불신도 있다. 그간 정부는 유사·중복 사업을 통폐합하거나 투자 우선순위를 조정하는 방법을 통해 지출 구조조정을 해왔다. 그러나 주요 사업의 예산 집행 시점을 미루는 방식으로 진행하는 방식의 꼼수도 적지 않았다. 사업의 실질적인 내용에는 별다른 차이가 없음에도 이름만 바꿔 예산을 오히려 증액한 사례도 있었다.
문제는 의무지출 감축을 위해서는 제도 개선이 불가피하다는 점이다. 지원 대상과 조건을 재설계하고 급여 수준을 조정하는 등 의무지출 구조 전반의 효율화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에 기획예산처는 ‘2027년 예산안 편성 및 기금운용계획안 작성지침’을 통해 각 부처에 구조조정의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주요 과제 중 눈길을 끄는 것은 기획처가 의무지출 구조조정의 핵심 과제로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을 지목했다는 점이다. 그간 정부는 교부금 개편 필요성을 꾸준히 제기해왔지만, 교육계의 거센 반발에 막혀 번번이 무산됐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내국세의 20.79%를 지방 교육청에 일률적으로 배정하는 구조다. 이로 인해 학령인구 감소라는 현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제기돼왔다. 교부금 규모는 2015년 39조4000억원에서 2025년 70조2000억원으로 10년새 2배가량 불어났다.
반면 같은 기간 학생 수는 638만명에서 502만명으로 급감했다. 올해는 학생 수가 480만명대까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추경을 포함한 교부금은 오히려 76조4000억원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할 전망이다. 이에 따라 교부금 배정 비율을 조정하거나 소득 증가, 물가 상승, 학령인구 변화 등을 반영하는 방식으로 산정 체계를 손질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리고 있다.
다만 교육 현장에서는 이 같은 개편에 대한 우려가 적지 않다. 유보통합과 고교학점제, 인공지능(AI) 디지털교과서 등 주요 국책사업의 재원이 상당 부분 시도 교육청 예산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고교 무상교육에 대한 국고 지원까지 단계적으로 축소되면 교육의 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한다.

지출 구조조정 교육·복지 재편 가늠자
기획처가 의무지출 구조조정의 또 다른 핵심 과제로 꼽은 기초연금 개편도 논쟁거리다. 현재 기초연금은 소득 하위 70%에 같은 금액을 지급하고 있다.
국회 예산정책처는 올해 약 35조원 수준인 기초연금 지급액이 인구 고령화로 2031년에는 38조50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전망했다. 향후 재정 부담은 더 가중될 예정이다. 기획처 연구용역 보고서를 보면 노인인구 증가와 물가 상승 속도를 유지할 경우 기초연금 지급액은 2050년 58조9000억원까지 불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부담이 가파르게 늘어남에 따라 정부는 기초연금 지급 연령을 단계적으로 인상하는 방안과 저소득층에 지원을 집중하는 ‘하후상박’ 방식 등의 다양한 개편 방안이 거론되고 있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지난해 2월 기초연금 지급 기준을 ‘하위 70%’가 아닌 ‘중위소득’으로 개편해 비용을 절감하면서 경제적으로 취약한 노인을 두텁게 지원하자고 제언했다.
다만 이 과정에서 일부 수급자의 급여가 줄어들 수 있어 신중한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노인빈곤율이 높은 가운데 진행되는 수급구조 개편은 취약계층의 소득 보장과 직결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상민 나라살림연구소 수석연구위원은 “기초연금 총액을 줄이기보다 고소득층 지원을 축소하고 저소득층 지원을 강화하는 방향이 바람직하다”고 말했다.
정부는 내년도 예산안에 구체적인 방향을 담겠다는 목표로 이들 제도에 대한 개편 작업에 착수했다. 이번 개편은 교육청과 노인 등 이해관계자의 반발을 완화할 수 있는 보완책 마련이 핵심 변수로 꼽힌다. 개편안이 미래세대에게는 재정적 안정을, 현세대에는 최소한의 안전망이라는 두 가지 목표를 충족할 수 있을지에 대해 사회적 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기획처의 50조원 규모 지출 구조조정은 단순한 재정 절감 차원을 넘어 교육·복지 제도 전반의 재편 방향을 가늠하는 계기가 될 것으로 보인다.
박상영 기자 sypark@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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