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이승환 공연 ‘일방 취소’…법원 “구미시, 1억2500만원 배상하라”

허진무·최혜린 기자 2026. 5. 8. 14: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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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수 이승환. 경향신문 자료사진

콘서트장 대관을 부당하게 취소했다며 가수 이승환씨와 소속사, 공연 예매자들이 구미시를 상대로 낸 소송에서 “구미시가 1억250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는 법원 판단이 나왔다.

서울중앙지법 민사913단독 박남준 부장판사는 8일 이씨와 소속사 드림팩토리 등이 구미시와 김장호 구미시장을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의 선고기일을 진행하고 원고 일부 승소로 판결했다. 구체적으로는 구미시가 이승환씨에 3500만원, 소속사에 7500만원, 예매자 100명에게 각 15만원 등을 배상하라고 판시했다.

이번 소송은 구미시가 2024년 12월25일 구미문화예술회관 대공연장에서 열릴 예정이었던 이씨의 35주년 콘서트 ‘헤븐’ 공연을 안전 우려를 이유로 취소한 게 발단이 됐다. 이씨는 앞서 열린 서울 공연에서 윤석열 당시 대통령 탄핵에 찬성하는 취지의 발언을 했는데, 보수 성향이 강한 구미시에서는 이씨의 공연에 반대하는 시위가 열리기도 했다. 이에 구미시는 ‘정치적 선동 등의 언행을 하지 않겠다’는 서약서를 요구했는데, 이씨가 이를 거부하자 공연 이틀 전에 ‘보수단체와 관람객의 충돌이 우려된다’는 이유로 대관을 취소했다.

이씨 측은 서약서 제출 요구와 일방적인 공연장 사용 허가 취소가 불법이라며 지난해 1월 총 2억5000만원 상당 손해배상 소송을 냈다. 원고는 구미시와 김 시장이 이씨에게 1억원, 소속사에 1억원, 예매자 100명에게 각 50만원을 배상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법원은 이승환씨 측의 청구를 대부분 받아들이면서도, 김장호 구미시장의 배상책임은 따로 인정하지 않았다. 애초 이씨 측은 구미시와 김 시장이 공동으로 손해를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

소송을 마친 뒤 이씨 측 변호인은 “표현의 자유, 공연의 자유에 중요한 기준점을 세운 판결”이라며 “이씨에 대한 정신적 위자료 청구는 객관적 수치를 매기기 쉽지 않은데 꽤 높게 인정된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이어 김 시장에 대한 책임도 인정받기 위해 판결에 항소하겠다고 밝혔다.

이씨도 입장을 내고 “저의 주장이 대부분 받아들여졌지만, 김 시장에겐 책임을 묻지 못해 못내 아쉬운 판결”이라며 “항소해 끝까지 정의를 묻겠다”고 밝혔다. 이어 “오만한 일부 행정권력이 결코 침범해서는 안 되는 음악인의 양심과 예술의 자유를 지키겠다”고 했다.

앞서 이씨는 대관이 취소된 직후 구미시의 ‘정치발언 금지 서약’ 요구 행위가 표현의 자유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도 냈다. 그러나 헌법재판소는 지난해 3월 “구미시의 서약서 요구 행위가 이미 종결돼 청구인의 권리를 보호할 이익이 없다”며 본안 판단 없이 청구를 각하했다.

최혜린 기자 cherin@kyunghyang.com, 허진무 기자 imagin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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