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정도 비싼데 월드컵 보러 가는 게 맞나”…치솟는 비용·복잡한 동선에 글로벌 팬들 한숨

김세훈 기자 2026. 5. 8. 14: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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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 북중미 월드컵 개막이 한 달여 앞으로 다가왔지만, 현장을 찾으려는 팬들의 고민은 점점 깊어지고 있다. 경기 티켓값은 물론 교통비, 숙박비, 주차비까지 줄줄이 오르면서 “직접 보는 경험이 과연 그 비용을 감당할 가치가 있느냐”는 현실적 질문이 나오고 있다.

미국 스포츠 전문매체 ESPN은 7일 “월드컵을 직접 관람하려는 팬들이 티켓, 이동, 숙박, 현장 접근성 등 거의 모든 영역에서 예상보다 훨씬 높은 비용 부담과 복잡한 준비 과정을 마주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이번 대회는 월드컵 사상 처음으로 48개국 체제로 확대된다. 미국, 캐나다, 멕시코 3개국에서 열린다. 전체 104경기 가운데 대부분이 미국에서 열리는데, 역대 최대 규모라는 상징성과 달리 현장 관람 환경에 대한 팬들의 불만도 커지고 있다.

가장 큰 문제는 역시 티켓 가격이다. FIFA는 지난해 조별리그 최저 티켓 가격을 60달러로 제시했지만, 실제 판매 구조는 훨씬 복잡하다. 기본 좌석 외에 프리미엄 좌석, 전면 시야 확보 좌석(front category), 환불 및 재판매 시스템 등이 얽히면서 가격은 급격히 올라간다.

유럽 팬 단체인 ‘풋볼서포터스 유럽’은 FIFA의 티켓 정책을 두고 “팬들을 배신한 수준”이라고 비판했다. 특히 FIFA 공식 재판매 플랫폼에서는 결승전 티켓 일부가 230만 달러에 올라오는 등 사실상 투기 시장처럼 변질된 사례도 나왔다.

교통비 부담도 심각하다. 대표 사례가 뉴저지다. 결승전과 준결승이 열리는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으로 가는 왕복 열차 요금은 원래 12.9달러 수준이지만, 월드컵 기간에는 한때 150달러로 책정됐다. 논란이 커지자 뉴저지 주지사가 개입했고 결국 105달러로 낮아졌지만, 여전히 평소의 8배 수준이다. 뉴저지 주정부는 “대회 기간 폭증하는 수송 수요를 감당하기 위한 비용”이라고 설명했지만, 팬 입장에서는 사실상 ‘월드컵 프리미엄’으로 받아들여진다.

보스턴 인근 폭스버러 상황도 비슷하다. 질레트 스타디움으로 향하는 특별열차 요금은 80달러로 책정됐다. 이는 평소 NFL 경기 때 같은 구간 운임의 약 4배다. 대체 수단인 고속버스는 95달러다.

문제는 돈만이 아니다. 지난 3월 브라질과 프랑스 평가전이 열린 같은 경기장 주변에서는 극심한 교통 체증으로 7000여 명이 경기 시작을 놓쳤다. 월드컵 본선은 관중 규모가 훨씬 크다. 현지 경찰은 “같은 상황이 반복되면 혼란은 더 커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주차 비용은 더 직접적이다. 소파이 스타디움 주변 주차장은 최대 300달러에 달한다. 메트라이프 스타디움은 일반 주차 자체가 불가능하다. 인근 쇼핑몰 주차장을 이용해야 하는데 비용은 225달러다. 결승전 주차권은 이미 매진됐다.

숙박비 역시 팬들에게 큰 부담이다. 호텔 데이터 분석업체 라이트하우스에 따르면 경기 당일 평균 숙박료는 도시별 편차가 크지만 전반적으로 높다. 샌프란시스코는 평균 254달러, 휴스턴은 264달러 수준이지만 보스턴은 평균 662달러까지 치솟았다. 흥미로운 점은 기대만큼 예약률이 높지 않다는 것이다. 미국 호텔업계는 예상보다 예약 속도가 느리다고 보고 있다. 일부 호텔들은 이미 가격을 낮추기 시작했다. ESPN은 “높은 티켓 가격이 전체 여행 수요 자체를 억제하는 효과를 내고 있다”고 분석했다.

이동 동선 자체도 부담이다. 가령 아르헨티나 팬들은 조별리그 첫 경기를 캔자스시티에서 본 뒤 두 번째 경기 장소인 텍사스 알링턴으로 800km 이상 이동해야 한다. 이후 다시 같은 도시에서 다음 경기를 기다리며 추가 체류 비용을 감당해야 한다. 아르헨티나 팬 로드리고 리파라는 ESPN 인터뷰에서 “항공료, 호텔, 음식, 티켓을 합치면 중산층 팬들에게는 너무 큰 부담”이라며 관람을 포기했다고 밝혔다.

스코틀랜드 팬들의 사정도 비슷하다. 스코틀랜드 대표 서포터 그룹 ‘타탄 아미’의 헤이즐 스튜어트는 조별리그 3경기 패키지에만 6000달러를 썼고, 전체 원정 비용은 2만 달러까지 예상했다. 그는 ESPN에 “평범한 노동자가 이 비용을 감당하는 건 사실상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FIFA는 이에 대해 “티켓 수익은 전 세계 축구 발전에 재투자된다”며 비영리 조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또 월드컵이 개최 도시에 막대한 경제 효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팬들의 시선은 다르다. 월드컵은 원래 ‘세계인의 축제’로 불린다. 그러나 현장 관람 비용이 점점 상류층 중심으로 재편되면서, 실제 경기장 안의 풍경은 점점 ‘돈을 낼 수 있는 사람들의 축제’로 변하고 있다는 비판도 나온다. ESPN은 “월드컵이 가까워질수록 팬들의 가장 큰 고민은 경기 결과가 아니라 지갑 사정이 되고 있다”고 전했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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