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안협, '2026 스마트건설안전포럼' 개최 "연구소와 현장의 간격으로 적용 어려움" "공공데이터 개방으로 데이터 학습 필요"
8일 한국스마트건설안전협회는 서울 강남구 과학컨벤션센터에서 ‘2026 스마트건설안전포럼’을 열고 ‘AI 안전기술, 중대재해 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 사진 = 김찬호 기자
건설현장에서 사고를 줄이기 위해 인공지능(AI) 기술 도입 필요성이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하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원활하게 작동하는지를 놓고 현재는 예방보다는 사후 대응의 한계에 머물러 있다는 냉정한 진단이 나온다. 전문가들은 공공 데이터 개방 등을 통한 현장 데이터 확보와 현장 맞춤형 운영 체계 구축이 선행돼야 AI 안전기술이 실질적 예방 수단으로 진화할 수 있다는 진단을 내놨다.
한국스마트건설안전협회는 8일 서울 강남구 과학컨벤션센터에서 ‘2026 스마트건설안전포럼’을 열고 ‘AI 안전기술, 중대재해 예방의 새로운 패러다임인가’를 주제로 토론을 진행했다. 이날 토론에서는 건설현장에 빠르게 도입되고 있는 AI 비전 기술의 현주소와 한계, 실제 예방 기술로 발전하기 위한 과제 등이 논의됐다.
정일국 한국스마트건설안전협회 회장은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이후 처벌 강화에만 집중했지만 사고는 줄지 않았다"며 "정부 주도 안전정책은 이미 한계에 달했고, 민간 중심의 실용 기술개발만이 현실적 대안"이라고 힘줘 말했다.
이어 정 회장은 "현장에서 실제로 쓸 수 있는 기술을 만들기 위해서는 사고 영상과 위험 상황 데이터가 공유돼야 한다"고 덧붙였다.
실제 올해 스마트안전 관련 예산으로 1조5300억원이 투입됐고, 건설기술진흥법과 산업안전보건법 기반 실사용 추계 예산만 합산해도 4200억원에 달한다. 시장 자체는 빠르게 커지고 있는 셈이다.
다만 전문가들은 건설현장에 도입되고 있는 AI 기술이 아직 사후 대응과 탐지 수준에 머물러 있어 시장 성장세를 효율성이 따라가지 못하고 다고 진단했다.
■AI비전 기술…현장에서 사후 대응·탐지 수준에 머물러
이도엽 콘티랩 연구소장은 AI 학습 데이터 확보의 구조적 한계를 지적했다. "안전간판 미설치, 철근 거푸집 위 작업 등은 법으로 금지된 행위라 현장에서 연출 자체가 불가능하다"며 "현장이 원하는 건 발생빈도는 낮지만 피해가 큰 위험 상황인데, 바로 그 장면을 학습시키기가 가장 어렵다는 역설"이라고 했다.
김승현 세이지 AI사업본부장은 "연구실에서 검증된 모델과 현장에서 실제 작동하는 모델은 전혀 다르다"며 "다양한 현장 환경에 일반적으로 적용하기 어려운 게 현실"이라고 했다.
현장마다 CCTV 설치 각도가 제각각이고, 자재와 중장비가 수시로 오가는 환경에서는 사람 한 명이 카메라 프레임에 제대로 잡히지 않는 경우도 다반사이기 때문이다. 화재처럼 발생빈도가 낮은 이벤트는 특정 현장에서 데이터를 모아도 학습에 충분하지 않은 경우도 있다.
권태민 안전관리플랫폼 레이컴 AI사업전무는 현장 관제의 현실에 대해 짚었다. 그는 "관제실은 현장을 관측하는 수준에 머물러 있는 게 현실"이라며 "AI가 이상행동을 감지해 팝업을 띄워줘도 관제사 입장에선 '이걸 보고 뭘 하지'라는 부담감만 쌓인다"고 했다.
결국 현재의 AI 비전 기술은 사고를 막는 도구라기보다 사고 발생 후 원인을 추적하는 블랙박스 기능에 가깝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진단이다.
■현장의 가장 큰 걸림돌 '오탐'…해결법은
전문가들이 공통으로 꼽은 현장 최대 걸림돌은 오탐(false positive)이다. 현장에서 용접으로 인해 불꽃이 튄 상황을 AI는 화재가 발생한 상황으로 인식하거나 근로자가 장시간 취하는 휴식을 쓰러짐으로 인식하는 상황 등이 대표적 사례다. 현재 AI는 단순히 객체를 인식하는 수준으로, 현장의 맥락까지 구분하기 어려워 발생하는 '오탐'인 셈이다.
전문가들은 오탐의 문제 해결을 위해 AI가 맥락을 파악하도록 해야 한다는 해결책을 제시했다. 김 본부장은 "성능 지표가 아무리 좋아도 오탐 몇 건만 발생하면 관제실에서 AI를 꺼버리는 게 현실"이라며 "이를 해결하기 위해 영상과 텍스트를 함께 인식하는 VLM(비전언어모델) 적용해 용접 작업 중이라는 맥락을 이해한 뒤 화재 여부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전환해야 한다"고 말했다.
권 전무는 "험을 고·중·저로 등급화하고, 이상행동이 지속될수록 알람 강도를 높여야 한다"며 "관제사가 무감각해지는 순간 시스템 전체가 무너진다"고 강조했다.
■현실적 한계는 '통신·데이터·운영체계'
AI 기술이 현장에 자리 잡기 위해서는 통신 환경과 운영체계도 함께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왔다.
건설현장은 공정이 진행될수록 구조물이 올라가고, 장비와 자재가 수시로 이동한다. 이 때문에 통신 환경이 안정적이지 않고 기존 CCTV 각도 역시 AI 분석에 최적화돼 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김 본부장은 "건설현장은 공정이 진행될수록 통신 연결이 어려워지는 부분이 있다"며 "서버형 AI 관제만으로는 한계가 있는 만큼, 통신이 끊겨도 현장에서 바로 위험을 감지할 수 있는 엣지 기반 단말과 서버형 관제를 함께 활용하는 하이브리드 구조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기술을 바라보는 현장의 인식도 한계로 지적됐다. 일부 현장에서는 AI 솔루션을 실제 안전관리 도구가 아닌 보여주기식 장비로 받아들이는 경우도 있다는 것이다.
권 전무는 "설치했으니 다 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현장도 있고, 극단적으로는 보여주기식으로 운영하는 곳도 있다"며 "현실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인식이 먼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감지→예방으로 패러다임 전환…가장 필요한 건
전문가들은 데이터 공유 생태계 구축을 선결 과제로 꼽았다. 이 연구소장은 "도로공사는 전국 1000여 대 CCTV를 운용하며 주야간 고품질 데이터를 보유하고 있다"며 "공공기관이 데이터를 개방하면 개별 기업의 한계를 빠르게 넘어설 수 있다"고 했다.
기술 진화의 방향으로는 예측·예방 기능이 제시됐다. 이 연구소장은 "구역별·시간대별 리스크 스코어를 수치화해 관리자에게 제공하는 시스템이 필요하다"며 "관리자들에게 지금 어디가 더 위험해지고 있는지에 대한 정보를 제공하며 AI가 안전관리 업무 도움의 파트너로 인지할 수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권 전무는 "VLM 기반으로 현장 위험요소를 인식한 뒤 다음날 TBM(작업 전 안전점검회의)에 반영할 수도 있다"며 "안전관리자가 놓치는 부분을 더 줄여 사고가 날 수 있는 인자들을 미리 발견하고 제거함으로써 사고를 방지하는 것이 예방"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