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실가스100만톤클럽 시즌3] 배출 1위 기업 포스코..."고로 감축 로드맵조차 없다"

곽은영 기자 2026. 5. 8. 14: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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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펭귄은 2023년과 2025년 두 차례에 걸쳐 <온실가스 100만톤클럽> 시리즈를 보도했다. 연간 100만톤 이상 온실가스를 배출하는 국내 주요 기업들의 실태를 데이터로 추적하고 개선노력을 검증하는 기획이다.

앞선 두 차례 기획에서는 온실가스 대량 배출 기업들이 어디에서 어떻게 배출을 늘려왔는지 추적했다. 단순한 순위 공개를 넘어 대규모 배출 기업군을 중심으로 산업 전반의 흐름을 짚으며 기후위기 대응 사각지대를 드러냈다.

시즌3는 국가 전체 배출량의 상당 부분이 소수 기업에 집중돼 있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배출량 상위 기업의 변화 추이를 세밀하게 분석한다. 생산량 대비 배출량, 즉 '탄소집약도'를 함께 살펴보며 기업의 실질적인 감축 노력도 검증한다. 이를 통해 배출량 감소가 실제 부지런한 감축 활동의 결과인지 아니면 경기 변동이나 생산 감소에 따른 일시적 현상인지 따져본다. 

주요 기업을 대상으로 기후위기의 책임을 드러내고, 감축의 실질적 의미를 묻는 이번 기획은 총 10회차에 걸쳐 심층 보도한다. [편집자 주]

포스코 광양제철소 드론 전경. (사진 포스코)/뉴스펭귄

국내 온실가스 배출량 1위 기업 포스코가 3년 연속 7000만톤 이상의 온실가스를 배출한 것으로 나타났다. 절대 배출량은 전년 대비 소폭 줄었지만 탄소집약도 개선 계획과 고로 감축 로드맵이 제기되지 않은 점이 문제로 지적된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철강산업 특성을 고려해도 온실가스 감축 행보가 기대보다 더디다는 평가다. 

배출량 줄였지만 2위와 '2배' 차이

8일 국가온실가스종합관리시스템 자료 분석 결과, 포스코의 2024년 온실가스 배출량은 7106만톤으로 집계됐다. 2위 중부발전(3116만톤)의 2배 이상, 같은 철강업종인 현대제철(2881만톤)의 2.5배 이상이다. 국내에서 온실가스를 연간 천만톤 이상 배출하는 기업은 모두 9곳인데 그 중 포스코 한 기업의 배출량이 27%를 차지하고 있다. 

배출량은 전년 대비 약 90만톤 줄었지만, 감소 폭은 제한적이다. 에너지사용량은 오히려 3년 연속 증가해 2024년 전년보다 524만GJ 늘었다. 에너지사용량 당 온실가스 배출량으로 계산한 탄소집약도 역시 산업계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철강 업종 전체로 봐도 구조적 개선은 더디다. 2024년 철강업종 온실가스 배출량은 약 1억779만톤으로 전년보다 약 237만톤 줄었지만, 탄소집약도는 사실상 개선되지 않았다. 생산량 감소와 건설업종 등 경기 침체에 따른 가동률 하락이 배출량 감소의 주요 원인으로 추정되는 대목이다.

기후변화행동연구소와 기후넥서스도 이 문제를 지적했다. 이들은 2025년 11월 발행한 '철강기업 기후행동평가 2025' 보고서에서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세아베스틸 등 철강 다배출기업 4곳을 평가했다. 100점 만점 기준 세아베스틸 64점, 동국제강 51점, 포스코 48점, 현대제철 39점으로, '우수' 등급 기업은 없었다. 당시 조사에서 포스코는 '미흡' 평가를 받았다.

보고서는 특히 국내 철강 4개사의 2030년 감축 목표가 기준 대비 10~12% 수준에 그친다고 지적했다. 해외 주요 철강사인 아르셀로미탈, 티센크루프, 일본제철 등이 30% 이상 감축 목표를 제시한 것과 대비된다. 국제에너지기구(IEA) 넷제로 시나리오 권고치인 24%에도 못 미친다. 과학기반 감축목표 이니셔티브(SBTi) 인증을 받은 국내 철강기업도 전무하다.

"구체적 계획 없다는 점이 핵심 문제" 

포스코는 이에 대해 "2050 탈탄소 로드맵을 기반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지속 추진하고 있다"고 밝히며 "2024 지속가능경영보고서 기준 2017~2019년 평균 배출량 7880만톤CO₂ 대비 2024년 배출량은 7110만톤CO₂ 수준으로 약 9% 이상 줄었다"고 설명했다.

탄소집약도 논란에 대해서는 "철강업체는 조강생산량당 탄소배출량으로 비교하는데, 2024년 세계철강협회 데이터 기준 전 세계 고로업체 탄소집약도는 2.34tCO₂/t-s, 포스코는 2.03tCO₂/t-s로 동일 고로업체 기준 상대적으로 낮다"고 반박했다.
철강 업종 연도별 온실가스 배출량 및 탄소집약도 추이. (표 기업기후행동평가연구팀)/뉴스펭귄

그러나 쟁점은 '절대 배출량 감축'과 별개로 탄소집약도 목표가 없다는 점이다. 탄소집약도는 제품 1단위를 생산하거나 일정 매출을 올리는 데 배출되는 온실가스 양으로 기업의 탄소 효율성을 보여주는 핵심 지표다.

포스코는 이에 "파리협정과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NDC)는 절대 배출량을 기준으로 관리되며 회사 측도 그 부분을 최우선 목표로 설정하고 있다"고 밝혔다. 탄소집약도는 고로 효율 개선, 대형 전기로 도입, CCUS, HyREX 기술 개발 등을 통해 함께 개선될 것이라는 입장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 설명만으로는 부족하다고 본다. 배출량이 상대적으로 많은 철강산업 특성을 고려해도 지금의 행보가 더디다는 지적이다.  

기후넥서스 이지언 대표는 "고로 비율이 높은 철강사일수록 탄소집약도가 높게 나타나는 구조는 이해하지만, 그렇더라도 집약도를 점진적으로 줄여나가는 경향이 보여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스코는 100% 고로 기반이기 때문에 전기로 투자가 시급하다"며 "광양 250만톤급 전기로 투자는 있었지만 추가 투자가 공식적으로 확인되지 않고 있다"고 지적했다.

기후솔루션 철강팀 강혜빈 연구원도 "한국 철강산업 배출량은 국가 총배출량의 평균 15%, 많을 때는 17%까지 차지한다"며 "고로 공정이 약 70%, 전기로 공정이 약 30%인 구조를 바꾸지 않으면 국가 감축 목표 달성도 어렵다"고 말했다. 그는 포스코가 HyREX를 개발하고 전기로를 도입하는 점은 인정하면서도 "고로 8기를 언제, 얼마나 줄일 것인지에 대한 구체적 계획이 없다는 점이 핵심 문제"라고 짚었다.

전기로 가동 계획 밝혔지만..."기존 고로 유지하면 효과 적어" 

포스코는 2026년 상반기 광양에 250만톤 규모 전기로를 가동할 계획이다. 또 2026년 포항에 30만톤 규모 HyREX 실증설비를 착공하고, 2030년까지 상용화 기술 개발을 목표로 한다고 밝혔다. 포스코 측은 "전기로가 기존 고로 대비 최대 75%까지 탄소 배출을 줄일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전기로 추가 도입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고 본다. 기존 고로를 유지한 채 전기로를 추가하면 총생산량과 총배출량이 늘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혜빈 연구원은 "탄소중립을 선언해놓고 고로 감축 계획을 공개하지 않는 것은 진정성 측면에서 의문을 갖게 한다"고 말했다.

빅웨이브 김민 대표는 "수소환원제철은 아직 상용화 단계가 아니기 때문에 그 전까지는 고로 에너지 집약도를 낮추고 전기로를 도입하는 단기 솔루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포스코의 수소환원제철 상용화 시점이 2030년대 초에서 2035년, 다시 2037년으로 미뤄지고 있다"며 "정부 지원 부재도 원인이지만 기업 역시 지연 책임에서 자유롭지 않다"고 지적했다.

김 대표는 정부 역할도 강조했다. 그는 "철강산업 탈탄소화 비용을 기업 혼자 감당하라는 이야기는 아니다. 정부 재정 투입과 녹색금융·전환금융 체계를 통한 민간 투자 유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다만 "기업도 구체적인 전환 로드맵과 재생에너지 확대 계획을 제시해야 '정부 지원만 기다린다'는 인상에서 벗어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도 국내 철강산업의 구조적 한계를 짚었다. 김 대표가 2024년 발행한 보고서 '한국 철강산업 탄소중립과 NGO의 과제'에 따르면 철강 산업은 생산의 67%를 석탄 기반 고로 방식에 의존하고 재생에너지 비율은 9%에 불과해 경제성 있는 그린수소 생산이 어렵다. 배출권거래제도 감축 유인으로 제대로 작동하지 못한다는 지적이다.

보고서는 단기 감축 방안으로 에너지 효율 개선, 전기로 확대, 고철 투입 확대 등을 제시했다. 현재 기술 개선만으로도 탄소를 약 15% 감축이 가능하며 고로 대비 전기로 배출량은 약 25% 수준이라고 분석했다.

국내 최대 온실가스 배출기업이자 세계적 철강사인 포스코를 둘러싼 논란은 단순히 '배출량이 많다'는 문제를 넘어선다. 포스코가 감축 목표를 얼마나 과학적으로 재설정하고, 탄소집약도 목표를 별도로 제시하며, 고로 감축과 전기로·수소환원제철 전환 로드맵을 구체화하느냐의 문제다. 철강업계의 탄소전환 평가는 이제 선언이 아니라 숫자와 설비 전환 실적으로 판단될 수밖에 없다.

 연재순서

(1) 70개 기업이 국가 배출 3분의 2...감축은 '걸음마'

(2) 연간 천만톤 이상 배출한 '기후악당' 9곳

(3) 배출 1위 기업 포스코..."고로 감축 로드맵조차 없다"

(4) 탄소배출 급증한 기업5곳 어디?...1위 '현대제철' 

(5) 배출량 줄인 기업 칭찬 이르다? "경기 침체 영향'

(6) 정유, 너는 왜?...배출량·생산량·탄소집약도 모두 증가

(7) 시멘트 산업 최다 배출기업 '쌍용씨앤이'

(8) 반도체 최다 배출기업 '삼성전자'...탄소집약도는 하락

(9) 석유화학 업종 배출 1위 '에쓰오일'

(10) 온실가스 감축 가장 많이 한 곳  'LG디스플레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