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PV 백신, 올해 놓치면 30만 원”…예비 중1 아들맘도 예외 아니라는데[안경진의 약이야기]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2026. 5. 8. 14: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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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일부터 HPV 백신 정부 지원 대상 확대
12세 남성 청소년도 무료 접종 가능해져
자궁경부암 주사 인식에 남성 접종률 저조
연내 1차 접종하면 내년 2차 접종도 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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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복을 사입힌다고 끝이 아니더라. 입학 전에 챙길 게 얼마나 많은지, 백신 종류만 3가지나 되더라니까. ”

올 봄 중학교에 입학한 딸을 둔 친구에게 입학 준비 중 뭐가 제일 힘들었는지 물으니 의외의 답변이 돌아왔습니다. 오랜만에 예방접종 스케줄을 챙기는 게 여간 까다롭지 않더라는 거에요. 질병관리청과 교육부는 초·중학교 입학생의 감염병을 예방하기 위해 빠트린 예방접종이 없는지 확인 후 미완료자에게 예방접종을 독려하는 사업을 시행하고 있습니다. 중학교 입학 전 필수예방접종은 일본뇌염 백신과 디프테리아· 파상풍·백일해(Tdap) 6차, 사람유두종바이러스(HPV) 백신까지 3가지입니다. 초등학교 입학 전에 접종했던 DTaP의 면역력을 강화하려면 추가 접종이 필요한데 11~12세의 경우 적기 접종률이 상대적으로 저조했거든요.

아들은 2가지만 챙겨도 되니 한결 낫겠다며 여유를 부리던 또 다른 친구를 당황하게 만든 한마디가 있었습니다. 이제 예비 중학생을 둔 아들맘들도 HPV 백신 접종을 소홀히 해선 안 된다는 거였죠.

질병관리청은 이달 6일부터 12세 남성 청소년을 대상으로 HPV 백신 국가예방접종 지원을 시작했습니다. 기존에는 12~17세 여성 청소년과 18~26세 저소득층 여성만 무료 접종 대상이었는데, 올해부터 지원 범위가 넓어진 겁니다. 내년에 중학교에 입학하는 2014년생 남학생은 올해가 지나면 혜택을 놓치게 되니 접종을 서두르는 편이 좋겠습니다.

HPV는 항문암·두경부암·생식기사마귀 등 성별과 관계 없이 남녀 누구에게나 감염될 수 있습니다. 주로 감염인과의 성적 접촉을 통해 전파되기 때문에 HPV 관련 질환을 효과적으로 예방하기 위해선 성경험 전에 남녀 모두 백신을 접종하는 것이 이상적입니다. HPV 백신은 HPV 감염으로 인해 발생하는 생식기 사마귀의 89%, 항문 상피 내 종양의 78% 이상을 예방하는 효과가 입증됐습니다. 이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8개국 중 37개국을 포함해 세계 147개국에서 접종이 이뤄지고 있죠. 남성은 여성보다 표피 감염이 많다보니 항체가 형성되기 어려워 예방접종이 더욱 중요하다고 알려졌습니다. 최근 남성의 두경부암 발병률이 급증하고 있다는 점에도 주목할 만 합니다. 과거에는 흡연과 음주가 두경부암의 주범으로 꼽혔는데, 시대가 바뀌었거든요. 입 뒤쪽과 목구멍에 발생하는 구인두암을 중심으로 HPV가 중요한 위험인자로 급부상하고 있습니다. 더욱 큰 문제는 여성의 자궁경부암과 달리, 두경부암은 선별검사가 없다는 겁니다. 전암 병변을 미리 발견할 방법이 없으니, 예방이 사실상 유일한 무기인 셈이죠. 그런데 남성의 HPV 백신 접종률은 참담한 수준입니다. 2025년 기준 12~17세 여성 청소년의 HPV 1회 이상 접종률은 87.6%에 달한 반면 남성 청소년은 1%에도 못 미쳤죠. 국가 차원의 접종 지원이 없었으니 당연한 결과라고 여겨질 수 있지만, 그 이면에는 “HPV 백신은 여성들이 맞는 자궁경부암 주사”라는 뿌리 깊은 오해가 자리잡고 있습니다.

국내에서 허가 받은 HPV 백신은 서바릭스(2가)와 가다실(4가), 가다실9(9가) 등 3종입니다. 각각이 표적으로 삼는 바이러스 유형의 개수에 따라 가수가 달라지죠. 2가 백신은 자궁경부암의 약 70%, 항문암의 90%를 일으킨다고 알려진 16·18형만을, 4가는 생식기 사마귀의 90% 이상을 유발하는 6·11형을 추가로 포함합니다. 9가는 기존 4가 백신에 5가지 혈청형(31·33·45·52·58형)이 추가돼 현존하는 HPV 백신 중 가장 많은 바이러스 유형을 포함하고 있습니다. 이들 백신 모두 9~14세 연령은 2회 접종만으로 3회 접종과 동등한 효과를 나타내기 때문에 2번만 맞으면 됩니다. HPV 백신은 1회 접종 비용이 15만~20만 원 수준이라 10대 아들을 키우는 부모들의 부담이 컸는데, 이제 12세 남성도 무료접종이 가능해졌으니 반가운 일이죠.

다만 지원 백신은 가다실(4가)로 한정됩니다. 올해 접종 대상자는 위탁의료기관으로 지정된 인근 병원 또는 보건소에서 HPV 백신을 접종받을 수 있습니다. 6개월 간격으로 2회 접종을 완료해야 하는데, 연내 1차 접종을 시작하면 내년에 무료 접종 기회가 유지됩니다. 참여 의료기관이나 HPV 백신을 포함한 백신 접종 이력이 궁금하다면 예방접종도우미 누리집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약이야기

안경진 의료전문기자 realglasses@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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