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자 유가족과 함께 눈물 흘린 이 대통령 [현장 화보]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이 열린 8일 오전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 행사장에는 유난히 차분하게 앉아 있는 부모들이 있었다. 서로 인사를 나누거나 대형 화면 앞에서 기념사진을 찍는 다른 참석자들과 달랐다. 몇몇 아버지는 주먹을 꽉 쥐고 있었고, 몇몇 어머니는 손수건을 말아 쥐고 있었다. 대한노인회가 주최한 이 날 기념식에는 효행 실천 유공자와 독거 어르신, 순직 소방·경찰 공무원의 부모 등 230여 명이 참석했다. 다른 테이블에는 백발의 어르신들이 많았지만, 유난히 차분했던 두 테이블에는 아직 젊은 부모들이 앉아 있었다.

이재명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가 행사장에 들어섰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의 인사말이 끝나자, 이 대통령 부부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이어 조용하던 두 테이블로 이동해 순직 소방·경찰 공무원 부모들의 가슴에 붉은 카네이션을 달았다. 어느 아버지는 대통령의 손을 잡고 흐느꼈고, 어느 어머니는 김 여사를 끌어안고 울었다. 이 대통령과 김 여사의 눈에도 눈물이 맺혔다. 이 대통령 부부는 순직 공무원 유족 11명에게 카네이션을 직접 달아줬다.


흐느끼던 눈물을 닦아내고 자리에 앉은 유가족을 다시 울린 것은 대통령의 축사였다. 연단에 오른 이 대통령은 국민의 생명을 지키다 순직한 소방·경찰 공무원을 언급하며 다시 울먹였다. “만나지 못할 가족을 그리워하며 아파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말한 뒤 한동안 말을 잇지 못했고, 이후 떨리는 목소리로 축사를 이어갔다. 이 대통령이 고 이해찬 전 국무총리 영결식 등 공식 행사에서 눈물을 보인 적은 있지만, 대통령 취임 후 공개 연설 도중 눈물을 보인 장면은 이례적이다.



오늘 기념식에는 故 김수광 소방장의 유족 김종회·이보경 님, 故 박수훈 소방교의 유족 박형호·류재숙 님, 故 임성철 소방장의 유족 임영준·김경희 님, 故 이호현 소방교의 유족 이광수 님 등이 참석했다.
故 김수광 소방장. 2024년 1월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돼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서 고립됐다가 박수훈 소방사와 함께 순직했다.
故 박수훈 소방교. 2024년 1월 31일 경북 문경시 육가공품 제조공장 화재 현장에 투입돼 불길이 갑자기 커지면서 고립됐다가 김수광 소방사와 함께 순직했다.
故 임성철 소방장. 2023년 12월 1일 제주 귤 창고 화재 현장에서 80대 노부부를 구하고 순직했다.
故 이호현 소방교. 2017년 9월 17일 강릉시 강문동 석란정에서 화재 진압 중 건물이 붕괴하여 순직했다.
이준헌 기자 he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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