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명률 최대 50% 한타바이러스 백신 임상1상 완료

최근 대서양 크루즈선 MV 혼디우스에서 한타바이러스의 일종인 '안데스바이러스' 집단감염이 발생해 3명이 숨졌다. 치명률 최대 50%의 바이러스지만 허가된 백신은 아직 없다. 미국 연구팀은 한타바이러스 백신 1상 임상시험을 마쳤고 영국·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 연구팀은 드론 배송이 가능한 백신 기술까지 개발 중이다.
7일(현지시각) 국제학술지 네이처와 영국 BBC가 한타바이러스 백신 연구 현황을 보도했다. 네이처는 30년 이상 한타바이러스를 연구한 제이 후퍼 미 육군전염병연구소 분자바이러스학 분과장을 인터뷰했고, BBC는 영국·미국·남아프리카공화국 국제 연구팀과 함께 백신을 개발 중인 아셀 사르트바예바 바스대 교수의 연구를 소개했다.
한타바이러스는 쥐 등 설치류 배설물이 건조되면서 공기 중에 퍼진 미세입자를 흡입할 때 주로 감염된다. 발열·근육통 등 독감 유사 증상으로 시작해 급성호흡곤란증후군(ARDS)이나 다발성 장기부전으로 빠르게 악화될 수 있다. 이번 사태의 원인인 안데스바이러스는 사람 간 전파 사례가 가장 많이 보고된 변종으로 아르헨티나 등 남미에서 주로 발생한다.
현재 승인된 치료제와 백신이 없으며 아메리카 대륙 유행 변종의 치명률은 최대 50%에 달한다.
후퍼 분과장은 "설치류를 매개로 하는 한타바이러스는 현장 군인들에게 직접적인 위협이 되기 때문에 군은 오랫동안 백신을 원했다"고 말했다. 미 육군은 1980년대부터 연구를 이어왔다. 후퍼 분과장이 합류한 1990년대에는 미국 포코너스 지역의 신놈브레 바이러스, 남미의 안데스바이러스 등 새 변종이 잇따라 발견되면서 백신 개발을 본격화했다.
현재까지 안데스바이러스, 한탄바이러스, 푸우말라바이러스 등 세 가지 변종에 대한 1상 임상시험을 마쳤다. 바이러스 유전정보를 DNA 형태로 주입해 면역반응을 유도하는 안데스바이러스 DNA 백신은 인체에서 바이러스를 직접 무력화하는 중화항체를 생성한다. 후퍼 분과장은 "전망이 밝다"면서도 "최소 3회 접종이 필요하다는 한계가 있다"고 말했다.
1상 임상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2상, 3상으로 나아가야 하지만 갈 길이 멀다. 후퍼 분과장은 "감염 사례가 드물고 지리적으로 분산돼 있어 전통적인 효능 시험을 진행할 지역을 특정하기 어렵다"며 "백신 접종 후 바이러스를 무력화하는 중화항체가 충분히 생성되는지를 효과의 지표로 삼는 창의적인 접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는 1상 참여자에게서 추출한 중화항체를 햄스터 모델에 투여해 백신으로서의 효과를 추가로 검증 중이다. 후퍼 분과장은 "결과는 추후 논문으로 발표할 것"이라고 말했다.
치료제 개발도 병행하고 있다. 인간 항체를 생산하도록 유전자 변형된 소에 한타바이러스 항원을 주입해 만든 항체 제품 'SAB-1634'는 동물 모델에서 안데스 바이러스와 세 가지 다른 변종을 막는 효과를 확인했다. 후퍼 분과장은 "아직 1상 인체 임상시험에는 진입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을 계기로 가능성이 입증된 메신저리보핵산(mRNA) 백신 기술도 주목한다. 후퍼 분과장은 "안데스 DNA 백신 연구는 mRNA 플랫폼으로 전환하기 용이하다"면서도 "외부의 강력한 견인력이 없어 진행 속도가 더디다"고 말했다.
후퍼 분과장이 백신 효능 개발에 집중한다면 사르트바예바 교수는 만들어진 백신을 어떻게 세상에 전달할지에 주목한다. 현재 대부분의 백신은 냉동 상태로만 운반할 수 있어 오지 지역 배송이 어렵다. 연구팀은 이 문제를 '인실리케이션(insilication)' 기술로 풀고자 한다.
사르트바예바 교수는 "인실리케이션은 백신을 매우 얇은 무기물 층으로 둘러싸 열 안정성을 높이는 획기적인 신기술"이라며 "15년 이상 개발해온 방법"이라고 말했다.
사르트바예바 교수팀은 한타바이러스 항원을 개발한 텍사스 연구팀, 남아프리카공화국 바이오기업 아프리젠(Afrigen)과 협력하고 있다.
사르트바예바 교수는 "온도 변화에도 백신 효능이 유지되도록 하는 것이 목표"라며 "드론 배송도 가능한 수준을 목표로 한다”고 말했다.
이어 "백신을 개발할 수 있다면 이 질병의 발생을 예방하거나 적어도 심각한 결과를 완화할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조가현 기자 gahyun@donga.com]
Copyright © 동아사이언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