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 앞의 평등’ 허물어뜨린 조작기소 특검법 [쓴소리 곧은소리]
위헌·이해충돌 우려…명분 잃은 입법에 정치적 역풍 자초
(시사저널=장영수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헌법학))
6·3 지방선거를 한 달도 채 남겨놓지 않은 시점에 여당의 조작기소 특검법 발의가 갑자기 최대 화두로 떠올랐다. 이를 둘러싼 위헌 논란이 법조계에서 계속되는가 하면, 선거를 앞둔 민심의 변화까지 감지되고 있는 것이다. 정치권에서는 중요 접전 지역의 선거 판도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조작기소 특검법의 시작은 더불어민주당 국회의원 100여 명이 이재명 대통령에 대한 검찰의 조작기소를 문제 삼으면서 공소 취소를 요구하는 모임을 만든 것이라 할 수 있다. 이에 대해 친여 인사인 유시민 전 장관조차 '미친 짓'이라고 할 정도로 이에 대한 우려 제기가 많았는데, 이를 조작기소 국조특위로, 나아가 조작기소 특검법으로 계속 밀고 간 것이다.
조작기소 국조특위에 대해서도 비판이 많았다. 대장동 사건 변호사 출신인 이건태 민주당 의원이 국조특위 위원이 되었다는 점도 그렇고, 국조특위에서 검찰의 조작 주장에 대해 쌍방울 김성태 전 회장 등 관련자의 반박 증언도 많이 나왔기 때문이다. 그러나 무엇보다 심각한 것은 이 문제를 특검으로 연결시킨 것이고, 특검법 발의 이후에 문제가 걷잡을 수 없을 정도로 확산된 것이다.
민주당 측에서는 1987년 민주화 이후 정부·여당의 힘이 역대 어느 정권보다도 강력한 현시점에 못 할 것이 없다고 생각했을 수 있고, 오히려 지방선거 승리를 통해 조작기소 특검법이 국민에 의해 정당성을 얻은 것이라고 말하고 싶었을 수도 있다. 그러나 현재 상황은 민주당의 기대와는 다르게 흘러가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전례 없는 위헌적 특검법…명백한 이해충돌
조작기소 특검법은 여러 가지 점에서 초유의 내용을 담고 있으며, 위헌으로 지적되는 부분도 많다. 위헌성 논란의 첫째 요소는 특검의 본질에 반한다는 점이다. 특검 제도 자체가 대통령이나 수사기관의 장 등과 관련된 사건이어서 객관적이고 공정한 수사가 어렵다고 인정될 때, 공정한 수사를 위해 활용되는 것이다.
그런데 이번 조작기소 특검법(안)처럼 거꾸로 대통령의 사법 리스크를 해소하기 위해 특검을 투입하는 것은 전례가 없다. 이는 특검의 본질에 반하는 것이기 때문이며, 대한민국의 역대 특검뿐만 아니라 우리 특검 제도의 모델인 미국의 특검에서도 유례를 찾을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식의 특검은 특검 제도 자체에 대한 국민의 신뢰를 심각하게 훼손할 수 있다.
둘째, 이번 특검법(안)은 헌법 제11조 제1항에 명시된 '법 앞의 평등'에 위배된다. 그동안 조작수사나 조작기소가 문제 된 사건이 적지 않았는데, 지금까지 예외 없이 조작 여부에 관한 증거를 법원에서 밝혀 무죄 판결을 받는 방식으로 해결했지, 특검을 통해 해결한 선례가 없다. 대통령이 관련된 사건이라고 해서 특검으로 해결한다는 것 자체가 평등에 위배되는 것이다.
또한 특검법(안) 제13조에서 영장전담판사를 두도록 한 것도 평등원칙 침해다. 다른 사건과 달리 조작기소 특검 사건에 대해서만 영장전담판사를 둔다는 것은 일반 사건은 물론 기존 특검의 사건에 대해서도 차별적인 취급인 것이며, 만일 그것이 과거 3대 특검의 경우처럼 영장 기각률이 높아질 것을 우려한 것이라면 더욱 심각한 문제다.
그리고 대통령기록물과 관련해 대통령기록물법 제17조에서 '관할 고등법원장'의 영장이 있는 경우에 자료를 열람·사본제작·제출하도록 한 것과 달리, 특검법안 제6조 제5항 제2호에서는 '관할 지방법원판사'의 영장이 발부되었을 때 자료를 열람·사본제작·제출하도록 한 것도 합리적 사유가 없는 차별로서 평등원칙 위반이 문제 될 수 있다.
위헌성 논란의 셋째 요소는 명백한 이해충돌이라는 점이다. 헌법 제46조에 명시된 국회의원의 이해충돌 금지 조항을 접어두더라도, 대통령의 이익을 위한 조작기소 특검을 여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국회에서 추천하고 대통령이 최종 결정하는 것은 명백한 이해충돌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것이다.
특검법(안)에서 특히 주목되는 조항은 제8조의 이첩 조항이다. 특검이 수사 대상 사건에 대해 이첩을 요구하면 해당 기관에서는 이를 따라야 한다는 규정이며, 이를 통해 대장동·백현동·위례신도시 사건이나 대북송금 사건 등 12개 사건에 대해 특검이 사건을 이첩받아 공소 유지에 관한 권한을 행사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부 민주당 의원이 주장하던 공소 취소를 위한 목적으로 결국 특검법이 발의된 것이라는 의혹을 낳는 요인이 되고 있다. 일반적으로 공소 취소는 공소권의 존재 자체가 문제 되는 매우 특별한 상황이거나, 공소시효의 만료나 처벌의 근거법률 폐지, 진범 체포 등의 경우에 예외적으로 인정되며, 수사나 기소에서 조작 여부가 문제 되는 경우에 인정된 선례가 없다는 점에서도 매우 심각한 불신의 원인이 된다.
與, 여론 잘 살펴야 또 다른 불신 막을 수 있어
조작기소 특검법이 발의된 이후에 국민의 반응은 뚜렷하다. 전체적인 정부·여당의 지지율이 하락했을 뿐만 아니라, 6·3 지방선거를 앞둔 접전 지역의 판도에도 뚜렷한 변화가 나타나고 있는 것이다. 오죽하면 김부겸 민주당 대구시장 후보자가 선거 판도의 변화를 느끼면서 "동지 버릴 셈 아니라면 신중해야" 한다는 말까지 했겠는가.
민주당에서는 그동안 민주당 의원들의 모임, 조작기소 국조특위 등으로 단계적으로 진행되어 왔는데 왜 조작기소 특검법에 대해서는 이렇듯 국민의 거부반응이 나타나는 것인지 의아하게 생각할 수도 있을 것이다. 이는 세 가지 점에서 설명될 수 있다.
첫째, 초기 단계에서는 국민이 이 문제를 그렇게 심각하게 받아들이지 않았다. 둘째, 조작기소 국조특위가 국민을 충분히 설득하지 못했다. 셋째, 그런 상황에서 특검법을 강행하는 것에 대해 국민의 실망과 분노가 더욱 커졌다.
이를 달리 표현하자면, 마치 눈이 잔뜩 쌓여 있는 가지를 부러뜨리는 것은 최후에 더해진 눈 한 송이인 것처럼, 특검법 발의 전 단계부터 차곡차곡 쌓인 의심과 불신이 그동안에는 민주당에 대한 지지, 국민의힘에 대한 불만으로 버티고 있었는데, 특검법이 발의되고 그 내용의 문제점들에 대한 비판이 터져 나오면서 함께 폭발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이제는 민주당도 특검법의 조속한 통과를 무리하게 추진하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6·3 지방선거의 결과에 따라 재추진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지만, 그렇게 되면 또 다른 갈등, 또 다른 국민적 불신과 불만을 낳을 수 있다. 민주주의는 국민을 이기려 하는 것이 아니라 국민의 뜻을 따르는 것이라는 점을 정부·여당이 잊지 말아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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