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직 공무원 부모 위로한 이 대통령 “국가가 자식 된 도리 다하겠다”
이중근 대한노인회장 “부모 세대 헌신 있었기에 오늘의 대한민국 가능”
이재명 대통령 “부모 희생에 기대는 사회 넘어야”…노인복지 정책 방향 제시

이재명 대통령이 어버이날인 8일 순직 경찰·소방 공무원 부모에게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주며 국가 책임의 의미를 강조했다.
더 이상 자녀에게 꽃을 받을 수 없는 부모에게 대통령이 대신 카네이션을 건넨 장면은 이날 어버이날 일정 전체를 관통한 상징으로 남았다. 국가를 위해 희생한 이들과 남겨진 가족을 국가가 끝까지 책임지겠다는 메시지를 압축적으로 보여줬다는 해석이 나온다.
이 대통령과 김혜경 여사는 이날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제54회 어버이날 기념식에 참석했다. 대통령 부부가 함께 어버이날 기념식에 공식 참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행사에는 효행 실천 유공자와 독거 어르신, 순직 경찰·소방 공무원 부모 등 230여 명이 초청됐다.
가장 시선을 끈 장면은 순직 공무원 부모를 향한 카네이션 전달이었다. 경북 문경과 전북 김제 등 각종 사고 현장에서 임무 수행 중 숨진 경찰·소방 공무원 부모들이 행사장을 찾았고, 이 대통령 부부는 한 명씩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줬다.
카네이션 전달 직후 이 대통령은 감정이 북받친 듯 말을 잠시 멈추기도 했다.
이 대통령은 축사에서 "제가 카네이션 전달하다 보니까 갑자기 저도 눈물이 나서, 마음 아프시겠죠. 위로 말씀 드린다"고 말했다.
어버이날 카네이션은 보통 자녀가 부모에게 감사와 존경의 뜻으로 전한다. 그러나 국가를 위해 일하다 목숨을 잃은 공무원의 부모에게는 그 꽃을 건넬 자녀가 없다. 대통령이 직접 카네이션을 달아준 장면은 국가가 그 상실의 빈자리를 외면하지 않겠다는 상징적 행위로 읽힌다.
이 대통령은 "따뜻한 마음을 나눠야 할 어버이날, 만나지 못할 가족을 그리워하며 아파하고 계신 분들이 있다"며 "국가가 자식 된 도리와 책임을 다하고 끝까지 곁을 지키겠다는 뜻으로 오늘 유가족 여러분께 카네이션을 달아드렸다"고 말했다.
또 "가장 위험한 현장에서 마지막까지 소임을 다했을 젊은 청년들의 숭고한 희생을 무겁게 기억하겠다"고 밝혔다.
순직 공무원의 희생을 단순 추모가 아닌, 국가가 끝까지 책임져야 할 문제로 강조한 발언이다.
이 대통령은 부모 세대와 국가 역할에 대한 메시지도 함께 냈다.
이 대통령은 "한 사람의 부모는 자식 숫자만큼의 세상을 짊어지고 살아간다"며 "두 아이의 아버지가 되고서야 저도 비로소 실감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이어 "자식의 내일을 위해 자신의 오늘을 접어두었던 그 묵묵한 헌신 위에 오늘의 대한민국이 존재한다"며 부모 세대의 희생을 대한민국 성장의 기반으로 평가했다.

이날 행사에는 대한노인회장인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이 참석했다. 대한노인회는 전국 경로당과 지역 노인회를 기반으로 한 국내 최대 노인단체다. 초고령사회 진입을 앞두고 노인복지 정책과 고령층 여론 형성에서 영향력이 가장 큰 조직으로 꼽힌다.
이중근 회장은 인사말에서 어버이날의 의미를 단순한 기념일이 아닌 세대 간 연대와 존중의 가치로 확장했다.
이 회장은 "오늘의 대한민국은 결코 저절로 이루어진 것이 아니다"라며 "어려운 시절을 이겨내며 산업화와 국가 발전을 이끌어 온 부모 세대의 헌신과 희생이 있었기에 대한민국이 세계 10위권 경제대국으로 성장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또 "우리는 모두 부모님의 자녀이면서 동시에 자식들의 부모로 살아가고 있다"며 "어버이날은 특정 세대만의 날이 아니라 서로를 사랑하고 존중하며 책임을 이어가는 모두의 날"이라고 강조했다.
세대 간 공존과 존중이라는 대한노인회의 메시지를 분명히 한 셈이다.
이 대통령 역시 이날 노인 정책 구상을 함께 꺼냈다. 부모 세대에 대한 존경을 상징에만 두지 않고 정책과 예산으로 연결하겠다는 뜻을 재확인한 것이다.
이 대통령은 "한평생 헌신한 아버님, 어머님들이 걱정 없이 행복한 노후를 누릴 수 있어야 한다"며 지역사회 통합돌봄, 치매안심재산 관리 서비스, 115만 개 규모 노인일자리 확대, 연금 제도 개선 등을 언급했다.
/라다솜 기자 radasom@incheon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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