놀라운 모성·부성애 가진 야생동물 6
자연에는 새끼를 위해 자기 살을 내주거나 수개월씩 굶는 동물들이 있다. 죽은 새끼 곁을 떠나지 않거나 다른 종을 입양해 키우기도 한다. 연구자들은 이런 행동이 번식 성공을 위한 진화적 전략이라고 해석한다. '어버이날'과 제법 어울리는 야생동물 사례를 소개한다.

2018년 여름 태평양 북서쪽 연안에서 암컷 범고래 탈레콰(Tahlequah)가 죽은 새끼를 머리 위에 올린 채 이동하기 시작했다. 17일 동안 약 1600km를 이동하는 내내 새끼 사체를 내려놓지 않았다. 먹이를 사냥하려면 새끼를 내려놔야 했지만 탈레콰는 새끼 대신 사냥을 포기했다. 무리의 다른 개체들이 먹이를 가져다줬다는 정황도 관찰됐다.
2025년 1월 탈레콰는 다시 한번 같은 행동을 했다. 새로 낳은 새끼가 태어난 지 며칠 만에 죽자 이번에도 사체를 머리로 받쳐 밀며 11일 넘게 이동했다.
고래연구센터(Center for Whale Research)의 연구 책임자 마이클 와이스는 "이 행동이 인간의 슬픔과 동일한지는 알 수 없다"면서도 "범고래의 모자 관계는 동물계에서 가장 강한 사회적 유대 중 하나"라고 말했다. 그는 "어미가 새끼를 아직 놓아주지 못하고 있다는 것만큼은 분명하다"고 덧붙였다.
비슷한 행동은 코끼리에서도 반복적으로 관찰된다. 2022년 인도 과학자들이 발표한 연구에 따르면 아시아코끼리는 죽은 새끼를 코로 만지고 사체 주변에 모여 경비를 선다. 2024년에는 인도 북부 벵골 지역에서 무리가 새끼 사체를 땅에 묻는 사례가 5건 관찰돼 보전학술지 JoTT(Journal of Threatened Taxa)에 보고됐다. 연구진은 "코끼리들이 사체들을 수백 미터 이동시켜 관개 수로 속에 묻었다. 무덤 위의 흙에 코끼리 발자국이 남아 있었다"고 말했다.
연구자들은 이 행동이 실제 '애도(grief)'인지 죽음의 신호를 인식하지 못해 반응하는 것인지 아직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하지만 어느 쪽이든 이 동물들이 죽은 새끼에게 강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보인다는 사실은 여전하다.

아프리카와 남미의 땅 속에 사는 세실리안(caecilian·무족양서류)은 지렁이와 뱀을 반씩 섞어놓은 듯한 외형의 동물이다.
세실리안 어미는 새끼를 낳은 후 피부 바깥층을 두껍고 지방이 풍부한 조직으로 변형시킨다. 새끼들은 이를 위해 특수하게 발달한 이빨로 어미의 피부를 뜯어먹으며 성장한다. 이빨의 형태는 피부를 효율적으로 벗겨낼 수 있도록 진화했다. 어미의 피부는 수일마다 재생되면서 다시 먹힐 준비를 한다.
이 행동은 2006년 국제학술지 네이처에 처음 보고된 이후 분류학적으로 거리가 먼 아프리카와 남미의 각기 다른 두 종에서도 독립적으로 발견됐다. 전문가들은 두 대륙이 분리된 시점을 고려하면 이 육아 방식은 1억 년 전부터 존재했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한다.
피부 먹이기가 단순한 영양 공급 이상이라는 사실도 연구를 통해 밝혀졌다. 2023년 플로리다 자연사박물관 연구에 따르면 어미의 피부를 통해 새끼에게 장내 미생물이 함께 전달되며 이는 면역 체계 구축에도 기여한다. 포유류의 모유 수유가 항체를 전달하는 것과 유사한 기능이다. 연구진은 "양서류에서 육아 행동이 미생물생태계(마이크로바이옴) 전달에 관여한다는 최초의 직접적 증거"라고 말했다.

호주 퀸즐랜드 열대우림에 살던 '위내 포란 개구리(Rheobatrachus silus)'는 1973년 처음 발견됐다. 생김새는 평범한 수생 개구리였지만 번식 방식이 달랐다. 암컷이 수정란을 삼켜 위 속에서 부화시킨다.
알에 위산 분비를 억제하는 물질(프로스타글란딘 E2)이 있어서 위 속에서도 소화되지 않는다. 올챙이가 자라는 동안에는 올챙이 아가미의 점액이 같은 역할을 하면서 위산이 분비되지 않는 상태를 유지한다. 6~7주의 임신기간 동안 어미는 아무것도 먹지 않는다. 한 번에 최대 25마리의 새끼가 다 자라면 어미의 입을 통해 태어난다.
이 종이 처음 발견된 직후 연구자들은 위산 분비 억제 물질을 활용해 위궤양 치료나 위 수술 후 회복 과정에 활용하려고 했다. 하지만 연구가 본격화되기 전인 1980년대 초에 야생에서 멸종됐다. 현재 호주 뉴캐슬대학과 뉴사우스웨일스대학 연구진이 냉동보존된 조직을 이용한 복원 프로젝트 '라자루스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암컷 문어가 알을 낳은 뒤 먹이를 끊는다는 것은 알려진 사실이다. 그런데 얼마나 오래 굶는지는 종마다 다르다. 일반적으로 수개월이지만 심해 문어 '그라넬레도네 보레오파키피카(Graneledone boreopacifica)'는 수 년 동안 먹이를 끊기도 한다. 미국 캘리포니아 인근 몬터레이만에서 한 개체가 4년 5개월 동안 알을 지키며 먹지 않은 사례가 기록됐다. 현재까지 알려진 동물계 최장 포란 기간이다.
몬터레이만 수족관 연구소(MBARI)의 수중로봇이 2007년부터 2011년까지 18차례 같은 지점을 방문하며 이 개체를 추적했다. 암컷은 주변의 게와 새우가 가까이 오면 밀어낼 뿐 먹지 않았다. 2011년 10월 알이 부화하자 사망했다. 연구진은 "이 어미의 궁극적 운명은 죽음"이라고 말했다.
이런 행동은 오징어와 문어 같은 두족류의 생식과 수명 주기(특히 번식 후 죽음)를 조절하는 핵심 호르몬 분비 기관인 시선(視腺·optic gland)이 관장한다. 1977년 한 실험에서 이 분비선을 제거하자 암컷은 알을 버리고 먹이를 먹기 시작했으며 훨씬 오래 살았다. 문어의 굶주림은 '선택'이 아니라 번식 이후 작동하는 생리적 프로그램인 셈이다.

황제펭귄의 육아는 수컷의 몫이다. 암컷이 알을 낳으면 수컷이 발등 위에 올리고 배로 덮는다. 이후 암컷은 먹이를 찾아 바다로 떠나고 수컷은 영하 40도, 초속 45m 바람이 부는 남극 겨울 한복판에서 알을 품는다.
수컷은 먹이 없이 최대 120일을 지나면서 체중의 40%를 잃는다. 수백 마리 수컷이 몸을 밀착시켜 체온을 유지한다. 알이 부화하면 수컷은 식도에서 분비되는 '크롭 밀크(crop milk)'로 새끼에게 첫 번째 먹이를 준다. 포유류의 젖과는 다르지만 단백질과 지방이 풍부한 분비액으로, 암컷이 돌아올 때까지 새끼의 유일한 식량이다.
다만 완전한 금식이라는 통념에도 예외가 있었다. 2018년 스크립스 해양연구소 연구에 따르면 일부 수컷은 밤에 바다로 나가 먹이를 사냥해 돌아왔다. 연구진은 이를 "극한의 금식 기간을 버티기 위한 생존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2014년 프랑스령 폴리네시아 해안에서 돌고래 어미와 생김새가 전혀 다른 새끼가 발견됐다. 큰돌고래(bottlenose dolphin) 어미가 자기 새끼와 함께 생김새가 전혀 다른 새끼를 키우고 있었다. 입이 짧고 뭉툭한 멜론머리고래(Peponocephala electra)의 새끼였다. 완전히 다른 속(genus)의 개체였다.
해양포유류 연구단체 GEMM의 파멜라 카르종 연구진이 2014년부터 3년 이상 이 가족을 추적해 2019년 동물행동학 학술지 에솔로지(Ethology)에 보고했다. 입양된 멜론머리고래 새끼는 돌고래 무리에 완전히 녹아들었고 헤엄치는 방식도 돌고래처럼 변해갔다.
연구저자 파멜라 카르종은 "돌고래 어미가 초산인 데다 평소에도 낯선 개체에게 거부감이 없는 성격이었고, 멜론머리고래 새끼 쪽에서 먼저 집요하게 이 어미에게 달라붙었다"고 말했다. 그는 "어미의 관대한 성격도 중요했지만 입양을 성사시킨 주된 힘은 새끼 쪽의 집요함이었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 사례는 야생에서 다른 속의 새끼를 입양한 것이 공식 확인된 두 번째 사례였다. 첫 번째는 2006년 브라질에서 카푸친원숭이 무리가 마모셋 새끼를 입양한 경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