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체크] 한화에어로, KAI 인수 눈앞...넘어야 할 산은?

임준혁 기자 2026. 5. 8. 11:30
음성재생 설정 이동 통신망에서 음성 재생 시 데이터 요금이 발생할 수 있습니다. 글자 수 10,000자 초과 시 일부만 음성으로 제공합니다.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KAI 지분 추가 매입...지분율 5.09%
연내 5000억원 투자...3대주주 등극
공정위 독과점 심사 통과 여부 관건
서울 장교동 한화빌딩./한화

| 서울=한스경제 임준혁 기자 | 한화그룹이 국가대표 방산기업 육성이란 명분을 내세우며 최근 한국항공우주산업(KAI) 경영참여를 본격화했다. 사실상 준공기업인 KAI의 민영화 필요성이 꾸준히 제기되는 가운데 한화의 (KAI) 지분 추가 매입이 인수 의향이란 속내를 노골적으로 드러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한화그룹 방산 부문 주력 계열사 한화에어로스페이스가 KAI 주식 10만주(0.1%)를 취득했다고 지난 4일 공시했다. 지난 3월 한화시스템 등 자회사와 함께 KAI 지분 4.99%를 확보한 데 이은 추가 매입이다. 이로써 한화에어로스페이스(관계사 포함)의 KAI 지분율은 5.09%로 확대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분율이 5%를 초과하면서 KAI 지분 보유 목적을 기존 '단순투자'에서 '경영참여'로 변경했다. 한화에어로는 올해 말까지 총 5000억원을 투자해 KAI 주식을 매입할 계획이다. 지난달 30일 종가 16만9000원을 기준으로 하면 295만8580주, 지분율 3.04%에 해당하는 규모다. 다만 실제 취득 지분율은 향후 매입 단가에 따라 변동될 수 있다.

한화는 시너지 효과를 고려해 KAI 경영참여에 나섰다고 밝혔다. 한화에어로는 지상방산과 항공엔진, 항공전자, 레이더, 우주 발사체 분야는 물론 자회사인 한화오션을 통해 해양방산까지 포트폴리오를 넓혀 왔다. KAI는 완제기 및 중대형 위성개발 역량을 보유한 방산기업이다. 위성의 핵심부품 및 탑재체 기술 자립화에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 주주 제안·이사 후보 추천 이사회 진입 가능

'한국판 스페이스X'로의 도약 차원에서 한화는 '발사-위성-데이터-서비스'를 하나로 묶는 우주 밸류체인 구축을 강력하게 추진 중이다. 발사체(한화에어로스페이스)→위성제조(한화시스템 등)→영상판매로 이어지는 수직계열화를 구축해 온 한화가 KAI와의 협력을 통해 유무인 복합체계와 우주항공을 아우르는 기업으로 격상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시장의 관심은 한화의 KAI 지분 매수가 인수까지 이어질지 여부로 향하고 있다. 한화는 2018년 지분 5.99%를 전량 처분한 이후 KAI와의 투자 관계를 끊었으나 최근 다시 지분을 확보하기 시작하며 전략적 관계를 복원했다. KAI의 민영화 가능성이 꾸준히 거론되는 상황에서 장차 인수전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는 해석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한화는 "구체적인 경영참여 계획은 검토 중"이라면서도 "의사결정에 참여할 필요가 있을 경우 주주로서 적법한 절차와 방법에 따라 회사의 경영 목적에 부합하도록 회사 및 주주, 이해관계자들의 사정과 이익을 충분히 감안할 방침"이란 공식 입장을 밝혔다.

KAI의 최대 주주는 한국수출입은행(26.4%)으로 한화의 계획대로라면 연내에 2대 주주인 국민연금(8.3%)에 이은 3대 주주로 올라서게 된다. 국민연금의 KAI 투자 목적은 단순투자보다 한 단계 높은 일반투자 목적이지만 경영에 적극 개입하는 건 사실상 제한적이다. 현재 KAI의 3대 주주인 피델리티(Fidelity Management)는 단순투자자로만 등재돼 있다.

▲ KAI 민영화 과정 잠재 인수후보 기선 제압 분석

한화가 KAI 경영에 개입할 수 있는 방안은 크게 두 가지로 구분할 있다. 첫째 이미 지분 5% 이상을 확보한 주주로서 주주제안을 할 수 있고 두 번째로 주주총회에 이사 후보 추천을 통한 이사회 진입도 가능하다.

현재 KAI의 이사진은 사내이사 1명과 사외이사 4명, 총 5명이다. KAI 정관상 최소 이사수(3명)만 규정돼 있을뿐 이사 수의 상한선이 없기 때문에 후보 추천을 통한 이사회 진입도 한화 입장에선 경영참여의 유력한 방법론이란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창원 1사업장./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의 이번 KAI 지분 추가 매입은 민영화 시작 전부터 LIG D&A 등 다른 잠재 인수후보들의 참여 의지를 초반부터 억누르겠다는 의도로 읽힌다는 해석도 나온다. 애초 한화는 KAI 민영화 추진 시 가장 유력한 후보로 거론돼 왔다. 다만 최대 주주가 수출입은행인 만큼 공개경쟁 입찰이 불가피해 민영화 과정에서 다른 인수후보들의 참여를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었다.

하지만 올해 말 한화가 8%가 넘는 KAI 지분을 확보한다면 얘기는 달라진다. 잠재 인수후보 입장에선 '방산공룡' 한화의 눈치를 봐야 하고 KAI 이사진에 한화에서 추천한 인물이 포진한다면 경우의 수는 더욱 복잡해진다는 분석이다.

▲ KAI 부채비율 446% 재무부담...작년 에어로 유증 제동

전문가들은 한화가 △불확실한 국제정세로 인한 초대형 방산기업 출현 필요성 △KAI와의 긴밀한 협업 관계 △대주주의 지위 등을 바탕으로 KAI 경영권 인수를 위한 몸 풀기에 들어갔다는 시그널을 업계와 시장에 보내고 있다고 평가한다.

KAI 인수를 위해 한화가 넘어야 할 산은 크게 두 가지다.

우선 공정거래위원회의 까다로운 독과점 심사를 통과해야 한다. 이는 당초 한화와 시장의 예상을 훨씬 뛰어 넘는다는 지적이다. 이미 공정위는 한화오션(옛 대우조선해양) 인수와 관련해 경쟁제한 우려가 해소되지 않았다며 지난달 시정조치 이행기간을 3년 연장한 바 있다. 수십년간 국가가 전략적으로 육성해 온 기업을 특정 그룹에 넘기고 이런 과정에서 해당 그룹 승계의 지렛대 역할을 할 수 있단 점에서 특혜시비가 불거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화가 자체적으로 KAI 주식 보유율을 늘리거나 경쟁입찰을 통해 최대 주주 지분을 매입하는 경우 모두 비용 부담이 만만치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한화에어로는 현재 8조원 가량의 현금을 보유해 인수 여력은 겉으로 봤을 때 충분해 보인다. 하지만 향후 늘어날 재무 부담이 변수다. KAI의 내부 현금은 600억원에 불과하고 부채비율이 446%로 전년 대비 큰 폭으로 증가한 상황이다. 그룹 차원으로 확장하면 한화솔루션 등 계열회사 자금 소요가 크기 때문에 한화에어로 입장에선 대규모 지출이 부담스러운 상황임을 부인할 수 없다.

금융감독원은 지난달 한화솔루션이 제출한 2조3976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관련 증권신고서에 정정신고서 제출을 요구하며 제동을 걸었다. 한화그룹의 사업 확장 전략은 최근 유상증자에 크게 의지해 온 게 사실이다. 에너지와 방산, 조선으로 이어지는 핵심 사업들이 대규모 선제 투자가 필요한 탓에 자본 시장을 통한 자본 조달을 반복해 왔다.

한화에어로의 유상증자가 대표적인 사례로 지목된다. 한화에어로는 지난해 3조6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추진했지만 금감원이 두 차례나 정정신고서를 요구했고 이후 유증 규모는 2조3000억원으로 축소되며 간신히 추진됐다.

지난달 한화솔루션 사례까지 추가되며 그룹 차원의 유증 전략은 힘들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업계 관계자는 "한화그룹이 확장 속도를 유지하려면 기존 유증을 통한 자금 조달 구조를 바꿔야 하고 그렇지 못할 경우 투자 자체를 줄일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며 "그룹의 성장 전략이 전환점에 도달했다고 본다"고 평가했다.

Copyright © 한스경제 모든 콘텐츠(영상,기사, 사진)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는 바, 무단 전재와 복사, 배포 등을 금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