엘살바도르, 재외국민 전용 선거구 만든다…야권 “부켈레, 장기집권 포석” 비판

엘살바도르 의회가 해외 거주 자국민에게 독자적 의회 대표권을 부여하는 헌법 개정안을 최종 비준했다. 미국을 중심으로 한 대규모 디아스포라의 정치 영향력이 확대될 전망인 가운데, 야권에서는 나이브 부켈레 대통령의 장기 집권 체제 강화 움직임이라는 비판도 나오고 있다.
7일(현지시간) EFE통신 등에 따르면 엘살바도르 의회는 해외 거주 엘살바도르인을 위한 별도 선거구를 신설하는 내용의 헌법 개정안을 최종 승인했다. 개헌안에는 해외 거주민 전용 선거구(circunscripción electoral)를 만들고, 전체 의회 60석 가운데 최소 2석을 재외국민 대표 몫으로 배정하는 내용이 담겼다. 지금까지 해외 유권자들의 표는 수도 산살바도르 선거구에 합산돼 반영돼 왔다.
엘살바도르 정부는 해외 거주 자국민이 300만명 이상으로 추산되는 만큼 정치적 대표성을 직접 보장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 특히 미국 거주 엘살바도르계 이민자들의 송금이 국가 경제의 핵심 축인 만큼 이들의 정치 참여 확대가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세계은행(WB) 등에 따르면 해외 송금은 엘살바도르 국내총생산(GDP)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고 있으며, 미국 내 엘살바도르 이민자 사회는 사실상 국가 경제를 떠받치는 핵심 기반 중 하나로 평가된다.
이번 개헌은 부켈레 대통령과 집권당 ‘누에바스 이데아스(Nuevas Ideas)’ 주도로 추진됐다. 집권 세력은 의회에서 압도적 다수를 차지하고 있으며, 최근 선거제와 헌법 체계 개편을 잇달아 추진해왔다. 다만 야권과 시민단체들은 이번 조치가 단순한 재외국민 대표성 확대를 넘어 부켈레 대통령의 정치 기반을 장기적으로 강화하려는 시도일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실제로 미국 내 엘살바도르계 유권자들 사이에서는 부켈레 대통령의 강경 치안 정책에 대한 지지 여론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정지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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