광장 울린 카라의 '미스터'…5만 명 모여 "그만해라" 분노 [취재파일]
문준모 기자 2026. 5. 8. 11:09

카라 '미스터', 응원봉까지 등장...개헌 반대 집회 가보니
[헌법 개악 절대 반대!]
일본에서 큰 인기를 끌었던 카라의 '미스터'라는 곡입니다. 케이팝에 맞춰 수만 명의 일본 시민이 구호를 외치는 모습은 처음 봤습니다. 이뿐만이 아닙니다. 이날은 집회가 낮에 있었지만 밤에 열리는 집회에는 응원봉을 들고 오는 일본인이 적지 않습니다. 2024년 12월 전국을 뜨겁게 달궜던 탄핵 촉구 집회와 양상이 비슷합니다. 당시에도 케이팝에 맞춰 구호를 외치고 응원봉을 흔드는 어리고 젊은 시민들이 많았는데 요즘 일본 집회도 그렇습니다. 보통 일본 집회에는 과거 학생 운동이 격렬했던 시대를 살았던 어르신들이 대부분인데, 이번 개헌 반대 집회에는 젊은 층도 상당수 참여했습니다. 일행 없이 혼자 열심히 구호를 외치는 한 여성 참가자가 있어서 인터뷰를 부탁했는데 태도가 당차고 소신이 분명했습니다.

[쿠라야나기/집회 참가자 : 오랜 기간 전쟁에 휘말리지 않았던 건 헌법 9조 덕분인데 (개헌으로) 나라를 전쟁으로 처넣으려는 행태에 강한 분노를 느낍니다. 다카이치 총리, 평화 헌법을 파괴하는 일 그만하세요.]
한국에 대한 호감을 직접 보인 다른 참가자분들도 있었습니다. 한국에서 왔다고 하니까 어떤 참가자가 공예품 이미지 위에 일본 헌법 9조를 한국어로 번역해서 엽서를 건네주었습니다.

응원봉 문화도 그렇고 이런 공예도 마찬가지인데, 자신이 좋아하는 걸로 정치에 참여하는 모습이 한국과 닮아 있었습니다. 일본 우익 집회에서는 볼 수 없는 현상이기도 합니다. 한 일본인 중년 남성분은 한국에서 관심을 가져줘서 고맙다고도 하셨는데요. 같은 날 다른 장소에서 개헌 찬성 집회도 있었습니다. 800명 정도 규모여서 개헌 반대 집회에 비할 바는 아니었지만 주목할 점이 하나 있었습니다. 다카이치 총리가 이 개헌파 집회에만 별도로 자신의 영상 메시지를 보낸 겁니다.
[다카이치 사나에/일본 총리 : 논의를 위한 논의가 되어선 안됩니다. 저희 정치인이 국민 여러분의 기대에 부응하기 위해 해야 할 것은 바로 결단을 위한 논의입니다.]

과거 정권에서도 개헌을 위한 논의는 많았지만 이번에야말로 반드시 개헌을 이뤄내겠다는 강한 메시지가 담겼습니다.
현행 일본 헌법은 79년 전 시행된 이후 한 번도 개정된 적이 없습니다. 집권 여당인 자민당은 지금까지 지속적으로 개헌을 주장해 오긴 했지만 아베 신조 전 총리도 실행에 옮기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다카이치 총리가 취임한 이후 분위기가 달라졌습니다. 정치적 수사가 아니라 실제로 추진되는 국정 과제가 된 겁니다.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달 열린 자민당 당 대회에서 내년 봄에 발의를 하겠다는 분명한 시간표까지 제시했습니다.
논란의 개헌, 어떤 내용이길래?
[다카이치 사나에 / 일본 총리 (지난달 12일 당대회) : 때가 왔습니다. 개헌안 발의 전망이 확정된 상태에서 내년 (봄) 당대회를 맞이하고 싶습니다.]
자민당이 추진하는 헌법 개정 내용은 크게 4가지입니다. 편의상 번호를 붙이면 1번 평화 헌법 개정, 2번 긴급사태 조항 신설, 3번 참의원 선거구 합구 해소, 4번 교육 환경 충실화 등입니다. 우선 평화 헌법부터 보면, 현행 일본 헌법 9조에는 전쟁을 영구적으로 포기하고 전력을 보유하지 않겠다는 내용이 담겨 있습니다. 자민당은 반대 여론을 무마하려고 평화헌법 조항은 두고 자위대를 명기한 조항을 추가하겠다고 했습니다. 자민당은 이미 존재하는 자위대를 써넣는 것뿐이라고 주장하지만 실제론 함정이 있습니다. 자민당이 2018년 마련해 놓은 초안을 보면 전쟁과 무력행사를 영구히 포기한다는 헌법 9조는 유지하지만, 그 뒤에 "앞 조항은 필요한 자위 조치를 방해하지 않는다"는 추가 조항을 넣었습니다. 추가 조항으로 평화 헌법의 핵심을 무력화할 수 있는 구조입니다. 당연히 이걸로는 반대 여론을 뒤집기 쉽지 않겠죠. 다카이치 총리는 지난 3일자 산케이신문과의 인터뷰에서 '단계적 개헌론'을 꺼내 들었습니다. 평화 헌법 개정, 그러니까 자위대 명기보다 국민과 야당의 이해를 얻기 쉬운 긴급사태 조항 등을 먼저 추진하겠단 겁니다.
만만치 않은 또 하나의 조항은?

다카이치, 장기집권도 가능하다?
문준모 기자 moonje@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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