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풍 가자는 학생, 정부도 거들었는데…선생님 ‘책임부터 없애라’ [세상&]

김용재 2026. 5. 8.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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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체험학습 위축에 정부, 체험학습 정상화 논의
학생·학부모 “교실 밖 배움 필요”…대통령도 의지
교사들 “사고 나면 교사만 법정에”…면책 장치 요구
교육부, 보완 방안 준비해 대책 5월 말 발표 예정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진행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최교진 교육부장관이 말하고 있다. [교육부 제공]

[헤럴드경제=김용재 기자] 수학여행·소풍 위축을 풀겠다며 정부가 현장체험학습 정상화에 나섰지만 교사들은 사고 발생 시 형사책임과 민원·행정업무가 교사 개인에게 집중되는 구조부터 바꾸지 않으면 학교 밖 교육활동은 재개되기 어렵다고 맞서고 있다.

8일 교육계에 따르면 교육부는 전날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를 열었다. 간담회에는 ▷교육부 ▷시도교육청 관계자 ▷학생 ▷학부모 ▷현직 교사 ▷교원단체 관계자 등이 참석했다. 이번 간담회는 2022년 현장체험학습 중 발생한 사고 이후 위축된 학교 밖 교육활동의 해법을 찾기 위해 마련됐다.

학생과 학부모들은 체험학습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이경준 여의도고 학생회장은 “저희 학생들은 대부분이 현장체험학습을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당장 제 학교만 해도 올해부터 수학여행이 폐지돼 학생들의 원성이 굉장히 잦았다”고 말했다.

이윤지 학부모는 “많은 부모님이 공통으로 하는 말이 체험학습은 꼭 있었으면 좋겠다는 것”이라며 “아이들이 교과서 속의 장소를 직접 경험하면서 살아있는 경험을 하면 좋겠다는 뜻”이라고 말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이 7일 서울 여의도 TP타워 앞에서 시위하고 있다. [초등교사노조 제공]
현장 교사 “면책 장치 없인 ‘체험학습 정상화’ 어렵다”

반대로 교사들은 책임 구조를 문제 삼았다. 사고가 발생했을 때 인솔 교사 개인이 소송과 민원을 떠안는 구조가 바뀌지 않으면 체험학습 정상화가 어렵다는 입장이다.

조재범 한국교총 교사권익위원장은 “교사를 실질적으로 보호할 수 있는 면책 장치를 마련해 달라”며 “개정된 학교안전법조차 사후 중심 안전과 사후 조치 중심이라서 이름만 면책일 뿐 실제로 작동하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어 “즉각적인 면책 기준, 사전 행위 기준부터 보완해 달라”며 “그게 안 되면 즉시 교권 국가소송제부터 도입해 선생님들이 개인적인 소송으로 어려움을 겪지 않게 해줘야 한다”고 덧붙였다.

조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은 법적 의무가 아니다”며 “교과 시간에서 빼는 것이다. 저희 수업 시간에서 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이것은 수업의 연장이고 교육과정의 일부”라며 “시행 여부와 방식은 학교의 고유한 편성 자율”이라고 강조했다.

강석조 초등교사노조 위원장은 현장체험학습 과정에서 교사에게 과도한 민원과 행정 책임이 따르는 현실을 지적했다. 강 위원장은 “면책권을 줬다고 현장학습을 갈 것이 아니다”라며 “관련한 학부모 민원이 엄청나게 온다”고 했다. 그는 체험학습 전후로 “이 학생과 친하니 짝꿍 시켜달라”, “왜 그리 멀리 현장학습을 가서 멀미하게 만드느냐”, “왜 우리 애는 5장만 나왔느냐”, “왜 우리 애 표정이 안 좋으냐”는 민원이 제기된다고 말했다.

간담회에 참석한 다른 현장 교사들 다수는 체험학습 코스 선정부터 안전점검 등 약 300페이지의 매뉴얼을 모두 지켜야 하고 이 과정에서 민원과 법적 책임이 함께 발생한다고 비판했다.

서울 여의도 TP타워에서 ‘안전한 현장체험학습을 위한 교육공동체 간담회’에서 말하고 있는 최은옥 교육부 차관. [교육부 제공]
교육부 “부처 협의 거쳐 5월 말 체험학습 보완책 발표”

교육부는 현장의 불안을 인정하면서도 교사들이 요구하는 수준의 면책을 곧바로 약속하지는 못했다. 최은옥 교육부 차관은 “학생들의 안전을 최일선에서 챙기는 선생님들이 느꼈을 막중한 책임감과 법적인 부담감이 굉장히 무거웠을 것”이라며 “그러다 보니 현장체험학습이 굉장히 위축되는 결과를 낳았다”고 밝혔다.

최교진 교육부 장관은 “교육부는 현장 선생님들의 입장에 서서 법제화되기를 요청했다”면서도 “법무부나 법제처에서는 다른 공무원들과 관련해 일정한 어려움을 표시했다”고 했다. 이어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확실히 알기 어렵다”며 “교육부는 선생님들의 의견이 반영됐으면 하는 방향으로 논의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담회 이후에도 교원사회의 불만이 이어지고 있다. 유튜브로 송출된 간담회 채팅창에서는 “면책 없이는 못 간다”, “보조인력 추가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결국 법정에 서라는 것 아니냐”는 취지의 댓글이 이어졌다. 학생과 학부모가 체험학습의 추억과 필요성을 말하는 대목에서는 “학교 밖 경험까지 왜 학교가 책임져야 하느냐”는 반응 나왔다.

교육부는 법무부와 협의를 거쳐 5월 말 발표를 목표로 현장체험학습 보완 방안을 준비하고 있다. 해당 방안에는 교사의 면책방안이 담긴 법 개정이 담길 것으로 전해진다. 최 장관은 “현장체험학습 준비 과정에서 가능한 업무는 교육지원청 단위에서 담당하도록 해 교사의 부담을 줄이고 법적·제도적으로 안심할 수 있는 보완책을 마련하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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