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방산 대세는 통합·대형화…한화, KAI 경영 참여 본격화
연말까지 5000억 규모 지분 추가 매입 추진
글로벌 방산 통합·대형화 흐름 속 ‘한화-KAI 원팀 전략’ 주목
일부 독점 우려에… “시장 다르고 정부 관리 규제 산업”


한화와 KAI 공통분모 ‘KF-21’… “엔진·체계종합 수직계열화 시너지 가능성”
양사의 협력은 이미 KF-21 초음속 전투기를 중심으로 본격화하고 있다. KAI가 전투기 기체 설계와 체계종합을 담당하는 가운데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항공엔진 부품·정비(MRO), 차세대 엔진 국산화, 장거리 공대공 미사일 등 핵심 구성 요소 분야에서 역할을 맡고 있다. 업계에서는 완제기 플랫폼과 엔진·무장·전자체계 역량이 결합될 경우 개발 효율성과 수출 경쟁력을 동시에 강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네트워크 기반 전장관리체계 분야에서도 시너지가 기대된다. 한화시스템은 전장 상황을 실시간으로 공유하는 전술데이터링크와 지휘·통제·통신·정보(C4I) 기술 역량을 보유하고 있고 KAI는 전투기와 무인기 등 공중 플랫폼 체계 개발 역량을 갖추고 있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기술을 결합할 경우 지상·공중·우주 자산을 하나의 네트워크로 연결해 정보를 공유하고 작전을 수행하는 전영역 작전(MDO) 체계 구축이 가능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통합 전장관리 솔루션 형태의 패키지 수출 경쟁력도 강화될 수 있다는 평가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관계자는 “KAI는 국내 유일 완제기 개발·제작 업체인 동시에 중·대형 위성개발 역량을 보유하고 있다“면서 ”우리 항공엔진·레이더·우주발사체 기술과 결합하면 유무인 복합체계부터 우주 플랫폼까지 아우르는 통합 솔루션을 갖출 수 있다”고 말했다.

글로벌 방산은 ‘통합’ 전쟁 중… 에어버스·라인메탈도 뭉쳤다
최근 글로벌 방산업계 화두 중 하나는 ‘통합’이다. 라인메탈이 해양 방산 분야까지 사업을 확장하고 에어버스가 국경을 넘어 탄생했듯 한화와 KAI 역시 규모의 경제와 통합 시너지 전략에 힘을 싣고 있다.
독일 라인메탈은 지상 무기체계 중심 기업임에도 최근 군함 건조 부문을 인수하고 레이저 무기 개발 합작 투자를 단행했다. 프랑스 에어버스 탈레스, 이탈리아 레오나르도는 스페이스X 등장 이후 우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사업 통합과 협력을 확대하고 있으며 BAE시스템스와 노스롭그루먼은 위성 제작 및 우주발사체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을 각각 인수했다.
에어버스 탄생은 이 논리의 결정판으로 통한다. 1970년 컨소시엄으로 출발해 2000년 EADS로 재탄생한 에어버스는 프랑스·독일·스페인이 경쟁을 넘어 미국 항공·방산 기업들에 대응하기 위해 산업 역량을 통합한 대표 사례다. 당시 독점 우려보다 미국 보잉·맥도널 더글러스에 대항할 체급 확보가 더 시급하다는 판단이 통합을 이끌었다. 탈레스나 레오나르도가 대형화를 선택한 것도 국내 독점을 위해서가 아니라 그 규모가 아니고서는 차세대 기술 개발 비용을 감당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창원-사천 잇는 우주항공벨트 기대… 5년 내 관련 고용 3만 명 전망
일각에선 시장 독점에 대한 우려도 나오고 있다. 그러나 구조적으로 성립하기 어렵다는 반론도 나온다. 우선 두 회사 주력 시장 자체가 다르다는 것이다. 한화는 지상·해양 방산에서 무기체계를 공급하고 KAI는 항공 방산에 특화돼 있어 직접적인 시장 중복이 제한적이다. 더욱이 방위사업법은 기업이 독점적 지위를 활용해 임의로 가격을 산정하는 것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정부도 공급망 안정성과 국방력 강화라는 공익적 가치를 우선에 두고 강력한 승인·감독 시스템을 언제든 가동할 수 있다. 외교·안보·국가 전략이 종합적으로 작용하는 방산 수주 특성상, 특정 기업이 시장을 독점하고 싶다고 해서 되는 프로세스 자체가 아니라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번 한화 지분 확대 움직임의 배경에 KAI가 장기간 겪어온 구조적 한계가 영향을 미쳤다는 의견도 나온다. KAI는 국내 유일 완제기 체계종합 업체라는 상징성과 기술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공공 성격이 강한 지배구조 특성상 경영 안정성과 장기투자 측면에서 한계가 있다는 평가도 있었다.
특히 경영진 교체가 반복되면서 중장기 전략 연속성이 약화됐고 일부 시기에는 최고경영자 공백 장기화에 따른 의사결정 지연 우려도 제기됐다. 방산업 특성상 전투기·위성·우주발사체 사업은 수년에서 수십 년 단위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데 민첩한 투자 결정과 글로벌 네트워크 확보 측면에서 민간 대기업 체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제약이 있었다는 분석이다. 실제 글로벌 방산 시장에서는 단순 제조 역량을 넘어 대규모 선행 투자, 정부 간 외교 네트워크, 패키지 금융, 현지 생산 협력, 후속 군수지원 체계까지 종합적으로 요구되는 추세다.

한화는 최근 10년간 대우조선해양(현 한화오션), 삼성테크윈, 두산DST 등 대형 인수합병을 거치며 사업을 재편하고 글로벌 수출을 확대해 왔다. 특히 폴란드, 호주, 중동 등에서 대규모 방산 수출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단순 무기 판매를 넘어 금융·생산·정비·현지화 패키지 사업까지 확장해 왔다. KAI의 항공 플랫폼 기술력과 한화의 자본력, 글로벌 사업 역량이 결합될 경우 상당한 시너지를 낼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가 업계 안팎에서 나오는 이유다.
양사가 협력을 구체화하면 경남 창원(한화에어로스페이스)과 사천(KAI)을 잇는 우주항공클러스터가 형성될 수 있다. 장기적으로는 경남-전남 고흥(나로우주센터)-제주(한화시스템 우주센터)를 연결하는 남부 우주산업 벨트로 확장되고 스타트업·벤처 육성, 소부장 국산화, 협력업체 해외 동반 진출 등 생태계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양사의 지난해 합산 매출 규모는 약 13조 원 수준으로 직접 고용 1만 명을 기반으로 5년 내 직간접 3만 명 이상 고용 확대가 이뤄질 것이라는 업계 전망도 나온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측은 “양사의 파트너십 강화는 글로벌 방산·우주항공 시장에서 원팀 전략을 통한 수주 확대로 이어질 것”이라며 “K-방산이 세계 4대 방산 강국으로 도약하기 위한 산업구조 고도화 과정으로 이해할 수 있다”고 전했다.
황소영 기자 fangs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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