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은 다 헤메스로 간다"…치솟는 K-아이돌 스타일링 비용의 민낯 [ST취재기획]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돈은 다 헤메스가 다 벌어가요."
엔터테인먼트 업계 관계자들의 공통된 하소연 중 하나다. 인건비와 제작비 전반이 상승하는 가운데, '헤'어, '메'이크업, '스'타일링을 지칭하는 이른바 '헤메스' 비용도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자본이 부족한 중소기획사들은 높아진 단가에 경영마저 휘청이는 상황이다. 실제 헤메스 비용을 감당하지 못해 그룹 활동을 중단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 음악방송만 돌아도 '억' 단위…헤메스 비용의 현실
'헤메스에 그렇게 많은 비용이 들까' 생각하면 오산이다. 헤메스의 비용 규모는 상상 이상으로 크다. 스태프의 경력, 디자이너의 인지도, 동행 여부, 계약 방식 등에 따라 비용은 천차만별이지만 통상적으로 아이돌 그룹이 앨범을 내고 활동을 진행하는 데 헤메스 비용으로만 '억' 단위가 지출된다.
음악방송만 봐도 규모를 짐작할 수 있다. 아이돌 그룹이 약 4주 음악방송을 하는 경우, 헤메스 비용만 최소 5천만 원에서 많게는 1억 원을 넘어선다.
예를 들어 5인조 그룹에 헤어 스태프 2명, 메이크업 스태프 2명이 동행한다고 가정하면 스태프 1인당 하루 출장비는 약 200만 원 수준으로, 헤메 하루 총비용은 약 800만 원이 된다. 이를 Mnet '엠카운트다운'부터 KBS2 '뮤직뱅크', MBC '쇼! 음악중심', SBS '인기가요'까지 일주일 4회 음악방송에 적용하면 약 3200만 원, 3주 활동 시 약 9600만 원에 달한다. 연차가 높은 아티스트들은 음악방송을 1~2주 정도 하지만 신인 아티스트의 경우, 투자하는 단계로 보고 수주 간 음악방송을 하다 보니 소속사의 지출 비용은 더 늘어나게 된다.
여기에 예능 출연, 광고 촬영, 행사 등의 스케줄까지 더해지면 한 번의 활동 기간 동안 헤메스 비용만으로도 억 단위의 지출이 발생하게 된다.
콘서트 투어와 같은 해외 스케줄의 경우, 비용은 더 높아진다. 실제 일정은 하루여도 이동과 체류를 포함하면 최소 2박 3일 일정이 된다. 이 기간 동안 스태프들은 다른 일을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동일에도 하프페이 혹은 데이페이가 지급된다. 디자이너 2명이 동행할 경우, 이동일 포함 수백만 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하게 된다.
멤버 수가 많은 그룹이라면 비용도 당연히 늘어난다. 아티스트의 컨디션 관리를 위해 여러 샵을 나눠 이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예컨대 한 곳에서 모든 멤버가 준비할 경우, 일부 멤버는 새벽부터 헤어 메이크업을 하고 대기하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멤버별 선호 스타일이 달라 서로 다른 샵을 선택하는 경우도 늘고 있다. 아무래도 이 과정에서 비용이 더 분산되고 증가할 수밖에 없으나, 소속사 입장에서는 아티스트의 선택을 제한하기도 쉽지 않다.
스타일링 비용도 만만치 않다. 의상비 상승으로 부담은 더욱 커지는 추세다. 아이돌 무대 의상은 1인당 100~150만 원 수준이 일반적이며, 최근에는 명품 브랜드나 해외 디자이너 의상을 활용하는 경우가 늘면서 비용이 더 증가했다.
과거처럼 자체 제작 의상을 활용하기보다, 표절 논란을 피하기 위해 기존 의상을 구매한 뒤 리폼하는 방식이 늘어난 것도 제작비 상승 요인으로 꼽힌다.
◆ 시장 논리가 만든 가격 상승
업계에서는 실력 있는 유명 디자이너에게 수요가 집중되면서 가격이 상승하는 쏠림 현상을 지적한다. 수요와 공급의 시장 논리에 따라 가격 상승이 불가피해졌다는 분석이다.
관계자들은 현 상황을 "퀄리티 경쟁이 불러온 비용 인플레이션"이라 진단한다. 높은 완성도를 추구하는 일부 대형 기획사의 투자 방식이 업계 전반의 기준을 끌어올렸고, 이는 결국 전체 비용 상승으로 이어졌다는 설명이다.
업계에 따르면 유명 헤메스 스태프들의 일정은 몇 달 전부터 꽉 차 있는 경우가 많다. 아티스트는 아무래도 1년 내내 활동하기보다는 앨범을 내는 특정 시기에 스케줄이 몰려 있기 때문에 인기 헤메스 스태프가 아티스트보다 더 바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유명 스태프를 찾는 소속사와 아티스트들은 많은데 스케줄 관리가 안 되다 보니 이들의 스케줄을 관리하는 에이전시도 등장했다. 이름값이 높아진 디자이너들이 특정 샵 소속이 아닌 프리랜서 형태로 활동하는 사례가 늘어난 영향이다.
이에 따라 일부 소속사는 인기 디자이너의 스케줄에 맞춰 아티스트의 일정을 조정하는 상황까지 벌어지고 있다. 오랜 기간 손발을 맞춰온 디자이너와 함께 하기 위해서 소속사가 스케줄을 맞추는 격이다. 예컨대 신인 아티스트에게 예능 섭외가 온다면 해당 스케줄에 신인 아티스트가 맞추지만 스타급 아티스트들은 어느 정도 스케줄을 조정할 수 있기 때문에 디자이너의 스케줄에 맞춰 일정을 조정하는 식이 된다.
◆ 가장 큰 부담은 결국 중소기획사
이 같은 현실은 신인과 중소기획사에 더욱 가혹하게 작용한다.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헤메스 비용 정산은 계약에 따라 다르지만, 통상적으로 처음 계약하는 신인의 경우, 매출 발생 전까지 모든 비용을 소속사가 선투자하고, 이후 정산 시 비용을 차감하는 방식이다. 매출액에서 아티스트에게 투자된 제반 비용을 다 빼고 순수익에서 정산 비율에 따라 아티스트와 회사가 나눠 갖는 방식이라 소속사와 아티스트의 공동 투자 비용으로 계산되는 셈이다.
때문에 언뜻 소속사 독박 시스템이 아닌 것처럼 보이지만, 결과적으로 수익이 나서 정산이 되기 전까지는 회사가 다 떠안는 구조가 된다.
문제는 아이돌의 성공 확률이 극히 낮다는 데 있다. 데뷔한 신인이 순수익을 낼 수 있는 확률은 냉정히 말해 5%도 되지 않는다. 95%는 회사에서 투자한 비용을 회수하지 못하고 회사가 손실을 모두 부담하게 된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업계의 고민도 커지는 형국이다. 소위 톱으로 불리는 1티어의 고착화로 세대교체가 원활하지 않은 데다 제작비 상승으로 인해 중소기획사가 신인을 론칭하기 더 어려워지면서 신인이 스타가 되는 경우는 더더욱 드물어졌다. 중소라는 개천에서 용이 나는 건 옛말이 돼 버린 것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비용이 너무 올라서 아이돌 론칭에 도전하기가 쉽지 않다. 과거와 비교하면 비용이 최소 2배에서 10배는 넘게 올랐다"면서 "대형 소속사들은 회사 규모가 있으니까 투자 여력이 있는데 작은 회사들은 쉽지 않다. 헤메스뿐만 아니라 제작비 기본 단가가 다 너무 올랐다"고 토로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결국 시장 논리의 문제다. 실력 있는 스태프에게 수요가 몰리다 보니 단가 상승은 자연스러운 흐름이 됐다"면서 "업계 전체가 어느 정도 균형점을 찾기 위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스포츠투데이 윤혜영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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