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따라 형도 나섰다…형제가 고국에 돌려보낸 조선의 글씨

“동생이 이렇게 기증을 많이 했는지 몰랐어요. 재단에도 기증 관련해 따로따로 얘기했는데, 결과적으로 함께 하게 됐네요. 이번에 좋은 기회를 얻어 기증하게 됐습니다.”(김창원)
“문화적 정체성 회복이라는 큰 틀 안에서 제가 할 수 있는 자그마한 일을 찾으려 했는데, 그게 기증이라는 형식이었습니다. 환수해야 마땅한 유물이라고 생각했을 뿐입니다.”(김강원)
국가유산청 산하 국외소재문화유산재단은 8일 국립고궁박물관에서 기증을 통해 환수된 ‘백자청화이진검묘지’와 ‘순종예제예필현판’을 처음 공개했다. 이번 ‘합동기증식’이 더욱 뜻깊은 이유는 두 유물의 기증자가 형제라는 점 때문이다. 이번까지 네 차례 문화유산을 기증한 동생 김강원씨(58)가 조선 왕실 유물인 ‘순종예제예필현판’을 기증했고, 형 김창원씨(59)도 뜻을 같이해 조선 후기 명필 이광사의 글씨가 담긴 ‘백자청화이진검묘지’를 기증했다. 기증식에 앞서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두 사람은 “제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일을 한 것”이라고 말했다.
두 형제가 문화유산에 관심을 갖게 된 데는 집안 분위기의 영향도 컸다. 이들의 아버지는 1990년대 한국고미술협회장을 지낸 고미술 전문가 김대하씨다. 형 김창원씨는 불교미술사를 전공해 박사 과정을 수료했고, 동생 김강원씨는 현재 일본에서 고미술상으로 활동하고 있다.
형 김창원씨가 ‘백자청화이진검묘지’를 발견한 것은 지난해 고미술상이 모여 있는 도쿄 교바시의 한 상점이었다. 취미로 서예를 공부해온 그는 백자판에 쓰인 예서체 글씨가 먼저 눈에 들어왔다. “글씨가 독특해서 자세히 봤습니다. 마지막에 ‘광사’라는 글자가 보여 놀랐죠.” 광사는 조선 후기 대표적 명필인 이광사를 가리킨다. “어느정도 중요한 유물이겠거니 생각했지만, 재단에 연락하면서 가치를 더 알게 됐습니다.”
동생 김강원씨가 ‘순종예제예필현판’을 만난 곳은 2024년 일본의 고미술 경매장이었다. ‘예제예필’이라고 쓰인 현판을 보자마자 조선 왕실 유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예제’는 왕세자가 직접 지은 글을, ‘예필’은 직접 쓴 글씨를 뜻한다. 일본 고미술 경매는 폐쇄적으로 운영되기 때문에 “몇 시간 안에 자기 안목만으로 판단해야 하는 눈치 싸움”이라고 회고했다. 결국 일본인 참가자와 치열한 경합 끝에 현판을 낙찰받았다.
김강원씨의 기증 기준은 분명했다. “왕실 현판은 애초에 상품으로 만들어진 것도, 거래 대상으로 삼을 물건도 아니라고 생각합니다. 원래 경복궁 안에 있어야 할 유물이 불행한 시절을 거치며 밖으로 나간 것이라면, 보이는 대로 한국으로 돌려보내는 게 맞다고 봤습니다.”
김창원씨는 형제가 앞으로도 함께 기증에 나설 계획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손사래를 쳤다. “에이, 그런 건 아닙니다. 남자 형제는 그렇게 안 해요.” 하지만 동생의 네 번째 기증을 본 형도 가만히 있지는 않겠다고 했다. “저도 뒤지지 않게 노력해보겠습니다. 인물도 제가 낫지 않습니까?”
배문규 기자 sobbell@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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