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정의 달'에 올라온 2편의 어머니 연극… 모성 신화가 벗겨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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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대 위 '엄마'가 달라지고 있다.
한없이 헌신하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 대신, 불안과 결핍, 죄책감과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어머니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대신 상처 입고 흔들리며, 때로는 무너지는 인간으로서의 어머니를 전면에 내세운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그의 어머니' 역시 전통적인 모성 이미지를 전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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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 안에서, 사회적 비난 속에서 소진된 여성 서사 전면전
배우 정애리·진서연, 전통적 어머니상 뒤집는 파격 변신

무대 위 ‘엄마’가 달라지고 있다. 한없이 헌신하고 보호해야 하는 존재 대신, 불안과 결핍, 죄책감과 욕망을 가진 인간으로서의 어머니가 전면에 등장하고 있다. 오는 29일 개막하는 연극 ‘더 마더’와 현재 국립극장에서 공연 중인 ‘그의 어머니’(17일까지)는 이런 흐름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작품들이다. 두 작품은 모두 ‘모성’을 이야기하지만 관객이 익숙하게 기대해온 헌신과 보호의 이미지를 의도적으로 뒤흔든다. 대신 상처 입고 흔들리며, 때로는 무너지는 인간으로서의 어머니를 전면에 내세운다.
29일부터 6월 7일까지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되는 '더 마더'는 영화 '더 파더'로 널리 알려진 프랑스 극작가 플로리앙 젤레르의 '가족 3부작' 중 하나다. 작품은 가족을 삶의 전부로 삼아 살아온 안느가 아들의 독립, 남편과 거리감 속에서 현실 감각을 잃어가는 과정을 보여줄 예정이다. 반복되는 장면과 미묘하게 어긋나는 대사, 기억의 균열이 관객을 안느의 불안 속으로 끌어들인다. 가족극이 아닌 심리 스릴러와 같은 모습으로.
젤레르는 이 작품 속 엄마의 사랑을 미화하지 않는다. 오히려 가족 안에서 자신의 존재 이유를 모두 소진한 인간이, 관계의 축을 상실했을 때 얼마나 위태로워질 수 있는지 집요히 해부한다. 영국 가디언은 이 작품을 "상실의 소음이 들리는 정적"이라고 표현했다. 프랑스 언론은 "어머니의 사랑이 어떻게 공포가 되는지 파고드는 작품"이라고 평가했다.

이번 국내 공연이 주목받는 이유는 배우 정애리의 변신 때문. 오랫동안 따뜻한 어머니의 이미지로 기억돼 온 배우가 집착, 불안, 신경증적 결핍을 드러내는 안느를 연기한다. 이강선 연출은 "(정애리 배우의) 48년 연기 인생 중 가장 파격적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인 '그의 어머니' 역시 전통적인 모성 이미지를 전복한다. 영국 극작가 에반 플레이시의 작품인 이 연극은 성폭행 범죄를 저지른 미성년자 아들을 둔 어머니 브렌다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작품은 범죄 자체보다, 그 이후 남겨진 가족의 시간과 사회적 낙인에 집중한다. 특히 '가해자의 엄마'라는 위치에 놓인 브렌다가 겪는 심리적 붕괴와 양가감정을 집요하게 따라간다.
작품에서 가장 인상적인 건 브렌다를 성스러운 엄마로 그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브렌다는 피해자와 가해자 사이, 사회적 비난과 본능적 모성 사이에서 끊임없이 흔들린다. 원 캐스트로 브렌다 역을 맡은 배우 진서연은 "모성이 부서질 때 드러나는 한 인간의 적나라한 모습을 보여주는 데 집중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가해자의 엄마라는 인물을 연기하며 흑백논리를 넘어 인간의 미숙함과 고통을 이해하게 됐다"고도 했다.

극작가 플레이시가 작품 제목을 굳이 '그의 어머니'라고 붙인 이유도 있다. 그는 "범죄를 저지른 아들은 언론에 의해 괴물이 되고, 브렌다는 졸지에 괴물의 엄마가 되어 개인성을 잃는다"며 "그의 아버지보다 그의 어머니라는 호칭이 훨씬 사회적으로 가혹하게 들린다"고 했다. 결국 이 작품이 보여주는 것은 모성이라는 이름에 사회가 부과하는 압박과 시선이다.

무대 위 어머니들은 집착하고, 방황하며, 때로는 도덕적 딜레마 속에서 처참하게 실패한다. 하지만 관객은 그 균열을 통해 비로소 모성이라는 박제된 신화 뒤에 숨겨진 인간의 진짜 얼굴과 마주하게 된다. '더 마더'와 '그의 어머니'는 그 불편하고도 강렬한 진실을 향해 다가가는 연극이다.
이해원 기자 umi@hankyu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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