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00광년 밖 ‘우주 달팽이’의 기지개…별의 일생 담은 ‘전시장’

곽노필 기자 2026. 5. 8. 09: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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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별과 은하, 성운이 수놓아진 밤하늘은 일종의 우주 캔버스다.

지구에서 약 5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의 삼엽성운(Trifid Nebula, M20)도 그중 하나다.

나사는 그때까지 이 성운은 별 형성과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우주실험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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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노필의 미래창
발사 36주년 허블우주망원경
별들의 요람 ‘삼엽성운’ 관측
허블우주망원경이 발사 36주년을 맞아 지난 2월에 촬영한 삼엽성운의 일부. 파란색은 먼지가 가장 적은 곳,. 갈색은 이보다 먼지가 촘촘한 곳, 거의 칠흑 같은 오른쪽은 먼지가 가장 빽빽한 곳이다. 미국항공우주국 제공

수많은 별과 은하, 성운이 수놓아진 밤하늘은 일종의 우주 캔버스다. 그 안에선 때로 우리의 상상을 뛰어넘는 풍경이 펼쳐진다.

지구에서 약 5000광년 떨어진 궁수자리의 삼엽성운(Trifid Nebula, M20)도 그중 하나다. 삼엽이라는 이름은 라틴어로 ‘세 갈래’라는 뜻이다. 18세기 천문학자 샤를 메시에가 처음 발견했을 때, 이 성운이 3개의 잎사귀처럼 보였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이다.

최근 미국항공우주국(나사)이 허블우주망원경 발사 36주년을 기념해 새롭게 찍은 삼엽성운 사진을 공개했다. 마치 바닷속 깊은 곳에서 미세한 입자들이 흩날리는 수중 풍경을 보는 듯한 색감의 이 사진은 성간 구름 속에서 이제 막 빛을 내기 시작한 어린 별들의 현장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특히 사진 왼쪽에 보이는 가스와 먼지 구름 형태는 마치 달팽이의 머리와 몸통을 연상시킨다. 머리에 난 촉수 같은 형태의 구조물은 어린 별이 뿜어내는 강력한 가스 제트다. 제트의 길이는 0.75광년에 이른다.

두개의 뿔 중 왼쪽에 있는 것은 HH399로 명명된 허빅-아로 천체의 일부다. 허빅-아로 천체는 가까운 원시별에서 뿜어져 나오는 가스가 초속 수백km의 속도로 인근 가스 및 먼지 구름과 충돌할 때 형성되는 일시적 천문 현상을 말한다. 최대 수명이 수만년이다.

왼쪽은 베라루빈천문대가 2025년 6월 촬영한 삼엽성운 전체의 모습. 분홍색은 방출 성운, 파란색 영역은 반사 성운, 어두운 영역은 암흑 성운이다. 흰색 네모가 이번에 허블우주망원경이 관측한 영역이다. 루빈의 시야는 56광년, 허블의 시야는 4광년이다. 삼엽성운의 크기는 21광년이다.

3가지 성운이 한데 어우러진 종합전시장

삼엽성운은 매우 드문 형태의 성운이다. 아기 별의 에너지 주변 가스가 달궈져 직접 빛을 내는 붉은색 ‘방출 성운’, 별빛이 주변 먼지에 부딪혀 반사되는 푸른색 ‘반사 성운’, 그리고 두터운 먼지 구름이 빛을 차단하는 검은색 ‘암흑 성운’이 한데 어우러져 있다. 별의 탄생부터 성장, 그리고 이들을 둘러싼 다양한 환경을 한눈에 보여주는 우주의 종합 전시장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사진 중앙부에서 뿜어져 나오는 강렬한 빛은 성운의 가스와 먼지를 밀어내며 거대한 공동(cavity)을 만들어내고 있다. 이 빛의 근원은 성운 중심부에 자리잡은 별들이다. 이들이 내뿜는 강력한 자외선은 주변의 수소 가스를 이온화시켜 붉은색의 방출 성운을 형성하며 장관을 연출한다. 성운 곳곳에는 짙은 색의 먼지 기둥들이 보인다. 뜨거운 별들의 복사 에너지에 의해 성운의 가장자리가 깎여 나가면서 만들어진 기둥들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이 1997년에 촬영한 삼엽성운.

숨어 있는 별, 2만년 안에 드러날 듯

삼엽성운의 나이는 30만년밖에 되지 않았다. 성운의 가스들은 앞으로 광증발, 항성풍으로 인해 성간 물질 속으로 흩어져 사라진다. 나사는 그때까지 이 성운은 별 형성과 진화 과정을 살펴볼 수 있는 우주실험실 역할을 할 것이라고 밝혔다. 나사는 2만년 안에 기둥을 이루고 있는 가스와 먼지가 증발하면서 숨어 있던 별들이 드러날 가능성이 크다고 밝혔다.

허블우주망원경이 이 장면을 처음 관측한 건 1997년이었다. 그 사이 허블은 2009년 4차 수리 작업을 통해 더 넓은 시야각과 더 높은 감도를 가진 광시야 카메라를 갖췄다. 이번 사진은 이 카메라로 촬영한 것이다.

허블우주망원경은 애초 작동 수명인 15년보다 2배 이상 긴 세월 동안 성공적으로 임무를 수행해 왔다. 하지만 조준경 역할을 하는 자이로스코프가 하나둘씩 고장 나면서 이제 임무를 마무리하는 국면에 접어들고 있다. 조준경은 황혼기에 접어들었지만, 그 조준경이 응시하는 곳은 여전히 새로운 생명이 태동하고 있는 여명의 현장이다

곽노필 선임기자 nopil@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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