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고파] 관찰- 주재옥 (편집부 차장대우)

주재옥 2026. 5. 8. 09: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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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통의 대전 빵집 '성심당'은 '빵 보관소'를 운영 중이다.

빵 보관소의 출발점은 대학교 강의실.

관찰의 힘은 돌봄 현장에서도 증명된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책 '관찰의 인문학'에 따르면 익숙한 길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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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년 전통의 대전 빵집 ‘성심당’은 ‘빵 보관소’를 운영 중이다. 빵 보관소의 출발점은 대학교 강의실. 빵 뭉치를 들고 이동하는 여행객의 불편을 읽은 한남대 대학생들이 프로젝트 수업에서 내놓은 아이디어다. 아이디어의 위력은 상상 이상이었다. 짐을 덜어주자 여행객의 체류 시간이 늘고 구도심 상권에 생기가 돌았다. 불편에 주목한 결과물이 ‘짐 없이 이동하는 경험’을 더하며 도시에 온기를 불어넣은 것이다.

관찰의 힘은 돌봄 현장에서도 증명된다. 독일 벤라트 시니어센터 요양원에는 ‘가짜 버스정류장’이 있다. 치매 어르신이 길을 잃고 서성이면 직원이 다가와 정류장으로 안내한다. 정류장은 불안을 잠시 앉혀주는 자리다. 공간 한편에는 ‘버스를 타면 집으로 돌아갈 수 있다’는 추억이 소환된다. 버스가 오지 않더라도, 마음의 안정을 되찾은 어르신은 다시 요양원을 향한다. 함께 기다린다는 안도감이 존엄을 지켜주는 안전지대가 되는 것이다.

알렉산드라 호로비츠의 책 ‘관찰의 인문학’에 따르면 익숙한 길도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느냐에 따라 풍경이 달라진다. 어른에게는 평범한 일상이 아이에게는 온 신경을 집중해야 할 탐험의 대상이 된다. 저자는 “관찰은 세상을 파악하는 기술이자 세상을 편집하는 기술”이라고 했다. 발견의 여정은 새로운 풍경을 찾는 게 아니라, 새로운 눈을 갖는 데서 시작한다. 존재의 의미를 무심히 스치지 않는 ‘응시’가 세상을 향한 애정으로 이어진다.

관찰은 사랑의 다른 이름이다. 무언가를 깊이, 오래 바라보는 것. 그것은 세상을 사랑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사랑은 부모의 따뜻한 시선을 먹고 자란 아이가 부모가 되어 물려주는 과정이다. 엄마가 되고 나서야 보인다. 아이의 보폭에 맞춰 걷는 지금 이 순간이, 실은 누군가의 다정한 기다림이었다는 것을. 오늘 그 오래된 사랑에 안부를 묻기 좋은 날이다.

주재옥 (편집부 차장대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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