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이 온다’ 무대 5·18구묘지, 국립묘지 수준 성역화
민주역사관 건립·노후화 시설 정비 등 200억 투입 2029년 완공

그동안 관련 기관과 오월단체 간의 이견으로 추진에 난항을 겪어왔던 공원 조성 사업이 최근 극적인 타협점을 찾으면서, 오월 정신을 세계화하고 계승하기 위한 인프라 구축 작업이 본궤도에 오르게 됐다.
광주시는 북구 민주로 285 일원에 자리한 5·18 구묘지 일대를 대대적으로 정비하고 기념 시설을 확충하는 ‘빛의 혁명 발원지 5·18 구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을 본격 추진한다고 7일 밝혔다.
과거 지역 사회에서 ‘성역화 사업’으로 불리며 추진 방향을 모색해 온 이 프로젝트는 사적지 지정 이후 처음으로 국비를 온전히 확보하면서 사업의 명칭을 변경하고 구체적인 청사진을 마련했다.
사업 기간은 오는 2029년까지이며, 투입되는 총사업비는 국비 197억 원과 시비 3억 원을 더해 도합 200억원 규모다.
주요 핵심 사업은 5·18 구묘지 민주역사관의 신규 건립과 더불어 기존의 노후화된 묘역 일대를 국립묘지 수준에 걸맞은 경건한 추모 및 기념 공간으로 재조성하는 것이다.
이른바 ‘망월동 구묘역’으로 널리 알려진 이곳은 1980년 5월 당시 신군부의 폭압에 맞서 산화한 5·18 희생자들이 처음으로 참혹하게 안장됐던 뼈아픈 역사의 현장이다.
한국 민주주의를 지켜낸 상징적인 장소로서 매년 수많은 국내외 방문객과 추모객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고 있다. 최근에는 2024년 노벨문학상의 영예를 안은 소설 ‘소년이 온다’의 중요한 창작 계기가 된 민주화의 성지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드높은 위상과 역사적 가치에도 불구하고, 현재 구묘지는 방문객들에게 오월의 역사를 제대로 전달할 기념 콘텐츠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실정이다.
게다가 시설물의 노후화 현상마저 겹치면서 희생자들의 숭고한 정신을 온전히 계승하고 발전시키기 위한 환경 조성이 매우 미흡하다는 각계의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이에 시는 일찍이 2022년부터 민주공원 조성 사업을 계획했으나, 사업의 방향성을 둘러싼 내부 진통으로 인해 수년간 제자리걸음을 면치 못했다.
5·18 공법단체들과 광주·전남추모연대 등 구묘지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여러 관련 단체들 사이에서 건축계획안을 두고 첨예한 입장 차이가 발생했기 때문이다.
구체적인 쟁점 사항으로는 새롭게 들어설 역사관과 유영봉안소의 정확한 건립 위치, 광주도시공사 관리사무소의 신축 여부, 그리고 내부 실 구성과 공간 배치 등을 둘러싸고 각 단체의 목소리가 엇갈리며 팽팽한 줄다리기가 이어졌다.
그러나 시가 주도적으로 추진협의체를 구성하고 중재에 나서면서 상황은 반전을 맞았다. 시는 각 단체와 지속적인 대화와 설득 과정을 거쳤고, 그 결과 공간 배치와 세부 구성에 대한 이견을 좁히며 지난 6일 최종적인 합의안을 도출해 내는 성과를 거뒀다.
광주시 관계 부서는 다소 민감할 수 있는 단체 간의 쟁점 사항에 대해 대승적인 차원의 타협이 이루어졌음을 강조하며, 그동안 지연됐던 행정 절차를 신속하게 밟아 민주 성지라는 이름에 한 치의 부족함이 없는 공간을 조성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수년간의 해묵은 갈등이 봉합됨에 따라 광주시는 지체 없이 사업 추진에 박차를 가한다.
당장 오는 6월부터 내년 2월까지 공공건축지원센터와의 사전 협의를 비롯해 건축기획용역 완료, 공원 및 개발제한구역(GB) 관리계획 변경 등 필수적인 행정절차를 속도감 있게 마무리할 방침이다. 올해 확보된 국비 7억 1300만 원을 투입해 실시설계의 탄탄한 밑그림을 그리게 된다.
이러한 절차가 완료되면 종합건설본부로 사업 업무를 이관해, 내년 3월부터 11월까지 기본 및 실시설계 용역을 본격적으로 수행한다.
이후 내년 12월 첫 삽을 떠 본격적인 공사에 착수하며, 오는 2029년 최종 완공을 목표로 사업에 역량을 집중할 예정이다.
박용수 광주시 민주인권평화국장은 “이번 5·18 구묘지 민주공원 조성사업이 성공적으로 마무리되면, 단순한 추모 공간을 넘어 세계인들이 찾아와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산 역사를 배우고 체험하는 글로벌 역사 문화 거점으로 도약할 것”이라고 말했다.
/정병호 기자 jusbh@kwangju.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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