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란 막은 시민들, 공소 취소도 막아내야 [김수민의 일침일갈]
내란 막은 시민들이 반대한 건 모든 특권인가, 특정인의 특권인가
(시사저널=김수민 시사평론가)
오늘날 전 세계 민주주의는 극단적 위기 징후를 겪고 있다. 크게 두 부류가 있다. 하나는 폭력을 통한 민주주의 전복 시도다. 2022년 독일에서 적발된 '제국 시민'의 쿠데타 음모가 대표적이다. 브라질에서도 자이르 보우소나루 전 대통령의 쿠데타 모의가 있었다.
두 번째는 비폭력적 수단으로 민주주의와 법치를 무너뜨리는 시도들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은 자신을 수사한 잭 스미스 특검을 압박한 끝에 그의 사임을 얻어냈다. 대통령 관련 수사와 재판은 모두 무력화되거나 연기됐다. '피고인'인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도 2023년 사법부 권한 축소를 시도했다가 대규모 시위에 직면한 바 있다.
전자는 민주주의에 대한 외파(밖에서 파괴) 시도이고, 후자는 민주주의가 내파(안에서 파괴)되는 현상이다. 이 둘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는 나라도 있다. 바로 대한민국이다. 민주화를 압축적으로 이룬 나라에서, 민주주의 파괴 시도도 압축적으로 일어나고 있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일으킨 12·3 내란 사태는 민주주의 외파 시도고, 이재명 정권에서 불거진 '셀프 사면' 추진은 민주주의 내파 시도다.
6·3 대선을 거치며 한국에서는 '극우화'를 우려하는 담론이 커졌다. 사치스럽다. 첫째, 내란 옹호 세력은 '극우'라 불러줄 수도 없는 집단이다. 유럽의 극우파와 견주어보라. 그들은 체제 내적으로 움직이며 지지 획득에 필요하다 싶으면 진보적 정책도 차용한다. 둘째, 내란은 실패했지만, 또 다른 민주주의 파괴 시도가 강력한 힘을 품고 현실로 다가왔다.

與의 李 '셀프 사면' 추진? 민주주의 내파 시도
현 정권의 첫 셀프 사면 시도는 입법 차원에서 있었다. 더불어민주당은 '피고인 대통령'의 재판이 중단되도록 형사소송법을 개정하려 했다. 대통령의 혐의가 걸린 허위사실공표죄 일부와 배임죄를 삭제하는 입법도 추진됐다. 보편적 명분이 없는 법안들이다. 형사소송법 제306조의 공판절차 정지 조항은 심신상실자와 환자를 고려한 것이다. 현직 대통령이 여기 같이 서는 것이 어울리는가. 허위사실공표죄는 유권자의 중대한 판단 사항이나 범죄 의혹에 관해 후보자가 허위 선동을 하는 것을 막는 효과가 있다. 판사와 검사의 법 왜곡을 처벌하겠다 해놓고 정작 정치인의 허위사실공표죄는 없애려 하는가. 배임죄 폐지 역시 경영인과 지방자치단체장의 전횡을 초래한다.
이들 입법 추진은 중단된 상태다. 형사소송법 개정은 헌법소원심판이나 위헌법률심판을 초래할 수 있다. 어차피 이 대통령의 재판들은 해당 재판부의 독립적 판단으로 중단됐다. 이에 대한 헌법재판은 현행법상 불가능하므로(여권은 재판소원제는 도입하면서 재판 중단 조치에 대한 헌법재판은 여전히 막아놨다), 긁어 부스럼을 만들지는 말자는 취지로 중단된 것으로 보인다. 한편 허위사실공표죄나 배임죄를 삭제하는 입법이 중단된 것에 대해서는 민주당이 딱 부러지는 사유를 대고 있지는 않다. 몇 가지 추정할 수는 있다. 첫째, 범죄 사실에 관한 반박도 없이 죄목을 삭제해 재판을 없애는 것은 자백하는 듯한 역효과를 낼 수 있다. 둘째, 배임죄 삭제는 광범위한 반발을 부를 수 있다. 진보적 시민단체와 주식시장 개미들을 모두 적으로 돌릴 수 있다.
결국 여권은 다른 방법을 택했다. 일단 이 대통령의 허위사실공표죄에 대해선 대법원을 공격했다. 대법원 상고심은 원심 기록을 놓고 판단하는 '사후심'인데도 사건 기록 수만 쪽을 다 보지 않았다는 이유로 맹공을 했다. 그리고 이 대통령 임기 내에 대통령이 새로 임명할 대법관의 수를 불려놓았다. 이 첫 번째 방법이 사법부에 대한 압박이라면, 두 번째로 동원하려는 방법이 바로 검사를 통한 공소 취소다. 공소 취소는 검사가 서면 또는 법정 구술로 쉽게 해낼 수 있으며, 한 번 공소 취소하면 새로운 증거와 사실관계 없이는 재기소할 수 없다. 부당하게 공소가 취소되었다 해도 다시 재판을 열 수 없는 것이다. 검찰권력이 극대화된 제도가 공소 취소인데, 검찰 개혁을 주창해온 여권이 그 검찰권력을 활용하려 하고 있다. 이른바 '조작기소 특검'도 현직 검찰을 동원할 수 없어 나온 방책이라는 의심을 받는다.

李 무죄 자신하면 임기 후 재판받겠다 선언해야
공소 취소는 '기소한 검사 입장에서 봐도 무죄'일 때 하는 것이다. 이 대통령 관련 사건 중 그런 사건은 없다. 필리핀에서 쌍방울 관계자에게 70만 달러를 받았다는 리호남을 두고 민주당과 국정원은 "리호남은 그때 필리핀에 없었다"고 주장한다. 그런데 쌍방울에서 북한으로 건너간 돈은 총 800만 달러다. 800분의 70을 갖고 대북송금 사건을 뒤집겠다는 것인가. 대장동 일당 1심 선고에서는 관계자들의 배임 행위는 물론 '428억원 약정'까지 사실로 인정됐다. 이뿐만 아니라 여권은 백현동 개발, 성남FC 제3자 뇌물 혐의, 경기도 법인카드 유용 등에서는 공소 취소의 빌미조차 잡지 못했다.
대법원 상고심에서 유죄 취지 판결이 나온 허위사실공표 혐의를 제외하면, 이 대통령의 나머지 사건들에 대해 지금으로서는 무죄 또는 유죄를 단정 지을 수 없다. 재판을 받아봐야 안다. 2025년 대선 당일 방송 3사의 심층 출구조사에 따르면, 민주당 지지층의 4할가량이 '이재명 후보가 당선되어도 재판은 계속되어야 한다'고 답했다. 이런 유권자들은 사법부 자체 결단에 따른 재판 중단에는 수긍하는 기색이지만, 재판을 아예 없애려 한다면 상당수가 이 정부에 등을 돌릴 것이다.
이 대통령이 무죄를 자신한다면, 임기 후 재판을 받음으로써 결백을 입증하겠다고 선언해야 한다. 그러나 취임한 지 1년이 다 되어 가는데도 그럴 기미는 조금도 보이지 않는다. 내란 옹호로 지탄을 받은 국민의힘이 이를 막아낼 공산도 작다. 진짜 민주주의자들, 특히 진보의 원칙을 견지해온 사람들이 나서야 한다. 12·3 내란 사태가 어디서 싹텄는지 기억하자. 자기편 범죄를 묻으려는 이들에 힘입어 검찰총장이 '벼락 영웅'이 됐고, 그가 대통령이 되어 헌정 질서를 무너뜨릴 뻔했다. 이로 인해 반사이득을 얻은 정치 세력이 대통령의 재판을 없앤다면, 남는 건 악순환밖에 없다.
12·3 내란에 저항한 시민들께 묻는다. 그때 우리가 한 일은 무엇인가. 자기 죄를 파묻으려는 대통령의 폭주를 막은 것인가. 아니면, 그다음 대통령이 자기 재판을 없앨 기회를 만들어준 것인가. 우리가 반대하는 것은 모든 특권인가, 아니면 특정인의 특권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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