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 강사들이 천막 농성 나선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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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건물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립대학 육성사업 성과평가 교육혁신 S등급, 인센티브 165억 포함, 총사업비 267억원 확보' '부산대 RISE사업 힘찬 출발···연 230억원 투입, 5년간 1000억원, 지역혁신 생태계 본격 구축' 등.
대학이 확보한 수백억 원의 재정 사업은 용도가 정해져 있고, 이를 강사 인건비로 전용하기에는 제도적으로 어렵다.
"대학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10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가까스로 전달된 목소리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교육부와 이야기해보겠다"라고 답했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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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교 건물에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국립대학 육성사업 성과평가 교육혁신 S등급, 인센티브 165억 포함, 총사업비 267억원 확보’ ‘부산대 RISE사업 힘찬 출발···연 230억원 투입, 5년간 1000억원, 지역혁신 생태계 본격 구축’ 등. 학교의 성과를 자랑하는 현수막과 멀지 않은 곳에 천막이 하나 서 있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의 농성 천막이다. 지난해 12월18일부터 최소한의 임금인상을 요구하며 노숙 농성 중이다.
과거 ‘시간강사’라고 불리던 비정규직 교수들이 요구하는 것은 새로운 권리가 아니다. 올해 정규직 공무원에게 적용된 것과 동일한 임금인상(3%, 시간당 3000원)을 자신들에게도 적용해달라는 것이다. 같은 캠퍼스에서 학생을 가르치는 사람인데, 임금인상의 기준이 고용 형태에 따라 달라야 할 이유가 있을까.
학교의 답은 간단했다. “돈이 없다.” 그 말은 절반만 맞다. 대학이 확보한 수백억 원의 재정 사업은 용도가 정해져 있고, 이를 강사 인건비로 전용하기에는 제도적으로 어렵다. 이는 재정의 목적성과 투명성을 위한 합리적인 구분이기도 하다.
문제는 그다음이다. 강사 임금은 별도의 구조 안에 묶여 있다. 상당 부분은 정부 지원이고 나머지는 등록금에 의존한다. 강의가 늘거나 비용이 상승하면 대학은 예비비와 내부 조정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다. 이 지점에서 최소한의 임금 형평성을 맞추는 데 필요한 비용이 감당 불가능한 수준인지부터 검토해야 한다. 그러나 학교는 “돈이 없다”라고만 반복한다.
근본적 문제는 돈의 유무가 아니라 ‘구조’다. 교육을 실제로 수행하는 노동자의 임금이 예산에 안정적으로 반영되는 구조가 설계되어 있는가의 문제다. 정부는 대학 혁신을 요구하며 막대한 재정을 투입한다. 그러나 그 혁신을 수행하는 강사의 삶은 그 예산 밖에 놓여 있다. 같은 캠퍼스 안에서, 서로 다른 재정 논리가 작동한다. 결국 강사의 처우 문제는 대학 한 곳의 문제가 아니라, 정부와 대학이 함께 설계해야 할 예산 구조의 문제다. 그러나 그 구조 안에서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지는 여전히 대학의 선택이다.
부산대 강사들은 현재 방학 기간 22주 중 4주를 제외한 나머지 약 4개월 동안 임금을 받지 못한다. 강의가 없는 방학이 대학에는 쉬는 기간이지만, 강사에게는 수입이 끊기는 기간이다. 이창민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장은 그 기간에 공사장 노동을 하고, 모텔 데스크 야간 알바를 하면서 다음 학기를 버텨왔다고 했다. 원래라면 수업 준비와 연구에 쓰였어야 할 시간이 생계를 위한 노동으로 대체되는 것이다. 그 손해는 결국 강의실 안 학생들에게 돌아간다. 강의의 밀도와 피드백의 깊이는 시간에서 나오고, 시간이 줄어들면 교육도 얇아진다.
이런 문제를 해결하겠다며 2019년 강사법이 시행되었다. 강사를 교원으로 인정하고, 1년 이상 임용과 방학 포함 계약을 보장하는 것이 핵심이었다. 그러나 현실은 그 기대를 충분히 따라가지 못했다. 방학 기간이 계약에는 포함되지만, 실제 임금은 제한적이다.

이 간극은 법적 판단에서도 드러난다. 대법원은 이미 강사를 근로기준법상 근로자로 인정해왔고(2005두13018, 13025 판결), 최근에는 강의뿐 아니라 준비와 평가까지 근로시간에 포함해야 한다고 판단했다(2023다217312 판결). 강의 시간만을 기준으로 강사를 ‘초단시간 근로자’로 분류해온 관행에 제동을 건 것이다.
강사법은 지위를 인정했지만 삶을 바꾸지는 못했다. 불안정한 제도 속에서 강사들은 수업 준비를 해야 할 시간에 농성장을 지키고 1인 시위를 하는 상황이 반복되고 있다. 사회학자 주윤정 교수는 이렇게 말한다. “학교 성과 평가에 비정규직 교직원에 대한 처우 개선을 지표로 넣어야 학교가 움직인다.” 일리가 있는 진단이다. 학교 측에서 ‘돈이 생기면 해준다’라는 태도를 유지하는 이유는 비정규직 처우 개선이 평가지표에 없기 때문이다. 267억원과 1000억원이 어떻게 쓰이는지를 평가하는 기준 안에, 같은 캠퍼스에서 일하는 비정규직 교직원의 임금수준이 포함되어야 한다. 그것이 교육의 질을 높이는 일이고 진짜 교육혁신이다. 지금처럼 국가 예산 수백억 원을 받으면서도 비정규직 처우 개선은 후순위로 두는 관행을 제도적으로 막지 않는다면, 천막 농성은 10년 뒤에도 반복될 것이다.
천막 지날 때 한 번쯤 멈춰서 보면
농성이 시작된 지 어느덧 100일이 넘었다. 그러나 교내는 조용하다. 학생회도, 교수회도 AI 캠퍼스 등 각자의 현안에 바쁜 것 같다. 이해할 수 있다. 누구나 자기 문제가 먼저다. 그럼에도 이런 상황에서 독일의 루터교 목사이자 반나치 운동가 마르틴 니묄러의 말이 떠오른다. “마지막으로 그들이 나를 잡으러 왔을 때, 나를 위해 말해줄 사람은 아무도 남아 있지 않았다.” 거창하게 들릴 수도 있다. 그러나 지금 강사들이 처한 상황이 낯설지 않다면, 이 말은 그리 멀게 느껴지지 않는다. 학생회가 등록금 문제를 이야기할 때, 교수회가 연구 환경을 이야기할 때, 그 강의실을 함께 채우는 강사의 존재는 늘 빠져 있었다.
4월4일 우원식 국회의장이 부마민중항쟁탑 참배를 위해 부산대를 방문했을 때, 강사들은 천막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자신의 처지를 알리려 했다. 이창민 분회장은 당시 이렇게 전했다. “대학 강사들의 처우 개선을 위해 100일 넘게 농성을 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리고 싶었습니다.” 가까스로 전달된 목소리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교육부와 이야기해보겠다”라고 답했다 한다. 대학의 담장을 넘지 못하던 문제가 국회로 전달되는 순간이었다.
2023년 4월, 미국 뉴저지주 럿거스 대학에서 비정년 교원과 대학원생 연구자들이 파업에 나섰다. 임금인상과 고용안정을 요구한 이 파업은 닷새 만에 학교 측과의 협상 타결로 마무리되었다. 강사와 전임·비전임 교원이 연대하고, 학생들과 시민들이 지지를 표명하면서 변화를 이끌었다. 대학이 혼자서는 움직이지 않는다는 것, 그리고 함께하면 움직인다는 것을 보여준 사례다.
한국비정규교수노동조합 부산대분회는 5월 첫 번째 목요일 교내 행진을 예정하고 있다. 부산대에서 인권사회학을 수강하고 있는 학생으로서, 그리고 부산 시민으로서 나는 그 행진에 함께하기로 마음먹었다. 내가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연대이지만 작은 것들이 모일 때 현수막의 숫자보다 더 큰 무언가가 바뀔 수 있다고 믿는다. 학교 건물을 덮은 현수막 아래, 오늘도 천막은 서 있다. 그 천막 앞을 지날 때 한 번쯤 멈춰서 보면 어떨까.
이주언 (공익법단체 두루 변호사) editor@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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