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디선가 ‘쓰레기’ 문제가 생기면 나타난다 ‘홍 소장’ [차형석의 별별인물 탐구생활]

최근 〈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를 펴낸 홍수열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 소장(52)은 자신을 ‘쓰레기 해설가, 쓰레기 통역가’라고 소개한다. 시민 대상 강연을 자주 하는데, 쓰레기 분리배출 관련 질문이 많다. 홍 소장은 단답형 대답 대신 분리배출 시스템과 원리를 해설해준다. 가령 ‘비닐에 붙은 종이 라벨은 어떻게 해요?’ 같은 질문에 이렇게 ‘해설’한다. “가정에서 배출된 비닐의 70~80%는 석탄을 대신하는 폐기물고형연료(SRF)로 활용된다. 잘게 쪼개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데 사용된다. 그럼 비닐에 붙은 종이 라벨은 잘 탈까, 안 탈까? 잘 타니 종이 라벨을 안 떼도 된다.”
서울대 동양사학과를 나온 그는 환경대학원에서 폐기물 문제를 연구했다. 대학 학생회 간부로 활동하고 나서 졸업 후 진로를 고민할 즈음, 이정전 교수가 쓴 〈녹색경제학〉을 읽었다. 이렇게 자원을 소비하고 쓰레기를 배출하는데, 세상이 이걸 감당할 수 있을까? 질문이 떠올랐다. 쓰레기·환경 문제가 매우 중요한 문제가 될 수 있겠구나 싶었다. 그 책이 환경대학원 진학의 계기가 되었다.
대학원에서 논문을 쓴 뒤에는 ‘쓰레기 현장’을 더 알고 싶었다. 2001년에 ‘쓰레기 문제 해결을 위한 시민운동협의회(약칭 ‘쓰시협’·자원순환사회연대의 전신)’에 간사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10여 년을 일하며 환경정책 전반에 관여했고, 2014년에 자원순환사회경제연구소를 설립했다. 따져보니 쓰레기와 씨름한 지 올해로 25년이 되었다. “쓰시협은 정부와 시민사회가 손잡고 범국민운동을 펼쳐보자는 취지로 만든 비영리단체였다. 공무원·기업·폐기물업체·시민(단체) 등을 만났고, 각 영역 사이에서 중재자 역할을 해야 했다. 공무원은 행정의 언어로 쓰레기 문제를 이야기하니 시민이나 다른 관계자들이 못 알아듣는다. 서로 다른 이야기를 하니까 쓰레기 문제 해결이 어렵구나, 쓰레기 문제에 통역이 필요하구나 느꼈다.” 그가 자신을 쓰레기 통역가라고 소개하는 이유다.
일반인의 눈높이에서 쓰레기 문제를 해설·통역하는 전문가 홍수열 소장은 2019년부터 서울환경연합과 ‘쓰레기대학’ 유튜브 채널을 열었다. 시민들이 이해하기 어려웠던 폐기물관리법, 자원재활용법 등을 쉽게 설명한다. 곧 ‘쓰레기대학’ 시즌 4를 시작하는데, 올해 8월부터 시행되는 유럽연합(EU)의 ‘포장 및 포장폐기물 규정(PPWR)’을 주제로 잡았다. 플라스틱 포장재를 만드는 데 재생 원료를 일정 비율 이상 사용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규정을 준수하지 않으면 EU 수출이 어려워진다. “EU의 규정은 수출 포장재 규제를 포함해 71개 조항으로 내용이 방대하다.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기 위해서 생산자 전체를 대상으로 재사용과 리필 의무를 무척 강화시켰다. EU의 순환경제(자원을 버리지 않고 계속 사용해 신규 자원의 투입과 쓰레기 배출이 거의 없는 경제)의 핵심이 무엇인지, 우리에게 어떤 시사점이 있는지 체계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기회다.”
분리배출 팁과 그 원리를 3분 이내의 짧은 콘텐츠 126개로 만든 ‘도와줘요 쓰레기 박사!’도 이 유튜브 채널의 인기 콘텐츠다. 홍수열 소장이 진행을 맡았는데 이를 본 ‘쓰레기 덕후’ 편집자가 연락을 해와 단행본(〈그건 쓰레기가 아니라고요〉) 출간으로 이어졌다. 최근 전면 개정판이 나왔다.
한국에서 발생하는 쓰레기양은 연간 1억8000만t가량이다(2024년 기준). 이 중 86%가 재활용되고, 약 11%는 소각·매립된다. 재활용률에는 쓰레기를 태워 에너지로 이용하는 소각형 재활용과 폐콘크리트나 제철소 슬래그 등을 파쇄해 건설공사에서 땅을 메우는 용도로 쓰는 매립형 재활용도 포함한다. 국제기준으로는 태워서 에너지를 얻는 방법을 재활용으로 분류하지 않는다. 홍 소장은 실제 의미 있는 재활용률은 30%가 되지 않는다고 추정한다. 또 전체 쓰레기 중 생활쓰레기는 12~13%가량 차지하는데, 절반은 분리배출을 통해 재활용되고 절반은 땅에 묻거나 태운다고 보면 된다.
쓰레기·일회용품 문제는 제도와 긴밀히 연결돼 있다. 제도나 규제가 없으면, 가볍고 사용하기 편한 것을 찾게 마련이다. 홍 소장은 식당의 음료 용기를 예로 들었다. “10년 전만 해도 음식점에서 파는 음료의 80%가 유리병이었는데, 지금은 20% 이하로 떨어졌다. 유통이나 음식점이나 취급의 불편함을 이유로 든다. 그런데 이게 나중에는 기업의 인프라 설비와 연결된다. 시설 노후화로 교체 시점이 되면 기업에서는 유리병 라인을 캔·PET 시설로 바꾼다. 쓰레기 관련 제도 변화를 하려 해도, 설비를 유리병 라인으로 복원해야 한다면 큰 논란이 불거질 것이다.”
“일회용 컵 규제가 주는 상징성 있다”
일각에서는 플라스틱 일회용품 규제가 사회적 논란에 비해 실제 효과가 크지 않다고 주장한다. 홍 소장의 ‘해설’은 이렇다. “우리나라에서 해마다 배출되는 플라스틱 쓰레기양이 1000만t가량 된다. 일회용 컵은 5만t, 일회용 배달용기는 20만t, 페트병은 40만t가량 된다. 일회용 컵 규제가 주는 상징성이 있다. 일회용 컵 규제라는 초반의 저항선을 넘어가야 그다음 단계로 나아가도 정책 수용력이 커진다. 일회용 포장재로 플라스틱 사용량의 30%가 쓰이는데, 이 일회용 포장재를 줄이는 데까지 나아갈 수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비자로서 할 수 있는 일은? 홍수열 소장은 쓰레기를 제대로 알고 잘 배출하는 소비자 실천과 기업에 채찍을 가하는 소비자 행동을 결합해야 한다고 말한다. 앞에서 언급한 서울환경연합 유튜브 채널과 기후에너지환경부가 개설한 홈페이지(분리배출.kr) 등을 참고하면 좋다.
홍 소장에 따르면, 쓰레기 문제는 물질 소비 전반에서 발생하는 문제다. 생산·유통·소비의 물질 흐름 전반을 바꾸어야 한다. 소비 단계와 함께 생산 단계의 변화가 없이는 근본적 전환이 어렵다. “박카스 같은 경우는 유리병에 알루미늄 마개를 쓴다. 반면 숙취해소제는 알루미늄 마개 위에 플라스틱을 씌웠다. 그러면 알루미늄과 플라스틱 둘 다 재활용이 안 된다. 한 회사가 숙취해소제 제품 디자인을 그렇게 하니 다른 회사들도 따라 한다. 물질을 낭비하는 제품 디자인이다. 이걸 규제해야 하는데, 소비자가 가만히 있으면 정부가 알아서 규제해줄까.” 이런 이유로 홍수열 소장은 소비자 행동을 강조한다. 서울환경연합 유튜브의 설명란에 적힌 말처럼, ‘저절로 바뀌는 건 없으니까’.
차형석 기자 cha@sisa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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