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올라도 너무 올랐다’ 10만원 꽃 바구니…지갑은 닫힌다 [세상&]
어버이날 앞두고도 꽃시장은 한산
조화·용돈 등 실용적 선물 더 인기

[헤럴드경제=전새날 기자] 어버이날을 앞둔 5월은 화훼 시장의 최대 대목이지만 현장 분위기는 예년과 사뭇 달랐다. 물가 부담이 커지면서 카네이션 대신 용돈이나 실용적인 선물을 택하는 소비가 늘고 꽃 소비는 위축된 모습이다.
어버이날을 하루 앞둔 지난 7일 오전 서울 양재꽃시장 중도매 구역에는 점포마다 카네이션이 빼곡하게 쌓여 있었다. 붉은색과 분홍색은 물론 보라색, 주황색 계열까지 색색의 카네이션이 진열됐고 국내산부터 중국산, 콜롬비아산까지 종류도 다양했다.
간간이 손님이 발걸음을 멈추더라도 가격을 확인한 뒤 돌아서는 모습이 이어졌다. 손님과 상인으로 분주해야 할 시장 통로는 여유 있게 통행할 수 있었다. 일부 도매상 앞에는 꽃을 사려는 손님들이 상인을 향해 “한 단에 얼마냐”, “좀 더 깎아줄 수 없느냐”는 질문을 던지기도 했다. 맞은편에서는 손님이 뚝 끊겨 휴대전화만 들여다보거나 포장용으로 쌓아둔 종이신문을 넘기며 시간을 보내는 상인들도 있었다.
한 도매상인은 “예전에는 이맘때면 계산하느라 정신이 없었는데 올해는 확실히 한산하다”며 “손님이 아예 없는 건 아니지만 구매량이 줄었다”고 말했다. 또 다른 상인은 “대목이긴 한데 체감 경기는 좋지 않다”며 “가격이 더 저렴한 중국산 카네이션을 찾는 고객도 꽤 많다”고 했다.
꽃집을 운영하는 자영업자들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경기 군포시에서 꽃집을 운영하는 한 업주는 “도매가격이 20% 정도 올랐는데 각종 부자재 가격까지 뛰어서 포장비도 만만치 않다”며 “예약 문의는 전멸 수준이라 당일 로드(매장 판매) 방문 고객에게 기대를 걸어볼 생각”이라고 토로했다.
실제 꽃값은 상승세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화훼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최근 일주일(4월 29일~5월 6일) 기준 카네이션 평균 경매 가격은 1속당 1만107원으로 집계됐다. 전년 동기(8269원)보다 22.2% 상승했다. 가정의 달 수요가 집중되며 가격이 오른 데다 중동전쟁으로 운송료가 올랐고 비닐 포장지 등 부재료까지 하나같이 비싸졌다.

소매점이 자리 잡은 지하 1층은 분위기가 더 한산했다. 통로 곳곳에서는 “싸게 드릴게요”, “얼마 정도 생각하세요? 맞춰서 예쁘게 해드릴게요” 같은 상인들의 호객 소리가 이어졌다. 매장 앞에는 카네이션 꽃바구니가 3만원대부터 5만, 7만, 10만원대까지 다양하게 놓여 있었지만 구매를 하러 온 소비자는 찾아보기 어려웠다.
이날 남편과 함께 꽃시장을 찾은 김예림(37) 씨는 양가 부모님에게 드릴 꽃바구니를 알아보기 위해 여러 매장을 돌며 가격을 비교했다. 처음 들어간 가게에서 꽃바구니 가격이 6만5000원이라는 말을 듣자 “조금 더 둘러보고 오겠다”며 발걸음을 돌렸다. 김씨 부부는 꽃바구니 2개에 5만~6만원 정도를 생각하고 왔다고 했다. 그는 “용돈도 따로 준비해서 꽃에는 큰돈을 쓰기 부담된다”며 “예전보다 꽃 가격이 많이 오른 느낌”이라고 말했다.
가격 부담이 커지면서 실용적인 소비를 택하는 분위기도 이어지고 있다. 어버이날 선물을 준비하기 위해 다이소 매장을 찾은 대학생 정다희(21) 씨는 5000원짜리 카네이션 화분을 고르고 있었다. 정씨는 “생화인데도 가격 부담이 적어서 가성비가 좋은 것 같다”며 “부모님이 원래 꽃을 좋아하는 편도 아니고 아직 용돈을 받아 쓰는 입장이라 내일 저녁을 사드리면서 시간을 보내려고 한다”고 말했다.
이상범 aT 화훼사업센터 중도매인연합회장은 “예년 같으면 어버이날 시즌에는 정신없이 물건이 빠졌는데 올해는 ‘생각보다 힘들다’는 말이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좋지 않다”며 “오늘까지 팔려야 할 물량이 아직도 많이 남아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이어 “긴 연휴 동안 꽃 소비가 먼저 이뤄진 영향도 있는 것 같다”며 “소매가 살아야 도매도 움직이는데 올해는 전체적으로 시장 총량 자체가 줄어든 느낌”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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