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섬박람회 준비로 세계일주?…여수 공무원 출장 107건 [혈세 누수 탐지기]

신현보/이정우 2026. 5. 8. 06: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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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수시 해외출장 현황 확인해보니
4년간 257건 중 107건이 섬박람회 관련
낚시·코끼리 트레킹·호텔 인증까지
외유성 출장 정황 곳곳서 드러나
사진=연합뉴스

준비 미흡 논란에 휩싸인 '2026 여수 세계 섬박람회'와 관련해 전남 여수시가 벤치마킹과 홍보 등을 이유로 다녀온 해외 출장이 최근 4년간 110건에 육박하는 것으로 확인됐습니다. 상당수는 외유성 출장 가능성이 높은 만큼 여수시에 대한 관리 책임도 불거질 가능성이 큽니다.

 ◇ 해외출장 257건 중 107건이 '섬박람회' 관련

8일 한경 혈세 누수 탐지기팀이 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에서 2022년부터 최근까지 전남 여수시로 등록된 공무원의 국외출장 및 해외연수 보고서 257건을 전수 조사한 결과, 이 중 107건이 섬박람회 벤치마킹 사례 발굴 및 홍보 목적으로 집계됐습니다. 여수시 공무원 해외 출장의 약 42%가 섬박람회 관련이었다는 얘기입니다.

이 박람회는 세계 최초로 '섬'을 주제로 한 국제행사로 오는 9월 5일부터 11월 4일까지 열립니다. 30개국에서 300만명이 넘는 관람객을 유치하는 게 목표입니다. 전남도 등에 따르면 연계 사업비까지 포함해 총예산 1611억원이 섬 박람회에 쓰입니다. 국비 64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사업비 대부분은 7 대 3 비율로 여수시와 전남도가 부담한답니다.

그래프=신현보 기자


그래프=신현보 기자


연도별로 2022년 4건, 2023년 28건, 2024년 29건, 2025년 45건, 2026년 1건입니다.

다녀온 국가도 다양합니다. 일본 18건, 중국 16건, 호주 11건, 뉴질랜드 10건, 이탈리아 9건, 미국 7건, 독일·스페인 각각 8건, 포르투갈·체코 각각 6건 등 총 29개국입니다.

출처=신현보 기자, 챗GPT


시 관계자들이 섬박람회를 위해 다녀온 곳을 생성형 인공지능(AI)에 세계 지도로 그려달라 했더니 위와 같은 결과가 나왔습니다. 덥고 추운 아프리카와 러시아를 뺀 곳을 두루 다녀온 셈입니다. 

 ◇ 인증샷 곳곳서 외유성 출장 정황

대다수 출장에서 외유성으로 의심되는 정황이 확인됩니다. 2023년 공무원 19명이 "섬박람회 성공적인 개최를 위해 선진 국가들의 우수사례 및 관광 인프라 등을 체험함으로써 공무원 역량을 강화한다"는 목적으로 체코·오스트리아·슬로베니아·헝가리·두바이 등 5개국을 10일간 다녀온 게 대표적입니다.

출장 목적을 쓰는 칸을 빼면 어디에도 '섬박람회'란 키워드를 찾아볼 수 없습니다. 인증샷으로 남긴 모차르트 생가, 벨베데레 궁전, 슈페탄 대성당 등이 섬박람회와 무슨 관련성이 있는지 적혀있지 않습니다.

출처=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출처=국외출장연수정보시스템


작년 5월 공무원 9명이 '벤치마킹으로 2026 여수세계섬박람회에 적용할 수 있는 우수사례 발굴과 접목 방안 모색' 목적으로 8박 10일 동안 태국·베트남·캄보디아 등 3개국을 다녀온 해외출장도 비슷합니다. 보고서에는 '호화유람선 낚시체험', '코끼리 트레킹', '각국 고급음식점/호텔식 전통음식' 등 인증샷이 눈에 띕니다.

다녀온 부서도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듭니다. 여수시는 섬박람회를 전담하는 '섬박람회지원단'을 두고 있는데, 이곳뿐 아니라 여수시 대다수 부서가 해외 출장을 다녀온 것으로 확인됩니다.

 ◇ 2022년부터 준비했는데 이제 공정률 60%

섬박람회 준비 미흡이 공론화된 유튜브 영상. /출처=김선태 유튜브


섬박람회는 유튜버 김선태(전 충주시 주무관) 등이 홍보 영상으로 다루면서 의도치 않게 '준비 미비'가 공론화됐습니다. 정부에서 사태에 주목하며 대통령과 국무총리까지 국무회의에서 언급할 정도입니다.

막대한 예산 낭비를 두고 볼 수도 없고, 그렇다고 '잼버리의 악몽'을 재연해 국가 위신을 떨어뜨릴 수도 없기 때문입니다. 이재명 대통령은 최근 국무회의에서 허허벌판인 섬박람회 현장을 다녀온 김민석 국무총리에게 질의한 후 "사고 나면 곤란하다"고 강조했습니다.

우려 속에 정부는 올해를 '섬 방문의 해'로 정하고, 하룻밤 이상 머무는 여행객에게 최대 10만원의 경비까지 지원하기로 결정했습니다. 

섬박람회 명목으로 이렇게 많은 해외 출장을 다녀왔는데, 아직도 준비가 미흡한 이유를 알 수 없네요. 2021년 8월 당시 기획재정부(현 재정경제부)가 승인한 이 박람회의 전체 공정률은 이제야 60%를 넘었습니다.

 ◇ 여수시 "교통·그늘막 벤치마킹"

여수시 관계자는 "전년도 업무에서 성과를 낸 사람을 추천해 유럽 등으로 출장 보내기도 했다. 출장을 보내면서 '박람회 관련해 적용할 만한 게 있는지 보고 와라' 식으로 진행했다"고 설명했습니다.

"해외 출장을 다녀와서 적용한 사례가 있냐"는 질문에 이 관계자는 "교통편이 불편하니까 셔틀버스를 더 배치해야 한다는 것도 있었고, 여름이니 그늘막 설치도 늘려야 한다는 내용이 있었다. 주로 현장 행사장이나 교통편 위주로 많이 벤치마킹했다"고 답변했습니다.

독자 여러분이 보시기엔 어떠신가요. 적용 사례가 해외 출장을 100번 넘게 다녀와야 알 수 있는 내용인가요.

섬박람회 조직위는 "여수 세계 섬박람회는 국가와 도시, 기업과 시민, 그리고 미래세대가 함께 참여해 섬의 지속 가능성을 논의하고 실천하는 글로벌 협력의 플랫폼이 될 것"이라며 "여수 섬에서 펼쳐지는 세계인의 축제에 여러분을 초대한다"고 공식 홈페이지에 소개하고 있습니다.

여수시 공무원들에게 이번 섬박람회를 '세계인의 축제'로 만든 게 아니라 자신들의 '세계여행 축제'로 삼은 건 아닌지 묻고 싶습니다. 

신현보/이정우 한경닷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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